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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주머니를 비우면 하나님이 채워주신다”
서울광염교회, 통장에 100만원 넘는 돈 예산 30%… 성탄절·부활절 헌금 전액 몽땅 구호사업 15번째 ‘사랑의 집’ 선물… 노점 3모녀, 지하방서 ‘해방’
초등학교 4학년 딸이 어젯밤 ‘엄마, 우리 드디어 지하에서 탈피하네’하면서 좋아했어요.”
성탄절을 사흘 앞둔 22일 밤 김명희(38)씨와 초등학교 4학년·6학년 두 딸은 잊지 못할 성탄 선물을 받았다. 보증금 1000만원, 월세 30만원짜리 지하방에서 보증금 4000만원짜리 볕이 잘 드는 연립주택 2층로 옮긴 것.
“탈피라는 말은 어디서 들었는지…. 그 아이는 태어난 후로 지상에서 살아본 기억이 없거든요. 방 바닥은 또 얼마나 따뜻하던지…. 딸들과 손을 꼭 잡고 한참을 뒤척이다 새벽녘이 돼서야 깜빡 잠 들었어요.”
김씨 가족의 성탄 선물은 서울 도봉동 서울광염교회(담임목사 조현삼)가 마련한 ‘사랑의 집’이다. 서울 창동역 앞에서 떡볶이와 어묵 노점상을 하는 김씨는 6년 전 남편이 집을 나간 후 무더위도, 한겨울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매일 오후 2시부터 밤 9시30분까지 리어카 좌판을 지켜 왔다. 그렇게 번 푼돈은 월세와 생활비로도 빠듯해 두 딸들 학원비는 엄두도 못냈다. 노점도 불경기는 비켜가지 못해 요즘엔 조금씩 빚도 생겼다. 김씨는 “지하에서만 사니 아이들이 호흡기 질환을 달고 살았다”며 “학원도 못 보내면서 아이들 공부 갖고 닦달할 때는 나도 서럽고 괴로웠다”고 말했다.
새 집에 급히 깐 새 장판을 어루만지며 살아온 이야기를 하던 김씨는 “이젠 희망을 갖고 열심히 살면서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돕겠다”며 웃다가 눈시울 붉히기를 반복했다.
이번에 김씨 가족이 선물받은 ‘사랑의 집’은 원래 김씨네 몫이 아니었다. 서울광염교회는 이란에서 18년간 활동하다 최근 맨손으로 추방당한 한 선교사 부부에게 전세집을 구해줄 계획이었다. 그러나 그는 “대학 다니는 아들의 자취방이 있으니 우리보다 더 필요한 분께 선물하라”고 양보했다.
그렇게 해서 김씨 세 모녀에게 돌아간 ‘사랑의 집’은 이번이 벌써 15번째. 서울광염교회는 성탄절, 부활절 헌금은 전액 ‘사랑의 집’ 등 구제사업에 사용하고 있다. 교회 통장에 100만원 이상 남기지 않고, 예산의 30% 이상은 반드시 구제·선교·장학사업에 쓴다는 전통으로 유명한 이 교회는 1992년 창립 때부터 정한 이 같은 원칙에 따라 교회 건물도 짓지 않았다. 태풍이나 지진 등 재난이 발생하면 교회 내의 구호전담팀이 현장으로 달려갔다. 이란 지진이나 북한 용천역 폭발 때도 예외가 아니었다.
신도들과 함께 김씨의 이삿집을 찾은 조현삼 목사는 “교회의 주머니를 비우면 하나님이 매번 다시 채워주셨다”며 “그렇게 ‘사랑의 파이프’ 역할을 하는 것이 교회의 사명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김한수기자 hansu@chosun.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