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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관리/처세술 및 코칭

쿨비즈+크리에이티브' 효과 일석이조

 
 

 ‘쿨비즈+크리에이티브' 효과 일석이조

넥타이를 풀면 체감온도가 2도 내려간다. 넥타이를 매지 않는 것만으로도 에어컨 전기료를 연간 954억원 아낄 수 있다. 때 이른 무더위 속에 관공서와 기업 등에서  ‘쿨비즈(Cool Biz) 운동'이 한창이다.

하지만 쿨비즈 운동만으로 쿨하지 못한 직장 분위기가 시원해질 리 없다. 넥타이를 풀게 한 건 더운 날씨가 아니었다. 넥타이에 묶인 목을 해방시키자 크리에이티브가 살아나기 시작한 것이다. 기업들의 노타이 문화는 단순한 냉방비 몇 푼 절약만으로는 따질 수 없는 ‘깊은 뜻'이 숨겨져 있다.



▲ 넥타이, 획일성의 상징=샐러리맨은 ‘넥타이 부대’라는 말처럼 넥타이는 직장인의 상징이다.

 


넥타이는 한 조각의 천에 불과하지만 그 의미는 간단치 않다. 모두가 똑같은 것을 매고 있다는 획일성, 여성성이 결여된 남성 중심의 문화, 그리고 상명하복식의 권위적인 문화의 상징이다.

패션 소품이지만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장식이 아니다. 직장인이라면 당연히 목에 넥타이를 매야만 한다. 넥타이는 곧 개성을 잃고 똑같은 조직인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해철 시인이 ‘넥타이'란 시에서 ‘이렇게도 인생을 묶으며 살아 왔다'라고 읊조릴 때 넥타이는 획일화, 이에 따른 창의성 상실, 구속의 상징이 된다.

기업도 권위 파괴를 위해 넥타이를 버리는 파격을 시작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만이 성장의 엔진이라고 판단한 기업들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위해서라면 버리지 못할 것이 없었다. 그 첫걸음이 넥타이다.


광고·IT업계서 대기업으로 확산


노타이는 권위적이고, 획일적이며, 남성적인 기존의 기업문화를 버리는 상징적 행위다. 이것은 창의성을 중요시하는 광고업계, IT업계, 외국계 기업에서 시작돼 대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

크리에이티브가 핵심인 광고회사들은 노타이가 대세다.

국내 1위 광고회사인 제일기획은 삼성의 관료적 냄새를 희석하기 위해 넥타이를 버렸다. 제일기획은 회의 때 넥타이도 매지 않고, 호칭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회의 이름도 ‘노노 미팅(NONO-meeting)'이다. 대홍기획과 오리콤도 넥타이를 매지 않은 지 오래다.

대홍기획의 한 관계자는 “롯데 본사에서 쿨비즈 운동의 일환이라며 공문이 내려왔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노타이 차림이었다. 이미 버린 지 오래”라고 설명했다.

 



▲ 목의 해방은 창의성의 회복=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인 백남준 씨는 선배 예술가의 넥타이를 잘라버리는 퍼포먼스를 통해 파격을 불러일으켰다. 생전의 백씨 모습.


놀이터 같은 회사를 표방하는 SK커뮤니케이션스도 수평적.창의적 기업문화를 위해 넥타이를 버린 조직이다. SK커뮤니케이션즈의 관계자는 “노타이 차림인 CEO와 회의를 하다 보면 회사보다는 동아리에 있는 것 같아 친근감이 든다”고 말했다.

코오롱그룹은 2000년 11월부터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사내자율복장제를 실시하고 있다. 이웅열 회장은 사내 강연을 통해 “넥타이를 매면 산소호흡량이 7% 감소, 두뇌 회전이 15%까지 떨어진다. 창의적인 사고 증진과 효율적인 팀워크 경영을 위한 형식 파괴의 하나로 전격적인 자율복장제를 실시한다”고 선언하면서 이뤄졌다.

노타이를 표방한 SK텔레콤은 대리나 과장 등 직급을 없애고 매니저로 통일, 빠른 의사소통과 창의를 앞세우는 수평조직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롯데도 일부 부서를 제외하고 대부분 노타이로 근무하고 있다. 지난달 노타이 쿨비즈 패션모델로 직접 나서기도 했던 이철우 롯데백화점 사장은 “기존의 정형화된 정장 스타일도 좋지만 넥타이를 풀면 사고의 유연성도 키울 수 있고, 창의력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주은우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넥타이는 과거의 권위적이고, 획일적인 문화의 상징이었다”며 “자유화.민주화라는 바람이 기업에도 불기 시작하면서 큰 틀에서는 ‘풀자'라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고 밝혔다.

주 교수는 그러나 “넥타이 자체가 꼭 개인의 자유, 창의성과 필연적으로 대립되는 것은 아니다”며 “넥타이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자신을 표현하는 개성의 도구로 남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 6월 15일자 헤럴드경제에서 발췌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