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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관리/CEO

작은 기업의 잇점

경영에서는 기업의 규모가 작으면서 독립성이 큰 경우에, 약자에게 유리한 상황이 만들어진다.

예를 들어 상품과 광고에 관한 아이디어가 머리에 떠오르면 이를 즉시 현실화 할 수도 있다.

그리고 작은 기업들에게는 독립성이 무기가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로지텍은 주변 기기만 신경 쓰면 되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수천 개의 분야에 신경을 써야 한다. 결론적으로 몸집이 큰 거인은 전문화하기가 어렵다. 왜냐하면 전문화하면 거인의 몸집을 먹여 살리기에는 매출이 너무 적기 때문이다. 반면 약자는 강자에 비해 잃을 것이 많지 않으므로, 경영에서도 좀 더 과감하게 리스크를 감수할 수 있다.

 

작은 몸집이 오히려 유리하다: 로지텍 vs 마이크로소프트

 

70년대 말, 스위스 출신의 컴퓨터광 보렐은 미국의 스탠퍼드 대학에서 어떤 기기를 접하게 된다. 이 기기는 이미 1964년에 발명되었으나 당시 알려지지 않은 것으로, 훗날 컴퓨터 마우스라고 알려진 제품이었다. 보렐은 마우스를 이용해 인터넷의 전신인 ARPA- Net을 서핑하는 학생들을 보다가 이 기기의 장점을 금방 알아차렸다.
스위스로 돌아온 보렐은 직접 컴퓨터 마우스를 만들기 시작했다.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하드웨어는 그곳의 시계 회사에 제작을 의뢰하였으며, 자신이 개발한 제품을 시장화하기 위해 이탈리아 출신의 피에루지 사파코스타와 함께 회사를 설립하였다. 회사 이름은 로지텍(Logitech)이라고 했다.

최초의 모델은 형편없었다. 세 개의 단추가 달린 반구 모양의 투박한 물건으로 가격도 3백 달러나 했다. 가격 대비 성능이 맞지 않은 이 제품은 실패작이 되었고, 회사는 최초의 위기를 맞았는데, 다행히 컴퓨터 마우스 시장이 그가 개발을 시작한 후 서서히 형성되기 시작하여, 1984년 애플, IBM 같은 컴퓨터 제조 회사들이 실용적인 입력 장치인 마우스를 도입하고자 로지텍에 대량 주문을 했다.

보렐과 사파 코스타는 농가를 개조해 최초의 생산 시설을 세웠다.


로지텍의 두 번째 위기는 하필이면 PC 시장이 한창 붐을 타고 있던 1994년에 왔다. PC 생산자들이 점점 극동 아시아산 저가 부품을 사용했기 때문이었다. 보렐은 일단 아일랜드 공장을 처분하여 저임금국가인 중국에 공장을 세우고, 수백 명의 직원을 해고한 후 마케팅과 판매 부서를 신설하는 방법으로 다시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 이후 로지텍은 컴퓨터 생산업체에 대한 종속성도 줄였고, 소매부문이 차지하는 비율을 매출의 절반까지 올렸다. 로지텍의 가격 정책 역시 훌륭했는데, 로지텍의 제품 가격은 업계 평균보다 높았다.


그런데 1997년 다시 세 번째 위기를 맞게 된다. 로지텍은 로지텍 스캐너 부분을 인수하려던 회사가 파산하자 수백만 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게다가 여러 제품의 판매가 저조하면서 뜻하지 않게 매출이 감소하여 수익도 현저히 줄어들었다. 이런 위기 중에 애플에서 마케팅 전문가로 일하던 구에리노 데루카를 CEO로 영입하고, 포트폴리오를 새로 구성하고 디지털카메라 생산업체인 콘네틱스(Connectix)도 인수한 후에 로지텍은 한층 더 강해져서 위기를 탈출했다. 무선 마우스와 무선 키보드의 붐이 로지텍을 다시 일어서게 만들었다.


한때 외양간에서 출발한 스위스 기업의 성공 배경에 대해 여러 가지 분석이 많다. 예를 들어 독일판 <파이낸셜 타임스>는 스위스인의 철저함과 미국인의 마케팅 철학을 성공 요인으로 꼽았다. 아울러 전자 유통업체들과의 좋은 인맥 이외에도 로지텍의 창업자 다니엘 보렐의 알뜰함도 눈에 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로지텍이 대기업이 손대기에는 너무 작지만, 중소기업이 하기에는 꽤 괜찮은 틈새시장을 발견했다는 사실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여러 관점에서 로지텍에게 저주이기도 하지만 축복이기도 하다. 소프트웨어 시장의 독보적 존재인 마이크로소프트는 주변 기기에 대한 수요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다시 말해 마이크로소프트가 신규시장을 열어 놓으면 로지텍에게 떨어지는 떡고물이 만만치 않다는 이야기다. 아울러 마이크로소프트가 절대적 우위를 차지하다 보니 많은 컴퓨터 사용자들이 마이크로소프트를 싫어하는 것도 로지텍에게는 유리하게 작용한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아니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로지텍을 선택하는 고객들도 있다는 것이다.

참조: 1등 기업을 무너뜨린 마케팅 전략 33, 클라우스 슈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