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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기타/책 읽기

종이 위의 기적

누구나 성공을 꿈꾼다. 부자로서의 성공, 명예로서의 성공, 예술가로서의 성공 등등. 성공에 연연하는 현실이 싫어 속세를 떠나는 이들도 결국엔 속세를 떠나 성공에 연연해하지 않는 그 목적의 성공을 꿈꾸는 것이다. 

전에는 밥 벌어 먹는 일로 일상이 분주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밥 벌어 먹는 단계를 뛰어넘어 나름대로의 성공학을 설립하고 있으며 그리하여 서점가의 성공학 관련 판매대는 언제나 북새통이다. 

예외 없이 성공을 꿈꾸던 나도 성공학 도서의 목록을 설정하고 나름대로의 궤도를 그리고 있었다. 「한국의 부자들」시리즈를 읽으면서 부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반감이


뒤엉킨 퀴퀴한 사상을 털어냈다. 또 앤드류 매튜스가 직접 삽화들을 그려넣고, 그 삽화마냥 처음엔 단순하지만 되새겨 씹을수록 의미가 깊어지는 글들이 가슴에 와 닿았던「자신있게 살아라」, 평생을 인간의 가능성 개발과 행복한 삶을 향한 동기 부여에 바친 미국을 대표하는 카운슬러이자 저술가이며, 세미나 강사인 잭 캔필드, 마크 빅터 한센이 저술한 「친구야 선물이야」등을 차례로 읽었다. 

이 유명한 성공학 책자의 저자들이 결국엔 다들 한목소리로 외치는 것이 있었다. 모든 것은 마음에 달렸다. 꿈은 꿈꾸는 자의 것이며 꿈이 이뤄지지 않을 때는 꿈꾸지 않는 때밖에 없다!

혁신은 익숙한 것으로부터의 결별에서 시작된다. 혁신을 함으로써 익숙함은 새로움으로 대체되고, 혁신은 그 새로움을 또 다른 익숙함으로 만든다. 그래서 혁신은 윤회의 바퀴처럼 익숙함과 새로움을 계속 바꿔가며 우리를 앞으로 앞으로 전진하게 만든다.

그렇다면 혁신의 끝은 어디인가? 끝도 없이 혁신해야 한다면 결국 궁극적인 혁신의 결과라는 것은 이론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가? 혁신의 제대로 된 뜻도 잘 알지 못한 채 정력만 소비시키는 혁신의 늪에서 허우적대다 거짓말 같은 책 제목이 눈에 띄었다. 「종이위의 기적 쓰면 이루어진다」!

작가는 설명한다. 나중에 머리를 쥐어짜는 일이 없도록 지금 바로 자신만의 목표를 담은 목록을 작성하라. 목표가 너무 거창해서 실현 불가능한 것 같아도, 원하는 것이 너무 많아도 움츠러들지 마라. 달성할 수 있는 구체적인 수단이 전혀 없더라도 두려워하지 말고 기록하라. 계속 적어 내려가라.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소원들과 불만을 원하는 만큼 길게 적어라. 

요즘은 모두들 혁신한다. 혁신에 대한 불만은 자신과 조직의 도태를 의미하며 이미 구석기 시대의 사고로 치부된다. 하지만 나는 무엇을 위해 혁신하는가?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작가는 ‘기록’을 방해하는 가장 근본적인 벽은 바로 ‘무엇을 기록해야 할지 모른다’는 점이라고 기술한다. 

학창생활 때 성적이 꼴등인 친구는 거의 변하지 않고 꼴등을 한다.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 조차도 모르기 때문이다. 혁신의 목표가 바로 서지 못하면 혁신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하지만 혁신의 가장 첫발 역시 마음에서 시작된다. 스스로의 문제점, 내가 몸담은 기관의 문제점, 마음과 노트에 적어 놓은 수많은 문제점이 어느 시점 홀연히 목표로 다가설 것이다. 문제점을 깨닫는 마음이 혁신의 시작인 것이다. 


나와 조직의 현실이 처한 문제점 그리고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해결 방법, 해결 이후 우리가 얻는 것, 잔잔한 혁신의 시작은 마음에서 물결치며 점점 파도를 이루게 된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언제나 마음 바닥에 돌처럼 가라앉아 있는 것-혁신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어떡하지? 만약 달성하게 된다면 그 다음에는…-변화를 맞을 때 즉각적으로 엄습해 오는 이러한 두려움을 쫓아내는 방법이 있다. 두려움을 머릿속에 남겨두지 말고 바로 기록하는 것, 기록을 통해서 걱정과 두려움이 분리되고 근심을 기록하면 비로소 그것은 현실적인 문제가 된다. 해결책은 근심이 현실적인 문제가 됐을 때에만 찾을 수 있다. 

