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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관리/CEO

CEO가 말하는 팀장 리더십

정직·열정·일관성·솔선수범 4박자 갖춰라
 
세종문화회관에 전문경영인 취임으로 세간의 관심을 모았던 김주성 사장은 언제나 에너지가 넘치는 CEO다. 변화와 혁신의 대표 모델로 꼽히는 김 사장은 “리더십은 팀장이든 신입사원이든 그 근본은 다 같은 맥락”이라며 리더십은 꼭 팀장만 키워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나 핵심 인력인 것만은 틀림없기에 팀장의 리더십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Editor_조현영/ Photographer_김정연
 
Q 리더십에 대한 관심이 하루가 다르게 커지는 가운데 팀장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A 군 시절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소위 ‘스리 스타’이신 분들이 ‘소대장 시절이 좋았다, 연대장 시절이 좋았다’는 말입니다. 그때는 그 말뜻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코오롱 근무시절 전무, 부사장, 사장, 부회장을 역임하면서 비로소 무슨 말인지 알겠더군요. 기업이든 어느 조직이든 실전에서 일하고 힘을 갖고 중심이 되는 계층이 바로 팀장이라는 것이지요. 핵심 인력이 진두지휘를 해야 조직의 변화나 혁신이 일어나는 겁니다. 지시를 내리기에는 위치가 높을수록 좋지만 일선 책임자로서 생각과 행동을 같이 하는 자리가 바로 팀장입니다. 문제해결 능력도 갖추고 있고 어그레시브(aggressive)하게 움직이고 뛸 수 있으며, 조직의 허리 역할을 하기 때문에 그 중요성이 크다고 봅니다.

Q 팀장이 갖춰야 할 덕목은 무엇이 있습니까.
A 이 점을 말씀드리기 전에 리더십은 그냥 하나라고 봤으면 합니다. 팀장 리더십 따로 있고 신입사원 리더십 따로 있는 게 아니라고 봅니다. 리더십을 발휘하는 사람이 곧 리더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제가 말씀드리려 하는 이 덕목이 팀장에만 국한되는 덕목은 아니겠고요.
팀장이 갖춰야 할 덕목이라면, 일단 팀장은 일관성, 정직성, 솔선수범, 열정 이 4가지가 기본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거기에 팀원들보다는 전문성을 갖춘 지식을 겸비해야겠지요. 특히 4가지 지침 중 솔선수범은 ‘헌신’과 일맥상통합니다. 옳은 일을 섬기고 모범을 보이는 사람을 어떻게 따르지 않을 수 있나요. 저는 이런 마인드로 비전을 전달할 때 더 정열적인 목소리와 힘찬 액션을 사용합니다. 팀원들에게 기(氣)를 불어넣어 함께 뛸 수 있는 에너지를 갖추도록 독려하지요. 기본 덕목에 팀장 자신만의 개인기 하나쯤 더 보유해두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Q 그렇다면 팀장의 역할은 어떻게 정의할 수 있는지요.
A 리더는 조직에 팔로워가 없어도 좋은 생각, 조직에 발전을 가져올 아이템을 갖추고 있으면 생존할 수 있습니다. 팀장이 꼭 리더는 아니지만 조직구조로 봤을 때 임원진들의 수많은 의견을 수렴하고 그들의 마인드를 이해할 수 있는 안목과 팀원들의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재구성해 노련한 경륜으로 이끌어내는 알파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합니다. 신입사원이 오너의 정책이나 조직의 목적을 알겠습니까. 그것을 간파할 수 있는 대상이자 가장 액티브(active)하고 정열적으로 일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게 바로 팀장이에요.

Q 팀장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자질이 부족한 팀장들도 많다는 지적입니다. 팀장들의 의식 고취가 필요하다는 얘기인 것 같은데요.
A 팀장이 로열티나 주인의식이 없다는 것은 조직이 망하는 지름길입니다. 대부분의 일처리는 팀장과 팀원들이 회의해서 만들어진 것을 보고하는 형태입니다. 해당 조직에 맞는 비전과 목적이 무엇인지 잘 간파해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통찰력이 필요한 사람은 CEO가 아닙니다. 바로 팀장이지요. 건전한 조직은 고위 관리자들의 정책을 수렴하고 팀원들이 현장에서 몸으로 부딪쳐 알아낸 현안을 잘 조합해내는 능력을 팀장이 얼마만큼 갖췄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팀장의 위치에 앉았다고 해서 저절로 팀장이 되는 게 아닙니다. 팀장은 자신이 바로 회사를 이끄는 주역, 주인이라는 생각으로 큰 흐름과 방향대로 일해야 제대로 된 팀장 문화를 꽃피울 수 있습니다.

