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교육청은 참여정부 시절 종종 '분란'을 일으켰던 곳입니다. 수월성 교육, 특기적성 교육, 학교 자율성을 중시하는 교육 철학과 정책 때문입니다. 가끔 교육감과 대통령이 직접 맞서는 장면도 연출되기도 했죠. 인근 시도 교육감들이 이런 경기도교육청의 모습을 보며 한편으로 걱정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부러워했다고 합니다.
철학의 유사성 때문인지 경기도교육청의 이런 실험에 대해 한쪽에서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교육철학을 몇 년 먼저 실시하고 있는 곳"이라고 평가하기도 합니다. 이 당선자가 후보 시절 경기도에 있는 특성화 학교들을 둘러보고 '마이스터(장인) 학교' 같은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후문도 있죠.
경기도교육청은 지난해 부터 매년 글로벌인재를 선정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의 경쟁상대를 서울에서 국외로 눈을 넓힌 것입니다. 물론 아직은 각종 올림피아드나 영어대회(비록 국제대회지만 국내에서 치러지는 경우도 많습니다)에서 입상한 정도지만, 아이들을 북돋아주고 그래서 눈높이가 높아지고 넓어진다면 그것이야 말로 큰 경험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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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학영재학교 수석입학, 국제 영어논술대회 대상, 국제올림피아드 금메달….
경기도교육청은 전세계 학생들과 경쟁해 우수한 능력을 발휘한 초·중·고생 78명을 '글로벌 인재'로 선정했다. 창의력, 수학, 과학·정보, 인문·외국어, 체육 등 7개 분야에서 각 학교의 추천을 받아 주는 이 상은 지난해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학교별로는 경기체육고(11명), 경기과학고 (9명), 한국외대부속외고(6명), 안산 동산고(4명) 순이었다.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수재들은 어떻게 공부했을까? 학생들의 어머니들에게 어떻게 이같은 수재를 키웠는지, 그 비법(秘法)을 물어봤다.
◆어릴때부터 영어 테이프 들려줘
한국외대부속외국어고 2학년 서재희(17)양은 작년 11월 조지워싱턴대와 전국 14개 외고가 주최하는 국제영어논술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영어로 진행되는 각종 국제 학술 대회에도 참가해 최우수상을 휩쓸었다. 서양의 어머니 김수미(42)씨는 "어렸을 때부터 영어를 접할 환경을 만들어줬다"고 말했다. "남들보다 말을 빨리 배우는 것 같아서 어릴 때부터 영어동화나 동요, 한국동화 테이프를 잘 때마다 들려줬어요. 나중에는 영어 동화 테이프를 틀지 않으면 잠이 잘 안 온다고 하더라고요."
친구들이 방학 때면 책상에 앉아 일찌감치 SAT(미국 대학입학시험) 공부에 매달릴 때도 국제학술대회, 봉사활동, 미국에서 열리는 1~2주짜리 프로그램에 참가하도록 권했다.
"아이 목표가 미국 대학에서 국제법을 전공하는 거에요. 다른 애들처럼 책상에 앉혀 놔야 하는 거 아닐까 생각도 했지만 다양한 경험 속에서 영어를 익히는 편이 좋을 것 같았어요." 여기에 국내 다른 학생들이나 외국 학생들과 실력을 겨룰 수 있는 경시대회에 자주 내보냈다. 아이가 새로운 자극을 받았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 ▲ 경기도교육청은 31일 교육청 대강당에서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글로벌인재 78명을 시상한다. 사진은 지난해 열린 1회글로벌인재상 시상식으로 피겨스케이팅 선수 김연아(18·수리고)양 등이 수상자로 선정됐었다./경기도교육청 제공
작년 국제청소년수학경시대회에서 1등하고 아주대 부설 과학영재교육원에 합격한 평촌초등학교 6학년 김형준(13)군. 김군의 어머니 윤종영(40)씨는 학원은 언제부터 보냈느냐, 학원에는 몇군데나 다니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지금 김군은 영어학원(주 2회), 수학학원(주 3회)을 다니지만 4학년 때까지만 해도 학원이나 학습지 근처에도 안 갔다.
윤씨는 "다른 어머니들 말을 들으면 '빨리 많이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우선 아이가 관심 있는 걸 시키려 했다"며 "올백을 맞아 오지는 못해도 잘한 과목을 칭찬해 줬다"고 말했다.
윤씨는 대신 김군이 관심있는 수학 분야 경시대회에 내보냈다. 아침마다 신문 2개를 읽는 습관도 길러줬다. 좋아하는 수학, 컴퓨터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호기심을 키워주기 위해서였다.
"한번은 아이가 와서 '친구는 1분에 컴퓨터 타자를 300타나 치는데 나는 못 친다'고 걱정 하길래 '빨리 치는 것보다 정확히 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아이를 타일렀죠." 윤씨는 "조기 교육보다는 적기 교육이 중요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국제 발명대회인 'World Robofest Championship'에서 2등을 차지해 글로벌인재에 선정된 평택고 3학년 신희택(18)군. 어머니 김미희(48)는 '발명왕'인 아이 때문에 고민이 깊었다.
초등학교, 중학교 때 발명반 활동을 하면서 유난히 흥미와 재능을 보인 아들이 고등학생이 돼 국제 발명 대회에 나간다고 했을 때였다.
"분명 아이가 좋아하고 나가는 대회마다 상을 받아왔지만 입시 준비를 놓고 발명이냐 입시냐를 선택해야 했죠."
김씨는 아이와 충분히 이야기를 하면서도 최종 결정은 아이의 몫으로 남겨줬다. 일단 아들이 발명을 선택하자 공부와 병행해야 하는 아이를 위해 어머니는 해외 사이트를 뒤져 발명 관련 자료를 모으는 뒷바라지를 했다. 결국 각종 발명대회에서 상은 받은 신군은 이런 활동을 인정 받아 일찌감치 '21세기 글로벌 리더'전형으로 인하대 공대에 합격했다. 제2회 글로벌인재 시상식은 31일 오후 2시 경기도교육청 대강당에서 열린다. /박수찬 기자 sooch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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