크든 작든 한 가지 혁신의 목표를 세우고 모두가 한마음으로 시작할 때가 되었다는 것은 어떻게 알게 될까? 나폴레옹 힐은 “마냥 원하기만 하는 것과 원하는 것을 받을 준비가 된 것은 다르다”고 말했다. 그 둘의 차이점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작가는 사랑하는 배우자를 만나는 것이 인생의 목표이며 글쓰기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사람을 기적처럼 만나게 되는 글로리아의 예를 들어 그 의문에 대한 답을 제시했다. 원하는 것은 가능한 자세하게 묘사한다. 조직의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혁신을 통해 달성하고 싶다면 그 혁신해야 하는 이유와 목표로 설정한 것들에 대해 자세하게 묘사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혁신의 과정과 목표 그리고 그 주체는 완전한 한몸이 될 수 있다. 

 

매일매일 우리가 헤쳐 나가는 업무의 구조도는 마치 미로와 같다. 성공적인 목표에 이르는 길은 앞이 보이지 않는 뒷골목과 막다른 길로 점철되어 있다. 어떻게 하면 용기를 잃지 않고 혁신의 목표를 향해 정진할 수 있을까? 원하는 결과에 집중하면 가능하다. 어렸을 적 미로찾기 게임을 할 때 길을 찾기 힘든 경우 출구부터 시작해 거꾸로 찾아 나왔던 기억들이 있을 것이다. 

목표를 달성할 때도 이와 같은 접근법을 사용할 수 있다. 우리가 이뤄야할 혁신의 목표점을 생각하고 그 성과로 얻을 수 있는 많은 수확들을 생각한다. 그런 다음 어떻게 그 수확들을 열매 맺을 수 있는지 생각해 보라. 목표에 수반된 결과에 집중하다보면 혁신의 성과물들은 마치 축지법을 쓰듯 어느 순간 우리의 눈앞에 다가와 있게 될 것이다.


혁신의 가지와 뿌리가 뻗어 가려면 조직 구성원 모두의 성장통이 요구된다. 관절의 마디마디가 모여 조직의 뿌리가 되고, 줄기가 된다. 하지만 혁신의 마인드와 목표의식, 목표에 다가가는 방법론만으로는 혁신의 완성이 이뤄지지 않을 때도 있다. 때로는 원하는 것을 단념해야 할 때도 있는 것이다.

작가는 옷장에 걸린 옷마다 1번에서 10번까지 번호가 쓰인 포스트잇을 재빨리 붙인 후 3번보다 뒤의 옷을 버리거나 다른 사람에게 준다면 자신이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옷장에는 자신이 입고 싶어 했던 새로운 옷들로 틀림없이 가득 차게 될 거라는 이른바 ‘옷장 비우기’이론으로 이 과정을 설명했다.

원하지만 이룰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벌써 중간쯤 뛰어왔던 길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나의 길이 아니면 포기하여야 한다. 특히,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벽에 부딪혔을 때 이 방법을 사용하라. 결과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잠시 휴식하며 기다린다면 마음에 드는 새로운 옷들로 가득 찬 옷장처럼 새로운 에너지와 활력으로 혁신의 목표를 향한 창이 열리게 된다. 헬렌 하드셀은 이렇게 말했다. “실패란 없다. 단지 결과가 나타나는 것이 지연되고 있을 뿐이다.”


실제로 나는 이 책에서 권장하는 방법으로 나의 소소한 몇 가지 소원을 성취한 적이 있다. 도저히 이론적으로는 이뤄질 수 없는 상황의 바램들을 수첩에 빽빽이 적은 후 매순간 간절히 바라고, 기다려야 하는 순간은 기다리며 아픔과 기대의 시간을 보낸 후 약간의 오차가 있기도 했지만 내가 종이에 적은 것처럼 소원이 이뤄지는 경험을 한 것이다.

그래서 깨달았다. 진정 중요한 것은 마음이구나. 종이위에 글로 쓰는 것은 마음을 다지기 위한 의식의 일종이며 어느 선각자의 가르침처럼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이 마음으로 이뤄지는 것이로구나.

혁신의 목표와 방법은 그저 목표와 방법일 뿐이다. 그것의 중요도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보다 조금 더 중요한 것이 바로 우리 개개인이 마음마다 일어나는 혁신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마인드인 것이다.

초등학교 시절 연세가 지긋했던 6학년 담임선생님의 말씀이 이 책의 내용과 오버랩 되며 가슴을 헤집었다. “얘들아! 길거리에 떨어진 휴지 조각은 그것을 주워 휴지통에 버릴 마음이 있는 사람 눈에만 보인단다. 너희가 어떤 눈을 가질지의 여부는 스스로의 마음이 결정한다.”

처음 그렇게 버겁기만 했던 혁신은 아직 약간 떫은맛이 남아있긴 하지만 과즙이 향기로운 과실로 열리기 시작했다. 자! 떠먹여 주는 밥에 만족하는 밥벌이 공무원이 될 것인가, 과정은 힘들어도 향기로운 과일의 주인이 될 것인가? 그 답이 이 한권의 책에 담겨져 있다. 자신의 마음이 그 모든 것을 결정한다고….

*「종이 위의 기적 쓰면 이루어진다」: 헨리에트 앤 클라우저 지음, 한언출판사 펴냄, 2004년 9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