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민 논설위원 smlee@chosun.com 2007.09.17
- ▲ 이선민 논설위원
- 분당 샘물교회가 아프가니스탄에 보낸 대규모 봉사선교단이 탈레반에 피랍됐던 사건 이후 개신교계에 짙은 위기감이 감돈다. 피랍 43일 만에 인질 중 2명이 사망하고 21명이 풀려나면서 사건은 일단락됐지만, 개신교계는 이번 사태가 불러온 엄청난 후(後)폭풍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은 물론 샘물교회다. 봉사선교단의 무모한 행동에 대한 국민들의 비난에 노심초사하던 샘물교회는 사건이 끝난 뒤에도 인질 석방에 들어간 비용을 물어내라는 여론의 질책을 받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은 샘물교회 앞에서 비판 집회를 열었다.
샘물교회는 개신교계에서 공동체 정신에 충실한 교회 운영과 열성적인 사회봉사로 널리 알려진 곳이다. 서울 논현동에서 17년 동안 담임하던 교회를 스스로 떠나 샘물교회를 개척한 박은조 담임목사 또한 교파를 초월하여 주목받는 중진 목회자다. 그는 한국 개신교의 장래를 생각하는 목회자·평신도 지도자들과 폭넓은 유대를 맺고 있다.
개신교계가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그 때문이다. 일부 문제 있는 교회가 벌인 일탈행동으로 돌릴 수 없는 것이다. 모범적인 교회가 여론의 돌팔매를 맞는 상황은 개신교 전체를 돌아보게 만들었다.
개신교계에는 지금이 한국에 개신교가 들어온 이래 최대 위기라는 지적이 많다. 개신교 사정에 정통한 교계 언론인은 “한국 개신교가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인심을 크게 잃었다는 사실이 이번에 극명하게 드러났다”고 말했다. 샘물교회에 대한 비난 여론이 격화된 것은 개신교에 반감을 가진 사람이 생각보다 훨씬 많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 중견 목회자는 “교회 내부의 언어와 바깥 세상의 언어가 너무 다르다는 것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교회가 외부 사람들과 소통하는 데 오랫동안 소홀해서 이제 특수한 사람들이 거주하는 ‘게토’(ghetto)가 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한국개신교사를 전공하는 학자는 “개신교 신자가 소수였을 때는 오히려 보통 사람들과 정서·생각이 같았는데, 1970~80년대 비약적으로 성장하면서 국민들로부터 멀어졌다”고 지적했다.
개신교계는 이런 위기의식에서 출발하여 교회와 세상의 단절을 메우려고 적극 나서고 있다. 중진·원로 목회자들이 교회와 목회자의 반성·쇄신, 선교방법 전환을 촉구하는 성명을 잇달아 발표했다. 개신교 연합단체들은 자료집 발간, 합동회의, 심포지엄 등을 통해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주요 교단 책임자들과 사회 각 분야에서 일하는 평신도 지도자들은 곧 이번 사태가 개신교에 던진 충격을 어떻게 극복해갈지 토론을 벌일 예정이다. CBS TV는 24일 ‘한국 기독교, 세상과 어떻게 대화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교계 전문가들과 외부인사들이 참여하는 토론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이런 개신교의 자성(自省)은 찾아보기 힘들던 현상이다. 그동안 우리 개신교는 자신감과 자부심에 넘쳐 다른 종교와 집단에 대한 배려가 별로 없었다. 한 목회자는 “이번 일은 교회의 교만을 바로잡기 위해 하나님이 주신 시련”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개신교가 벌이는 모처럼의 자기 성찰을 조용히 지켜볼 때다. 일부에서 이번 사태에 대한 국민의 불만을 부추겨서 반(反)개신교 정서로 몰고 가려는 시도가 나타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지 않아도 개신교계 일각에서는 “드디어 순교의 피가 뿌려졌다” “우리가 잘못한 게 뭐냐”는 반응도 나왔다. 개신교에 대한 지나친 공격은 교회 내부에서 이들의 입지를 강화시켜 줄 우려가 있다. 이번 사태를 우리 사회의 종교 간 이해와 평화를 한 단계 더 성숙시키는 계기로 만들기 위해서는 이제 흥분을 가라앉히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
'교육자료 > 교회장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공감 관계를 맺는 가족 (0) | 2007.09.20 |
---|---|
진정한 믿음 (0) | 2007.09.19 |
적군 장교와 60년, 못 다한 사랑 (0) | 2007.09.18 |
70년대, 장발과 미니스커트 단속 (0) | 2007.09.17 |
모세와 출애굽 (B.C. 1527~1406) (0) | 2007.09.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