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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모음/공병호 칼럼

코엘료의 일곱가지 이야기(3) 사랑

코엘료의 일곱가지 이야기 ③ 사랑 [중앙일보]
[중앙일보, 한국 독점 연재]
신은 사랑을 이용해 천국 한가운데 지옥을 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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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연금술사』의 작가 파울로 코엘료가 일곱가지 덕목에 대한 이야기로 매주 토요일 중앙일보 독자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지난주 ‘소망’에 이어 오늘은 세번째로 ‘사랑’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사전적 정의=라틴어 ‘amor’에서 유래한 ‘사랑(Amore)‘이라는 말은 어떤 대상을 갈망하게 하는 강한 감정, 몸과 마음의 기울어짐, 애정, 열정, 자비, 종교적 은총을 뜻합니다. 성경의 ‘고린도전서’ 13장 13절은 ‘믿음, 소망, 사랑, 이 세 가지는 항상 있을 것인데, 그 가운데서 으뜸은 사랑이다’라고 말합니다.

◆그리스인의 사랑=고대 그리스인은 ‘사랑’이라는 의미로 세 가지 단어 에로스, 필로스, 아가페를 썼습니다. 에로스는 두 사람 사이의 건강한 사랑을 의미하며, 살아가는 이유가 되고, 인류를 영속시킵니다. 필로스는 친구에게 느끼는 애정 어린 감정입니다. 아가페는 에로스와 필로스를 내포하는 동시에,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을 넘어서는 차원의 사랑입니다. 아가페적 사랑은 사랑을 느끼는 사람의 존재마저 삼켜버리고 마는 타인본위의 절대적인 사랑입니다. 가톨릭에서 이는 예수가 인류에게 느낀 것과 같은 사랑, 즉 너무도 위대하여 하늘의 별을 뒤흔들고 인류 역사의 과정을 바꾸어 놓은 그런 절대적인 사랑을 의미합니다. 아가페를 알고 느끼는 사람들은 세상에서 사랑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음을 깨닫게 됩니다.



◆천재 작가가 노래한 사랑=영국 작가 오스카 와일드는 사랑을 다음과 같이 노래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하나같이 그가 사랑하는 이를 죽인다./모든 이여 이 말을 새기라./어떤 이는 신랄한 표정으로/어떤 이는 달콤한 말로,/겁쟁이는 키스로,/용감한 이는 칼로!’ -‘리딩 감옥의 발라드’ 부분

◆작가가 받은 이메일=저는 어느 날 한 독자로부터 다음과 같은 e-메일을 받았습니다.

 ‘내가 누구에게도 마음을 주지 않았을 때, 나는 단 한 번도 슬픔에 찬 아침을 맞거나,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사랑에 빠진 후로 내 삶은 고통과 상실과 혼란의 연속입니다. 신은 사랑을 이용해 천국 한가운데에 지옥을 숨겨놓은 것 같습니다.’

◆과학이 바라본 사랑=2000년, 런던 유니버시티 칼리지의 과학자 안드리아 바틀과 세미르 제키는 사랑에 빠졌다고 말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습니다. 실험 결과, 사랑의 감정으로 자극을 받아 활동하는 뇌의 영역이 어느 부분인지를 찾아냈다고 합니다. 그들은 먼저, 사랑의 감정에 영향을 받는 영역이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작으며, 이는 코카인과 같은 도취제가 자극하는 곳과 동일한 곳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이 연구를 통해 그들은 사랑이란, 마약으로 인한 의존증 같은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또 러저 대학의 과학자 헬렌 피셔는 동일한 방식의 뇌 스캔을 통해, 사랑의 세 가지 특징인 낭만, 섹스, 상호 의존성이 대뇌 피질의 각기 다른 부분들을 자극한다는 것, 따라서 인간은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는 동시에, 다른 사람과 섹스를 하고, 또 다른 사람과 동거 생활을 할 수도 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시인의 관점=칼릴 지브란은 사랑을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사랑은 소유하지도 소유되지도 않는 것. 사랑은 사랑으로 충분한 것이기에./사랑은 우리를 자라게 하고, 추수하여 땅에 쓰러뜨리는 것./사랑은 우리를 체로 쳐 쓸데없는 모든 쭉정이를 털어내는 것./사랑은 우리를 뒤흔들어 모든 불결함을 털어내는 것./사랑은 우리를 부드러워질 때까지 반죽하는 것./그리고 마침내 신의 거룩한 향연을 위한 신성한 빵으로 구워지도록 성스러운 불꽃 위에 올려놓는 것.’

2007.1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