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맛있는 인생’이란 인터넷 블로그를 통해 소개됐던
서울 삼각지 근처 허름한 한 식당과 관련한 얘기를 간추린 내용이다.
그 식당은 온국수 한 그릇을 2천원에 판지 10년만인 최근에야
겨우 2천5백원으로 올릴만큼 무척이나 서민적인 집이다.
그런 서민적인 분위기에 주인 아주머니의 넉넉한 인심까지 더해
TV를 통해 ‘맛 집’으로 소개되기도 했던 명소라면 명소다.
내가 TV서 본 바로는 김해 대동할매 국수집 덕분에 이곳은 국수 골목이 되었다지요
이 식당을 소개했던 방송사 PD는 방송이 나간 후
40대 남자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그 프로를 봤던 시청자 중의 한 사람이었다.
흥분한 목소리로 두서없이 전하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한 남자가 15년전 사기를 당했다.
아내마저 떠나고 살 길이 막막한 채 용산역 근처를 배회하는 노숙자가 됐다.
배가 고파 인근 식당을 기웃거렸는데 쫓겨나기 일쑤인데다
심한 경우 개까지 풀어 혼쭐이 나기도 했다.
야박한 세상 인심에 눈물은 더 나오고 배고픔은 서러움만 더할 뿐이었다.
마침내 밥 값을 떼먹기로 하고 들어선 곳이 앞서 말한 아주머니가 꾸려가는 식당.
사내의 비루한 몰골을 보고도 아주머니는 얼른 자리에 앉으라고 권했다.
무척이도 배가 고팠던 이 사람, 국수 한그릇을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먹어치우는데
아주머니가 급하게 국수 그릇을 빼앗았다. 그리곤 국수 한그릇과 국물을 더 담아 주었다.
국수를 먹고 난 뒤 아주머니가 다른 국수를 삶는 사이 이 남자는 정신없이 뛰기 시작했다.
아주머니가 다급하게 나와 뭐라고 하는 것 같은데 우선 달아나기에 바빠 잘 들리지 않았다.
한참을 달아난 후 가만 생각해 보니
그 아주머니가 한 말은 “어디가. 거기 서. 돈 내놔”가 아니라
“그냥 가. 뛰지 말어. 다쳐요”였다.
그날 밤 그 사내는 어린아이처럼 울었다.
그리고 몸과 마음을 추스려 파라과이로 떠났다.
그리고 15년이 지나 이젠 꽤 큰 장사를 할만큼 돈을 벌었다.
그런데 TV에 그 식당이 소개되는 것을 보고 PD에게 전화를 한 것이다.
그 남자는
“저는 그 아주머니의 국수한 그릇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라고 말했다.
한 해 중 어느 때보다 자기 희생이 강조되는 시기다.
자기 희생을 통해 모은 양식으로 배고픈 사람에게
국수 한 그릇이라도 베푸는 정신이
더욱 빛나 보이는 시간이기도 하다.
글 출처:간이역 http://xn--s39ax2gfvbszn76fkymgsc.com/
국수가 먹고싶다
시인:이상국
사는 일은 밥처럼 물리지 않는 것이라지만
때로는 허름한 식당에서
어머니 같은 여자가 끓여주는
국수가 먹고 싶다
삶의 모서리에서 마음을 다치고
길거리에 나서면
고향 장거리 길로
소 팔고 돌아 오듯
뒷모습이 허전한 사람들과
국수가 먹고 싶다
세상은 큰 잔칫집 같아도
어느 곳에선가 늘 울고 싶은 사람들이 있어
문들은 닫히고
어둠이 허기 같은 저녁
눈물 자국 때문에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사람들과
국수가 먹고 싶다.
할매국수집 맛의 비결은 육수[멸치국물을 아끼지 않고 진하게 우려 낸다고함]
Claude Ciari - La Playa
(이상국 시인의 ‘국수가 먹고 싶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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