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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그룹 구본무 회장은 가을이면 플라이낚싯대를 챙겨 들고 몽골로 간다. 수도 울란바토르에서도 800㎞ 떨어진 홉스골 호수가 목적지다. 바쁜 일정 때문에 때로는 헬기도 동원된다. 10년 전 구 회장은 청년시절부터 즐기던 낚시를 작파했다. 주변 꾼들에게 애지중지하던 장비를 나눠주고 몰입한 것은 새. 집무실에 한강 밤섬 철새 관찰용 망원경을 들였고, 새에 관한 책도 썼다. 하지만 끝내 낚시의 마력을 떨치지 못했고, 돌아왔다.
아버지 이예춘씨 옆에서 잉어밥 만드는 심부름을 하다가 낚시 유전자를 내림 받은 영화배우 이덕화, 한 번 낚싯대를 잡으면 2~3일씩 집중하는 농구감독 허재, 좀 거슬러 올라가면 찌를 쳐다보다가 한국전쟁 발발 소식을 들었다는 이승만 대통령, 외국으로 가면 암살 위협 속에서 자신과 꼭 닮은 사람을 옆에 세운 채 낚시를 즐긴 미국의 아버지 부시 대통령, 솜씨는 별로지만 외국 정상과 만날 때에도 낚시터로 안내하는 아들 부시, 또 북한의 김일성·김정일 부자 역시 ‘낚시병’에 걸린 사람들이다.
영화배우 최민수씨 아버지인 고 최무룡씨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1985년에 국내 유일의 낚시영화 ‘덫’을 만들었다.(‘섬’은 낚시터만 무대로 했을 뿐 낚시 영화가 아니다.) 각본·감독·주연을 도맡은 이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거대한 저립(한국 연안에 출몰하는 대형 참치의 일종)을 추적해온 주인공이 마침내 녀석을 생포하는 장면이다. 그냥 한 마리 사서 연출해도 될 것을 ‘직접 낚는 생생한 장면이 필요하다’고 우겼고, 추격 1주일 만에 결국 잡아냈다. 흥행은 참패였지만, 그는 낚시 열정을 필름으로 남기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