조선일보 2008. 5. 26
산란기 때 알 흩어놓는 '신종 퇴치법' 실험
일부선 "하천 생태계에 정착하고 있는데…"
전주=이영민 기자
"보세요~. 이게 모두 배스(큰입우럭) 알이에요. 배스 한 마리가 이런 알을 한번에 수천에서 수만개씩 낳습니다."
지난 23일 만경강 지류인 전주천에 파란 잠수복을 입고 물 속에 들어간 생물다양성연구소 장준호(27) 연구원이 바닥에 자갈이 깔린 녹색 플라스틱 소쿠리를 건져 올렸다. 자갈마다 노란색의 배스 알이 좁쌀 크기로 수백개씩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장 연구원은 자갈을 손으로 문질러 배스 알을 떼낸 뒤 물속에 이 알들을 흩어 놓았다. "이렇게 하면 배스 알이 다른 물고기 밥이 돼 더는 번식하지 못하게 되지요."
전주천과 전북 임실군 옥정호에서 '신종(新種) 배스 퇴치법'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간단하게 말하면, 배스의 씨를 말리는 방식이다. 생물다양성연구소가 지난달부터 국립수산과학원 중부내수면연구소의 위탁을 받아 이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 외래종인 민물고기 배스는 1990년대 후 반부터 토종 물고기를 마구 잡아먹어 생 태계 교란의 주범으로 지목 받아 왔다. 조선일보 DB
포식성이 강한 육식어종으로 하루에 자기 몸의 30%에 해당하는 물고기와 새우, 물에 사는 곤충 등을 잡아먹는 배스는 1960년~1970년대 블루길(파랑볼우럭)과 무지개송어, 향어, 떡붕어 같은 물고기와 함께 '어민 소득증대'와 '양질(良質)의 단백질을 공급해 국민건강을 증진시킨다'는 명분 아래 우리나라에 도입됐다. 도입 초기에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배스 치어(稚魚)를 전국 곳곳에 뿌리는 등 배스 증식에 심혈을 기울이기도 했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부터는 사정이 180도 달라졌다. 전국 하천과 호수에 깔린 배스가 토종 물고기를 마구 잡아먹는 등 생태계 교란이 현실로 나타나자, 정부가 전문 낚시객들로 구성된 '배스 퇴치단'을 구성하는 등 대대적인 배스 퇴치에 나선 것이다.
- 전북 임실군 옥정호에서 생물다양성연구소의 한 연구원이 배스의 씨를 말리는 신 종 퇴치법을 연구 중이다. 김영근 기자 kyg21@chosun.com
"배스에 철과 칼슘 같은 미네랄이 다른 민물고기보다 1.5~4배까지 더 많다"며 시민들의 '입맛'에 호소하는 전략을 펴는가 하면, 춘천시 같은 지자체에서는 어업인이나 낚시객이 잡은 배스를 1㎏당 4000원에 수매하는 정책을 내놓기도 했다.
온갖 수단을 동원해도 배스의 증식을 막기에 역부족으로 드러나자, 급기야 전주천의 실험처럼 배스의 씨를 말리는 방식까지 동원된 것이다.
생물다양성연구소 양현 소장은 "자연상태에서는 수컷 배스가 알들이 부화해 어느 정도 자랄 때까지 한시도 떠나지 않고 보호하면서 다른 물고기들의 공격을 막아준다"며 "그러나 인공산란장에 낳은 알을 물에 다시 흩어놓으면 민물검정망둑이나 참몰개 같은 물고기들이 배스의 알을 먹게 돼 그만큼 개체수가 줄어들게 된다"고 말했다. 이 연구소가 4월 말부터 20여일 동안 이런 방식으로 제거한 배스 알은 50만~100만개가량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퇴치법이 너무 심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30여 년 전에 국내 유입된 배스가 오랜 시간을 거치며 우리나라 하천 생태계에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있기 때문에 무조건 배스 퇴치에 열을 올리는 것은 곤란하다는 것이다.
장창락 낚시칼럼니스트는 "그동안 '배스로 인해 10년이면 하천의 모든 토종 물고기들의 씨가 마를 것'이라는 얘기까지 있었지만, 오히려 생태계 먹이사슬의 특성상 시간이 흐를수록 배스 개체수가 자연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양서파충류연구소 심재한 소장도 "배스와 비슷한 시기에 국내 유입됐던 황소개구리가 그랬던 것처럼 이제는 배스가 생태계 먹이사슬 상층부에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더 이상 퇴치의 대상으로만 봐서는 곤란하다"며 "배스가 외래종이긴 하지만 배격하고 퇴치할 게 아니라 우리 생태계 안의 '한 식구'로 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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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물다양성연구소 연구원이 전북 임실군 옥정호에서 배스 산란장치를 설치했다. 배스가 그 위에 산란을 하면 물속에서 꺼내 알들을 제거한다. /김영근 기자 kyg21@chosun.com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8/05/25/200805250094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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