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교육자료/잡학사전

로봇에게도 수면이 필요하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케크 응용 생명과학 대학원(Keck Graduate Institute of Applied Life Sciences)교수인 크리스토프 아다미(Christoph Adami) 박사는‘로봇은 무엇을 꿈꾸는가? (What Do Robots Dream Of?)’라는 최근의 논문(Science vol.314.no. 5802,pp.1093-1094)에서 로봇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수면과 같은 얼마간의 휴식 시간을 갖는게 좋다는 연구결과를 실었다.

최근 꿈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인간에게 있어 수면 상태는 단지 잠재의식적 유희(Subconscious entertainment)이상임을 시사한다. 수면은 사람이 하루에 일어난 사건들을 이해하고 정리할 수 있도록 하고, 중요한 사건이나 관심사를 뇌 속에 장기간 저장하는 메커니즘을 제공하는 것으로도 보인다. 또한, 어떤 기술을 습득하는 데에도 수면이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면, 어떤 기술을 새로 익힌 사람이 수면을 취했을 때 동일한 기술 습득 후 수면을 취하지 않은 사람에 비해 그 기술에 있어 더 능숙함을 보였다.

크리스토프 아다미 박사는 만약 로봇이 탐색 정지상태와 문제나 장애물에 대해 집중하는 상태를 교대로 갖는다면 마치 수면이 사람에게 이로움을 제공하는 것처럼 로봇에게도 유용할 것으로 추정한다.

사람의 수면에서 영감을 얻은 알고리즘이 어떻게 로봇 분야에서 적용될 수 있을까? 로봇이 하루 동안 풍경을 탐사하며 시간을 보내던 중 어떤 장애에 봉착했다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 로봇은 밤새 하루 동안의 행동을 재생시켜 환경에 대한 모델을 유도해 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모델을 기초로 하여 로봇은 장애물을 극복할 수 있는 행동을 합성하게 되고, 해당 장애물을 가장 잘 이해하고 극복하도록 하는 동작을 시도하게 된다. 그리하여 로봇은 성공을 향한 전략을 꿈꾸게 되고, 아침에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갖고 장애물에 접근하게 될 것이다.

로봇 소프트웨어 설계자들은 상황에 대한 파라미터뿐만 아니라 로봇 스스로에 대한 내재화된 모델을 로봇에게 제공할 수 있다. 그리고 로봇은 수면과 같은 상태에서 다른 상황을 탐색할 수 있으며, 이러한 상황에서 해법을 찾을 때까지 다른 파라미터들이 변형되고 과장될 수 있다.

미국 코넬대(Cornell University)의 조쉬 봉가드(Josh Bongard),빅터 지코프(Victor Zykov), 호드 립슨(Hod Lipson)이 만든 불가사리 로봇(Starfish robot)이나 미국 캘리포니아의 연구그룹 애니봇(Anybot :http://anybots.com/)이 설계한 덱스터(Dexter) 로봇은 자체 학습 및 자체 인식이 가능한 로봇으로, 이러한 수면 전략을 적용할 최적의 장소가 될 것이다.

▶ 새로운 환경에 스스로 적응하는 불가사리 로봇

불가사리를 닮은 4개의 다리를 가진 코넬대의 불가사리 로봇은 보행 중 손상된 곳을 스스로 탐지하고 이에 반응하여 보행 형태를 변경시킬 수 있다. 이 로봇은 관절에 설치된 기울기 센서와 각도 센서를 이용하여 자체 움직임을 추적한다.

초기에 이 로봇은 자신이 어떻게 조립되었는지 알지 못한다. 자체 구조에 대한 내부 모델을 만들기 위해 로봇은 센서를 모니터링하면서 모터에 신호를 보내는 과정을 갖는다. 이렇게 모은 정보는 자연선택(Natural selection) 방식을 디지털로 구현한 유전 알고리즘 (Genetic Algorithm)이라 불리는 최적화 프로그램으로 보내진다. 이런 과정을 통해 로봇은 스스로 어떻게 조립되었는지를 터득할 수 있다.