김주성 사장은 학사장교(ROTC) 출신으로 대학시절부터 이미 남들보다 리더십을 실전에서 펼칠 기회가 많았다. 1973년 코오롱상사에 입사해 핵심 파트에서 업무능력을 기르며 대표이사, 부회장까지 역임한 후 전문경영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세종문화회관 사장으로 취임했다. 예술인은 아니지만 예술분야를 전문성 있게 키워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
김 사장은 발전하는 조직의 그림을 그릴 때 “팀장과 팀원이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Q 김 사장님의 팀장 시절은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CEO들의 평균 나이를 감안해볼 때 승진이 매우 빨랐다고 할 수 있는데요. 팀장 때 남다른 비결이라도 갖추고 계셨을 듯합니다.
A 저에게 팀원, 팀장, CEO 시절을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봐요. 저는 항상 제가 속한 조직을 리드하려고 했고, 또 그래왔던 것 같습니다. 무조건 나서거나 감투에 욕심을 냈다는 것이 아니라 말단사원이지만 그때도 팀장의 마인드로, 아니 그 이상의 마음가짐으로 임해왔다는 얘깁니다. 팀장이라는 제도적 위치의 리더가 있다면 실제 그 조직을 리드하는 리더는 다른 사람일 수도 있다는 거지요. 가정에서 술만 먹고 가족을 먹여 살릴 능력이 없는 아버지가 있다고 칩시다. 대신 막내아들이 생계를 유지하고 집안의 대소사를 처리한다면 누가 그 가정의 리더일까요. 저는 항상 제 자신이 리더였다고 자부합니다. 무슨 일이든 팔 걷어붙이고 일했어요. 남들이 꺼리는 일들도 마다하지 않고 책임지고 나서니 눈에 띌 수밖에 없지 않았나 싶어요. 암만 똑똑해도 몸 사리고 일하는 직원과 거침없이 뭐든 해보겠다는 직원 중 누구를 선택할 것 같나요. 저는 공식적으로 주어지는 팀의 업무에 신바람이 났어요. ‘주인이라고 생각하자’가 아니라 나 자신을 ‘오너’라고 착각하고 살았지요. 뭐든 목숨 걸고 죽을 듯이 달려듭니다.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더라도 자신이 뒤처지는 이유가 있습니다. 아마 제자리에 맴돌며 주춤거리고 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그 정도의 열정이 없다면 팀장, 진정한 리더는 될 수 없지요.

Q 말 안 듣는 팀원을 다스리는 노하우라도 있습니까. 사실 세종문화회관CEO로 부임 직후 조직문화를 바꾸기가 수월하진 않았을 텐데요.
A 다들 피하는 일에 관해선 만반의 준비를 하고 덤빕니다. 왜 예상하지 못했겠습니까. 저를 곱게만 봐주지 않을 것이라는 리스크를 이미 예상하고 있었지만 피하진 않았습니다. 저를 못마땅해하는 사람들이 저에게 아무 말 못 하게 만드는 것은 내가 열심히 하면 된다는 거였습니다. 상대보다 더 열심히 일하고 성과를 내다 보니 그들의 마음도 점점 돌아섰다고 해야 할까요. 분명 지금도 불평불만이 많은 직원들이 있을 테지요. 하지만 일관된 모습으로, 정직하게, 솔선수범하며, 열정적으로 움직인다면 반드시 합심하게 될 것이라 믿습니다. 팀장이라고 해서, 오너라고 해서 할 일을 미루거나 태만한 모습을 보인다면 어느 누가 그를 리더로 대우해줄까요. 또 현실에 안주하고 있는 직원들에게 긴장감을 심어주는 데 주력했어요. 어제와 같은 오늘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란 의식을 버리라고 강조했고, 또 지금도 마찬가지지요.

Q 마지막으로 가장 이상적인 팀장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고, 그렇게 되기 위한 방법이 궁금합니다.
A 팀장은 개인 혼자의 역량이 ‘1’이라면 ‘1’의 역량을 모아 100을 만들 수 있어야 합니다. 여기서 더욱 중요한 것은 ‘1’의 역량을 100가지 모아서 100만큼만 내는 것이 아니라 100의 역량이지만 1,000이 될 수 있게끔 만드는 것도 팀장이 할 일입니다. 그래야 신바람 나는 조직문화가 만들어집니다. 우리나라 문화에서는 ‘스킨십’ 리더십이 하나 더 추가돼야 할 것 같은데요. 친근함과 정을 중시하는 문화라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또 사기 진작을 위해 ‘격려’의 도구를 쓰는 게 중요합니다. 개인마다 칭찬을 원하느냐, 동기부여를 원하느냐, 인센티브를 원하느냐 등 각기 다른 취향에 맞춰가며 기를 업(up)시켜야 합니다. 하지만 격려와 함께 ‘지적’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납득이 가는 지적으로 긍정적인 자극을 줘야 조직이 이상적으로 굴러갈 수 있어요. 팀장의 역할이 가장 활발하게 돌아간다면 조직이나 기업에서도 훌륭한 오너 한 사람보다 더 큰 발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랍니다.
유능한 팀장, 아니 리더라고 표현하는 게 더 맞을 듯하네요. 리더는 상대방에게 도움을 줄 때 성공할 수 있지요. 옳은 일이라 할지라도 리더 자신의 이익을 위한 일이라면 팀원은 리더를 신뢰하지 않을 뿐 아니라 헌신도 기대하기 힘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