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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자료/잡학사전

[육아리포트] 아이와 노는 게 서툰 아빠들에게

차윤경 레몬트리 편집장  2007.09.09 22:04

  • 공개적으로 남편 흉을 좀 보려 한다. 맞벌이 부부로서 감당해야 하는 가사나 육아 분담에 대해 보수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남자는 아니지만, 남편이 유독 ‘요즘 남편’의 기준에 훨씬 미달하는 부분이 있다면 바로 아이와 놀아주기이다. 처음에는 왜 그렇게 아이들과 살갑게 놀아주지 못하는지 서운한 감정만 앞섰는데, 주위 엄마들 이야기를 들어 보니 우리 남편뿐만이 아니었다! 한국 아빠들, 물론 바쁘다. 하지만 주5일제도 정착된 마당에 그냥 시간이 없다는 핑계는 통하지 않는다. 안타깝게도 ‘마음은 굴뚝같으나 어떻게 놀아야 할지 전혀 모르는 게 한국 아빠들’이라는 게 나의 결론이다. 아이와 지내는 게 지극히 자연스럽고 아이와 노는 법을 태생적으로 습득하고 있는 엄마들로서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되지만 말이다.

    아이와 아빠 사이의 교감은 더 말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아이들은 엄마와 아빠를 모델 삼아 성적 정체성을 확립하고, 엄마 아빠와 고루 교류하면서 정서적 균형감을 얻는다.

    내가 남편과 아이 사이를 좁히기 위해 처음 시도한 방법은 몸 놀이이다. 성격 급하고 참을성 없는 아빠도 가장 쉽게 잘 할 수 있는 게 몸 놀이이기 때문이다. 그냥 “몸으로 놀아줘”라고 말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남편들에게는 구체적으로 보여주며 습득시키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나는 ‘아빠아빠 함께 놀아요’라는 그림책을 슬쩍 보여줬다. 아빠 등을 타고 등산하기, 아빠 기차 타기, 아이를 생선처럼 뒤집으며 요리하기 등 몸만 가지고도 당장 놀 수 있는 쉬운 방법들이 들어있다. 그림책을 본 남편은 금세 힌트를 얻었고 이후로는 독자적으로 개발한 몸 놀이까지 구사하기에 이르렀다.

    또 한 가지 방법은 취침 전 책 읽기를 아빠에게 일부 맡기는 것이다. 아빠가 훨씬 잘 읽는 책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우리 집에서는 동화책은 엄마가, 자연 관찰 책은 아빠가 읽어주기로 했다. 내가 읽을 때는 그렇게 지루하던 자연 관찰 책도, 남편이 읽으면 훨씬 생동감 있고 재미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빠의 낮은 목소리는 아이가 훨씬 더 잘 집중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이밖에도 아이 실내화 빨아주기, 목욕 함께 하기 등의 방법을 쓰면 아이들이 아빠의 정을 무럭무럭 느끼는 계기가 된다.

    여성가족부에서는 이달 16일 서울 여의도 63빌딩 앞에서 ‘최고의 프렌디(Friend+Daddy)를 찾아라’라는 행사를 연다. 역시 아이들에게 최고의 아빠는 ‘친구 같은 아빠’이다. 육아 분담뿐 아니라 교육적인 측면에서도 친구 같은 아빠는 오늘날 필수 덕목임을, 세상의 모든 아빠들 명심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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