이러한 학습과정을 통해 로봇은 다른 유전 알고리즘을 이용하여 다른 동작을 생성해낼 수 있다. 각각의 가능한 동작을 시험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므로 로봇은 내부 모델링을 통해 여러 가능한 움직임 중 어떤 것이 가장 효과적인지 결정한다. 예를 들면, 연구자들이 로봇의 다리 중 하나를 짧게 만들었을 경우 로봇은 내부 모델을 이용함으로써 빠른 시간 내에 그 동작을 좀 더 효과적으로 적용시킨다.

이러한 방법의 장점은 상황이 바뀔 때마다 로봇이 항상 스스로 다시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리가 하나 손실되면, 로봇은 처음에 비틀비틀 걷게 된다. 그 후, 다리의 이곳저곳을 잡아당기는 몇 번의 실험을 거치게 된다. 그리고 때때로 오랜 시간에 걸친 생각 끝에 정착하게 되고 자신의 몸통에 대한 개정된 모델을 포함하는 새로운 코드로 진화하게 된다.

▶ 스스로 배워서 걷는 덱스터 로봇

미국 캘리포니아에 기반을 둔 한 연구그룹이 개발한 인간형 로봇 덱스터(Dexter)는 스스로의 학습을 통해 걸어다니고 궁극적으로는 달리기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덱스터는 처음으로 서는 방법을 터득한 후 단지 며칠 만에 첫 걸음마를 떼었다. 덱스터의 설계자들은 이 덱스터 로봇이 기존의 상용로봇과는 달리 시행착오를 통한 학습 능력이 있다고 밝혔다.

덱스터 로봇은 3명의 공학자로 구성되어 학습 로봇을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독립적인 연구 그룹인 애니봇(Anybots)이 지난 6년간 연구한 끝에완성한 것이다.

설립자인 트레버 블랙웰(Trevor Blackwell) 박사는 처음 이 연구를 시작할 때 덱스터의 보행 동작이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매우 일반적인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었다고 전했다.

덱스터의 첫 보행 시도에서 덱스터는 일어서지도 못한 채 넘어졌다. 덱스터는 관절의 위치, 일어서자마자 발에 미치는 힘, 사람 몸의 평형감각을 담당하는 사람의 내이(Inner ear)에 해당하는 기능 등을 포함하여 200여 개의 여러 데이터를 초당 100번에 걸쳐 기록한다. 덱스터는 이러한 정보를 분석하여 동작을 수정한다.

혼다(Honda)의 아시모(Asimo)와 같이 현재 시장에 출시된 보행 로봇들은 전원을 켜기 전에 설계자들이 해당 로봇의 동작을 미리 프로그래밍한다는 점에서 덱스터와 다르다고 트레버 블랙웰 박사는 밝혔다. 트레버 블랙웰 박사는 사람들이 방호복(Protectiveclothing)을 입고 수행하는 작업을 대신하는 덱스터를 개발하고자 산업체에 제안하고 있다. 그의 목표는 특정한 프로그래밍을 필요로 하기보다는 사람이 하는 것과 같이 여러 환경과 역할에 적응할 수 있는 로봇을 설계하는 것이다.

덱스터는 실제 작업에 투입되기까지 회유와 자기동기부여 등 어린아이의 성장과정과 비슷한 과정을 거쳐야한다. 개발자들은 덱스터에게 항상 새로운 작업을 하도록 설정해 주고 있으며, 덱스터의 트레이너 역할을 하고 있다. 애니봇은 덱스터가 몇 개월 내에 스스로 달릴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만약 이것이 가능하다면 아시모(Asimo)의 뒤를 잇게 된다. 아시모는 2년여 전에 가속기술을 습득하여 시간당 3km로 달릴수 있는 일본의 로봇이다.

이처럼 불가사리 로봇과 덱스터 로봇이 가진 자체 학습 및 자체 인지 능력은 새로운 환경에 스스로 적응하고, 물체가 손상된 상태에서도 동작할 수 있는 로봇을 제작하는 데 근본이 된다. 이것은 로봇공학자들이 점점 복잡한 장치를 제작하는 수고로움을 줄이고, 로봇을 더욱 정교한 시스템으로 만드는 데 핵심 기술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로봇이 장애물이나 자체 손상과 같은 어려운 일에 부딪혔을 때, 인간의 수면 기능과 유사한 휴식 시간을 통해 다른 상황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탐색할 시간과 여유를 가짐으로써 이를 극복할 수 있게될 것이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2007.04.11 ⓒScience 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