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박정희 시대 | |||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 |||
![]() 내가 고등학교에 입학했을 때 우리 학교에 갓 부임하신 교장 선생님은 서울대학 합격자 수를 높일 목적으로 문과를 네 반에서 세 반으로 줄이고 이과를 무려 아홉 반으로 늘였다. 바로 이 어처구니없는 구조조정 때문에 누가 봐도 문과 영순위였던 내가 이과로 배정되었고 지금까지 과학자랍시고 거들먹거리며 살고 있다. 하지만 절대 오해하지 말기 바란다. 내가 과학자가 된 걸 후회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내 인생에서 가장 탁월한 선택이었음을 고백하려 한다. 물론 내가 한 선택은 아니었지만. 그때 만일 내가 문과에 배정되었더라면 나는 지금 전혀 다른 인생을 살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인생이 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이 인생보다 더 멋지리라고 나는 결코 생각하지 않는다. 늘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그로 인해 더 깊은 통찰력을 얻는 것이 학자의 삶이라면 과학보다 더 훌륭한 학문은 없다고 나는 단언할 수 있다. 그런 일을 평생토록 하며 살 수 있다는 것만 해도 엄청난 행운인데 게다가 일용할 양식 걱정도 할 필요 없다면 도대체 그 행운의 버거움을 어찌 설명할 수 있으리요? 나는 제2의 박정희 시대가 바로 우리 코앞에 왔음을 알고 있다. 우리 정치사에서 박정희 대통령만큼 평가가 극에서 극으로 엇갈리는 정치인이 또 있으랴마는 국가의 미래를 위해 과학기술자를 우대한 그의 혜안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낼 자는 없으리라. 능력 있는 과학자라면 대통령의 월급보다 더 줘서라도 모시라 했던 그가 아니었던가? 나는 분명히 안다.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되든 과학정책에 관한 한 거의 틀림없이 제2의 박정희가 되리라는 것을. 무한국제경쟁의 시대에 과학기술 강국이 되지 않고는 절대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걸 아무리 어리석은 정치인이라도 모를 리 없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중흥을 위한 거대한 바람이 일 것이다. 나는 그런 바람이 저절로 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만일 그렇지 않다면 억지로라도 불게 해야 한다. 바람 한 점 없이 잔잔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버리지 않으려면 말이다. 어리석음의 차이는 대통령으로서 당장 몇 푼의 돈을 벌기 위한 기술개발 위주의 정책을 펼 것인가, 아니면 진정 이 나라를 선진국 대열로 끌어올리기 위하여 기초과학에 과감한 투자를 할 것인가에 달려 있을 뿐이다. 이제 일주일 남짓의 시간 동안 대선후보들 중 누가 과연 그런 현명한 대통령이 될 수 있을 것인가 꼼꼼히 따져볼 일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과감히 미래에 투자할 줄 아는 대통령을 원한다. 지난 몇 달 동안 그들이 쏟아낸 말들은 물론이거니와 그들의 과거 행적도 면밀히 분석하여 훌륭한 과학대통령을 뽑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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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 |||
2007.12.09 ⓒScience Tim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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