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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영재교육

이 땅에서도 ‘다나카 고이치’ 같은 과학기술자를 키우자

손욱 농심 회장 2008년 04월 11일(금)

과학문화 頂論 평범한 회사의 평범한 연구원이었던 일본 시마즈 제작소의 다나카 고이치 박사가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은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주었다. 그러나 6년의 세월이 흐른 오늘날 당시에 느꼈던 뜨거운 공감은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다나카 고이치가 수상 소식을 듣고 제일 먼저 떠올린 사람은 초등학교에서 3년 동안 담임을 맡았던 사와가키 쿄조 선생이었다. 다나카는 쿄조 선생에게 “오늘의 나를 있게 한 스승” 이라고 감사했다.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했던 쿄조 선생은 자연과학 수업 시간에 수많은 실험을 통하여 호기심과 관찰력을 키워주었고, 칭찬과 격려로 학생들이 과학을 좋아하게 만들었다. 쿄조 선생은 30년 뒤 찾아온 다나카 박사에게 초등학교 시절 세세한 일까지 빽빽히 작성한 기록을 보여주어 세상을 더욱 감동시켰다고 한다.

우리의 초등학교 과학시간은 어떨까? 실험과 관찰은? 전문지식을 가진 선생님은? 열정적이고 정성 어린 지도는 이루어지고 있을까? 연구에 몰입하는 ‘이상한 사람’, 문제 발견을 향한 끈질긴 집념, 실패는 성공의 뿌리라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 정신을 가진 다나카 고이치 같은 창의적인 과학기술 인재의 씨앗을 발굴해내고 키워내는 일이 과연 우리 초등학교에서 가능할까? 언제쯤 그런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을까?.

한국공학한림원에서 가장 정성을 들이는 사업의 하나로 '꿈나무 과학교실'이 있다. 초등학교에 과학 실험을 담당할 선생님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안타깝게 생각한 회원들이 회사의 기술 인력들을 교육시켜 인근 학교를 찾아가 과학실험 교실을 열어주는 인기 좋은 프로그램이다. 과학기술에 흥미를 갖는 인재를 한 사람이라도 더 발굴하여 육성하려는 작은 꿈들이 모인 것이다. 그러나 수년 동안 노력했지만 겨우 100개의 초등학교에 과학교실을 열 수 있었던 것이 현실이다. 

아울러 다나카 고이치는 일의 즐거움을 강조한다. 또한 실험을 거듭하며 실패만 하고 있는 자신을 질책하지 않고 마음 놓고 하고 싶은 일을 하도록 배려해준 회사에 감사하고 있다. 이 땅에서 평범한 연구원이 평생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조직 문화와 사회 풍토를 만드는 것은 정말 가능할 것인가? 하고 싶은 일을 열정적으로 추구하는 과학기술자와 이를 포용하고 격려하는 조직환경이 어우러지지 않고 노벨상수상자가 태어날 수 있을까?

다나카 고이치씨는 노벨상을 받아 유명인사가 되고 승진되어 급여가 높아졌지만 연구실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노벨 박물관의 스반테 린드퀴비스트 관장은 개인이 창조성을 발휘하기 위하여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용기, 도전정신, 불굴의 의지, 융복합, 새로운 관점, 장난끼, 우연성, 노력, 그리고 번뜩이는 예지의 아홉 가지를 들었다.

또한 개인의 창조성이 발현되려면 어떤 환경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집중의 문화, 다양한 인재, 열린 커뮤니케이션, 사통팔달의 네트워크, 격식을 타파한 회의문화, 쉬운 왕래, 자유로운 문화, 자율 경쟁풍토, 위기의식 등 열 가지를 강조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탄생하며 국민적 기대가 크다. 창의적 인재를 육성하고 그들의 창조력을 마음껏 꽃피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은 어느 정권이 하루 아침에 이룰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백년대계 아니 천년대계라는 긴 안목을 가지고 50년 계획 100년 계획을 세워 한 걸음 한 걸음 느린 걸음을 내디뎌야 할 때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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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욱 농심 회장

저작권자 2008.04.14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