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6개 시·도 교육위원회 의장이 27일 부산에서 “학력 신장을 위한 단위학교와 시·도교육청의 자율적 운영권 보장을 촉구”한 것은 만시지탄이지만 신선한 충격이다. 특히 노무현 정부가 “33년된 평준화 정책을 고수함으로써 수월성 교육을 약화시켜 결국 국가경쟁력을 저하시키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한 것은, 노 대통령은 물론 차기 대선에 출마하는 대통령 후보들이 경청해야 할 대목이다. 평준화 정책이 성공적이라면 왜 교육위원회 의장들이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겠는가. 공교육이 사교육에 밀려 국민에게 고통을 안기고 있고, ‘평준화는 평둔화(平鈍化)’로 국가경쟁력을 좀먹고 있기 때문이지 않겠는가. 동북아시아의 한국 중국 일본 3국 중 유일하게 한국만이 평준화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이 왜 평등교육정책을 지양하고 경쟁교육정책을 채택하고 있을까. 그들은 교육평등정책이 오히려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사회적 자본 형성을 가로막으며, 궁극적으로 국가경쟁력 제고에 치명적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교육에 경쟁 요소를 도입하고 있다. 중국·일본의 집권 세력들은 알고 있는 사실을 한국의 집권 세력들은 정말 모르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알고 있으면서도 표가 적게 나올 것이라는 계산으로 모른 체하고 있는 것일까. 첫째, 교육평등정책은 왜 불평등을 심화시키는가. 천차만별의 수준 차이가 있는 학생들을 같은 교실에서 가르치게 되면, 교사는 구조적으로 중간 수준의 학생에 맞춰 수업을 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중간 수준이 아닌 상위권 학생과 하위권 학생들은 수업에서 소외된다. 평준화된 공교육에서 소외된 학생들이 사교육을 접할 때 작용하는 요소가 부모의 경제력과 정보력이다. 경제력과 정보력이 있는 부모를 둔 아이들은 보다 나은 사교육을 받는다. 부모의 경제력과 정보력이 없는 아이들은 사교육에서도 소외된다. 이때 나타나는 교육의 부익부빈익빈(富益富貧益貧) 현상이 결과적으로 불평등을 심화시킨다. 둘째, 교육평등정책은 왜 사회적 자본 형성을 저해하는가. 사회적 자본은 국가발전의 원동력이다. 교육평등정책은 학교 간의 경쟁체제를 소멸시키고 개인간의 경쟁체제를 도입하여 “내 자식만 잘되면 그만”이라는 이기주의를 만연시키고 있다. 뿐만 아니라 획일적인 내신제도의 도입으로 같은 반 친구를 적으로 만드는 학교 문화를 태동시킨 것은 비교육적이요 반사회적이다. 학교가 경쟁적으로 학생들을 가르쳐야 공교육이 활성화됨에도 불구하고, 사교육으로 학생들을 내모는 교육평등정책은 공교육을 통한 사회적 자본 형성을 가로막고 있다. 셋째, 교육평등정책은 왜 국가경쟁력 제고에 치명적인가. 기업은 구인난인데 대학 졸업생은 구직난이다. 쓸 만한 인재가 없기 때문이다. 쓸 만한 인재는 수월성 교육을 해야 구할 수 있다. 세계 1위를 자랑하는 한국의 대학진학률 83%는 공교육의 질 관리를 통한 학교와 노동시장의 시스템 적합화를 포기한 평등주의 교육정책의 산물이다. 4년제 대학 졸업자의 취업률이 56%밖에 안 되는 것은 경제정책이 실패한 탓도 있지만, 타율적·획일적 교육평등정책의 실패 탓도 있다. 국제적으로 경쟁해야 하는 기업은 경쟁력이 없는 인재는 채용하지 않는다. 경쟁력 있는 인재 양성은 다양성과 자율성이 보장되는 교육경쟁정책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 이와 같이 경쟁을 죄악시하는 교육평등정책은 국가경쟁력 제고에 치명적이다. 교육평등정책은 겉으로는 평등해 보이지만 속을 보면 국민을 더욱 불평등하게 만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땅의 정치지도자들은 평등이 아닌 경쟁, 규제가 아닌 자율, 획일성이 아닌 다양성을 존중하는 교육정책으로 국민의 교육요구를 충족시킬 책무가 있다. 그 길이 국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국가경쟁력을 제고하는 길이다. [[권대봉 / 고려대 교수·교육학]] 기사 게재 일자 2007-08-30 |
'정책 > 교육정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국 조울증 심각 (0) | 2007.09.05 |
---|---|
학업성취도의 개념과 이해 (0) | 2007.09.02 |
과학경쟁력 2012년 세계 10위 달성 (0) | 2007.08.27 |
[스크랩] 우리 아이가 최고 (0) | 2007.08.23 |
명품교육에 대한 소고 (0) | 2007.08.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