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철 교육인적자원부 대학지원국장 (국정브리핑) 2007. 6. 14
이제 우리 대학교육은 우수한 입학생을 선발하는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제대로 된 졸업생을 키워내는데 노력할 때입니다. 그동안 우리 대학이 최단기간에 걸쳐 고등교육의 보편화를 달성하고, 풍부한 인적자원 배출을 통해 급속한 경제성장과 사회발전에 크게 기여해 왔다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을 없을 것입니다. 나아가 최근에는 지금까지의 양적 성장을 바탕으로 구조개혁을 통한 대학 특성화, BK21사업을 통한 연구력 향상 등 대학교육의 질적 수준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대학은 급변하는 산업구조와 노동시장의 요구를 수용하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으며, 국제적인 평가에 있어서도 낮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또한 현장 적합성이 미흡한 졸업생 수준으로 인해 기업들의 신입사원 재교육 비용 등에 대한 기업들의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도 합니다.
대입3원칙은 학생선발에서 최소한의 책무
이러한 현상은 그동안 우리 대학들이 학생을 어떻게 교육할 것인가 보다는 신입생을 어떻게 선발할 것인가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왔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몇 개월 동안 언론의 주관심사로 떠오른 대입3원칙 - 소위 3불정책 - 논쟁에서 보듯이, 우리 대학은 아직도 신입생 선발과 관련된 논쟁만 계속하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대입 3원칙의 폐지를 주장하는 분들은 이 원칙이 대학의 자율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대표적인 규제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대학의 자율은 다른 모든 가치에 앞서는 지고의 가치가 아니며, 이에 따른 사회적 책무가 반드시 뒤따를 때 보장될 수 있는 것입니다. 대입 3원칙은 바로 대학의 학생선발 자율에 있어 최소한의 원칙이자 책무입니다. 즉, 대학은 각자의 여건과 필요에 따라 학생을 자율적으로 선발하되, 최소한 본고사와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 3가지는 제한하자는 것입니다.
본고사와 고교등급제는 초·중등교육이 본래 목적에서 벗어나 파행적으로 운영되도록 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입니다. 이를 허용할 경우, 지난 60~70년대의 고교서열화와 입시 과열경쟁을 조장하여 초등학교 시절부터 과외를 할 수 밖에 없었던 사회상을 고스란히 재현하게 되며, 국·영·수 위주의 ○○대반 식으로 특정 대학 진학을 목적으로 한 교육과정 운영이 불가피하게 됩니다.
기여입학제의 경우, 개인의 능력이 아닌 부모의 경제적·사회적 능력에 따라 대학입학을 허용하자는 것으로 이는 헌법 제31조에 의해 보장되는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마저 침해하게 되며, 계층간 위화감을 조성하고, 자라나는 청소년의 가치관에 악영향을 미치는 등 사회적 부작용이 매우 심각할 것입니다.
선발경쟁에서 교육경쟁에 나설 때
대입 3원칙으로 인해 대학들이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지 못한다는 주장도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대학들은 지금도 학교생활기록부를 통해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성실히 이수하고 높은 성취를 거둔 우수한 학생들을 선별하고,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통해 전국단위로 학업능력을 측정하며, 논술고사나 면접 등 대학별 고사를 통해 대학에서 원하는 능력을 지닌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대입제도와 관련하여 주도권은 항상 대학에 있었음에도, 대학들은 초·중등교육과 조화롭게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기 보다는 주로 시험성적이 좋은 학생을 선발하는 것에만 관심을 집중시켜 여러 문제점을 발생시켜 왔음을 알아야 합니다.
이제는 대학들도 대학 입장에서만 대입제도를 보고 3불 정책의 폐지만 외칠 것이 아니라, 대학과 초·중등교육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대학이 먼저 변하려는 노력을 보여야 합니다. 아울러 학생 선발보다 교육과 연구에 더 관심을 쏟고 엄격한 학사관리를 통해 대학은 들어가기만 하면 졸업할 수 있는 곳이 아니라 열심히 공부하지 않으면 졸업하기 어려운 곳임을,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는데만 치중하는 것이 아니라 우수한 인재를 만들어내는데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고 인식하여 선발경쟁에서 교육경쟁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지난 4월 6일 서울을 시작으로 약 한달 간 전국의 학생, 학부모님, 선생님, 그리고 대학총장님들과의 만남은 교육현장의 반응과 관심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학생, 학부모 대부분은 초중등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대입 3원칙을 유지해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으며, 대학 총장님들도 어떻게 하면 교육을 잘 시킬 수 있는지, 그리고 이에 대한 정부의 지원책은 무엇인지에 대해 관심이 높았습니다.
대학교육의 본질 교수와 학습
우리 대학의 국제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대학 교육의 본질인 교수(teaching)와 학습(learning)에 역점을 두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입니다. 대학교육에 있어서 교수·학습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변화는 전통적인 연구중심 대학인 미국의 아이비리그 대학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최근 하버드대학은 교수 및 경력개발지원 개선을 위한 TF를 구성·운영하여 그 결과를 발표했는데, TF 결과 보고서의 핵심 메시지는 연구중심대학에 있어서도 대학경쟁력의 핵심은 교육력 제고를 위한 교수·학습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배경 하에서 우리 정부도 국내 대학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향후 고등교육정책의 중심축을 연구중심에서 교육중심으로 이동시켜 대학의 교육력 향상에 적극 앞장서 나갈 예정이며, 이러한 정책적 의지를 담은 '대학의 교육력 향상 지원 방안'을 지난 5월 31일에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번 방안은 세계 어디서나 통용되는 국제수준의 인력 양성으로 IMD 대학교육의 경쟁사회 요구부합도를 2006년 50위에서 2012년까지 20위권 내로 진입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2012년까지 IMD 대학교육 평가 20위권 이내 진입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수업역량 및 학습력 향상지원, 규제완화 및 제도개선을 통한 재정확충 지원, 그리고 성과중심의 경쟁체제 구축 지원의 세 가지 분야에서 아래와 같은 구체적인 정책과제들을 추진해 나갈 계획입니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교육의 관심 논쟁은 고등학교와 대학입학 단계에 집중되어 온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교육의 국제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는 '논쟁의 축'이 고등학교 단계가 아닌 대학교육, 대학원교육으로 이동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대학이 배출한 인력의 질이 국가의 지속적인 발전을 좌우하게 되므로 우리 대학의 교육 역량을 크게 향상시키는데 보다 많은 관심과 지원이 집중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대학의 교육력 향상 지원방안'의 차질 없는 추진에 기대하는 바가 매우 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