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천석· 주필 2007.04.26
- 강천석·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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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에 올 것이 왔다. 오뉴월 난데없이 내린 서리가 아니다. 그런데도 뜻밖이란 소리가 있는 모양이다. 이치에 닿지 않는 이야기다. 엊그제 일본 도요타자동차가 미국 GM을 세계 자동차 왕좌(王座) 자리에서 밀어냈다. 1931년 이후 76년 만의 일이다. 여기 대고 이변(異變)이란 단어를 입 밖에 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GM이 밀려날 이유가 버틸 수 있는 이유보다 훨씬 더 많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또한 마찬가지다.
한나라당 정당 지지율은 50%를 웃돈다. 한나라당 대선 예비후보 이명박·박근혜의 지지율 합계도 70%를 넘나든다. 이 판에 ‘어찌 이런 일이?’라고 한탄할는지도 모른다. 모르시는 말씀이다. 한나라당 지지율을 떠받쳐준 최대 응원 세력은 국민이 아니다. 준 것 없이 밉살스럽다는 낙인(烙印)이 찍혔던 열린우리당이다. 이명박·박근혜 경우도 다를 게 없다. 대통령이 없었더라면 지금 이명박·박근혜도 없다.
이번 선거는 한나라당의 최대 응원군이던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이 사실상 사라진 이후 치러진 첫 선거다. 그 선거에서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모습이 자취를 감추자 한나라당은 맥없이 주저앉고 말았다. 한나라당이 편안한 등받이로 여겨온 이명박·박근혜에 대한 지지율은 지지도(支持度)라기보다 지명도(知名度)에 가깝다. ‘좋아한다’는 ‘호감지수(好感指數)’가 아니라 ‘싫어하지 않는다’는 뜻이 더 짙다. 잘나가던 무렵의 김대중·김영삼도 자기 텃밭만 벗어나면 헛스윙을 휘두르다 번번이 엉덩방아를 찧곤 했다. 사정이 그럴진대 이명박·박근혜가 그 지지율로 남의 안 마당에서 누구를 당선시키거나 낙선시킬 도리가 없다.
무서운 건 국민이다. 국민은 늘 심판 대상을 찾는다. 국민은 2005년 이후 4차례 재·보선을 통해 한나라당에 표를 모아주는 걸로 오만하고 무능한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을 심판했다.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이 시야(視野)에서 사라지는 순간, 다음 심판대에 오를 상대는 한나라당과 이명박·박근혜 두 예비후보 말고는 달리 없다. 그런 참에 당(黨) 안에서만 이기면 당 밖 승리는 받아놓은 밥상이라고 찧고 까불던 오만(傲慢), 불과 4년 전 ‘차떼기 정당’이란 불도장이 찍히고서도 공천과 돈다발을 맞바꾸는 파렴치(破廉恥)가 딱 걸려든 것이다.
패인(敗因)은 그것만이 아니다. 며칠 전 미국 투자은행 모건 스탠리는 프랑스를 ‘유럽의 새로운 환자(New Sick Man of Europe)’로 진단했다. 1960~1970년대의 ‘영국병’, 1990~2000년대의 ‘독일병’에 이어 ‘프랑스병’이 바통을 넘겨 받았다는 것이다. ‘적게 일하고 많이 받고’ ‘일찍 은퇴해서 일찍 연금 받고’ ‘한번 밥벌이를 영원한 밥벌이로’라는 거짓 약속과 표(票)를 맞바꿔온 어른들 탓에 애꿎은 프랑스 젊은이 200만명이 일거리를 구하러 영국과 아일랜드를 떠도는 신세라는 스토리다.
요즘 한나라당이 연금법에서 대북정책까지 건건(件件)이 열린우리당 흉내를 내는 걸 보면 프랑스 이야기가 남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진짜 보수는 ‘쓴 약(藥)이 몸에 좋다’는 걸 상표(商標)로 하고, 사이비(似而非) 진보는 ‘사탕은 몸에 좋다’는 선전구호로 먹고사는 법이다. 한나라당은 이 영업원칙을 뒤집고 자기네 약국에선 ‘약과 사탕’을 함께 팔겠다는 것이다. 그래 봤자 ‘약은 약국에서, 사탕은 사탕가게에서’ 사기 마련이고, 단골손님만 돌아설 텐데 책상물림 얼치기 선거전략가가 알 턱이 없다.
국민은 이명박과 박근혜를 40년 전 상고머리 청년 건설회사 사장과 단발머리 소녀 시절부터 흑백(黑白) 사진틀 속에서 봐왔다. 그런 두 사람이 ‘싱싱한 미래(未來)’는 다 어디다 두고 ‘경부운하’ ‘한·중 열차페리’ 같은, 언젠가 들은 듯한 ‘한물간 미래’를 손에 든 채 매달릴 때 국민은 당혹스러웠다. 그 틈새를 비집고 ‘호남당’ ‘충청당’ 같은 썩은 옛 등걸에 다시 새 순이 돋고 여권(與圈)의 지역구도 전략도 본격적 기지개를 켜기 시작 했다.
이명박 박근혜는 ‘올 것이 왔다’는 심판을 선고(宣告)가 아니라 경고(警告) 형식으로 미리 귀띔 해준 국민에게 정말로 고마워해야 한다. 오늘 국민의 혀 차는 소리를 다가오는 12월 19일을 향한 분발(奮發)의 메시지로 바꿔갈 수 있을지는 오로지 이명박과 박근혜의 자기 혁명여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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