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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관리/CEO

한국이 세계 2위가 될 수 있는 이유

권영일의 사이언스 프리즘
▲ 최근 우리나라는 정부와 민간R&D 투자의 확대에 힘입어 ‘제2의 과학기술 르네상스'를 맞이하고 있다.  ⓒ
“2025년 한국은 세계 9대 경제 강국에 오를 것입니다. 따라서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에 한국을 포함시켜 ‘브리크스(BRICKs)'로 바꿀 것을 제안합니다.”

세계적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올 초 내놓은 한국경제전망보고서의 내용이다. 참 기분 좋은 말이다.

골드만삭스는 이번엔 한 걸음 더 나아가 세계 제2위 부자국가가 될 것이라는 더 진한 장밋빛 전망을 내 놓았다. 한국은 ‘N-11’(Next Eleven)에 속해 투자자들의 꿈을 현실로 만드는 기회의 땅이 될 것이란다. 특히 2050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8만1천 달러로 일본, 독일 등을 누르고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에 오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N-11은 골드만삭스가 최신 보고서에서 새로 제시한 신흥국가 개념이다. 브릭스 외에 발전 가능성이 큰 한국과 멕시코, 나이지리아, 베트남, 터키, 필리핀, 이집트, 파키스탄, 이란, 방글라데시 등 11개국을 일컫는다. 노동력, 자본, 기술 등 3개 지표를 근거로 GDP 증가율을 예측해 앞으로 세계 경제를 이끌어갈 이들 11개국을 선정한 것이다. 이 선정에는 대부분 인구다밀 국가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럼 국내에서 보는 우리나라 미래상은 어떤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최근 “앞으로 20년이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취임 20년을 맞은 소감을 말해달라는 기자들의 요청에 대한 답변이었다. 지난 20년간 눈부시게 발전을 해온 삼성의 총수로서는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얘기일 것이다. 미래에 대한 걱정이 앞서는 게 당연한 일이다. 삼성뿐만이 아니다. 한국 경제의 모습이 대략 그렇게 나타나고 있다.

그런 점에서 한국 경제의 앞날에 대해 이 회장이 화두를 던진 셈이다. 진부한 얘기지만 지난 1960대 이후 한국 경제는 외형뿐만 아니라 내용 면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장을 했다. 이런 성장은 세계적인 경기 침체, 1997년 IMF외환위기, 국내 정치·사회적 불안 등의 어려운 여건 속에서 이뤄낸 것이어서 더욱 높이 평가될 만하다. 그러나 이런 설적에 만족해 마냥 마음 놓을 수만도 없는 게 현실이다. 중국은 쫓아오고 일본은 앞서가는, 중간에 끼인 샌드위치 신세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 경제구조의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에 못지않게 한국 경제의 앞날을 낙관할 수만은 없게 만드는 장애요소들이 하나 둘이 아니다.

이런 탓인가. 우리 경제가 중진국의 지위가 고착화되는 함정에 빠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중진국 함정에 빠진 한국 경제’라는 보고서에서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 선진국의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대 경제성장 속도와 성장구조를 분석해 현재 우리 경제와 어떠한 차이점이 있는지 살펴본 결과 이 같은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이는 이 회장의 ‘샌드위치’ 위기론과 맥을 같이 하고 있어 가벼이 넘기기에는 뭔가 찜찜하다.

현대연구원은 분석 근거로 “우리 경제는 수출주도의 경제발전 전략 덕분에 1인당 국민소득이 1970년 110위에서 2004년 현재 47위로 뛰어올랐다. 올해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지만 국민소득 2만 달러가 반드시 선진국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1990년대까지는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가 선진국을 구분하는 잣대로 통용됐지만 지금은 선진국들도 성장을 지속해 국민소득이 상승하여 현재 선진국 구분의 잣대는 약 3만 달러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2004년 기준 1인당 평균 국민소득인 2만9천936달러 이상 국가들의 모임인 아너스 클럽의 기준과 일치한다.

우리 경제는 외형상 경제성장 속도가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을 달성한 국가들의 경우보다 상대적으로 빠르지만 규모의 효과로 국민소득 수준은 이들 국가와의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현대연구원은 “만약 앞으로 현 잠재성장률 수준인 4% 안팎의 경제성장이 지속될 경우 10년 후인 2017년까지 우리나라가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을 달성해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가 10년 후까지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의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말할 나위도 없이 성장잠재력을 6%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 어떻게 성장잠재력을 높이나. 노동력, 자본, 기술 등 3개 지표만으로는 뭔가 불완전하다. 이런 논리로 유추해 볼 때 반갑고 고맙긴 하지만 골드만삭스의 전망에는 당연히 전제돼야 할 몇 가지 조건이 빠진 듯하다. 다행히 현대경제는 전통적 3대 요소 외에도 정보, 첨단과학, 정치·행정, 국제관계 등 고려해야 할 것들이 많다.

이런 논리의 연상선상에서 첨단과학에서 성장동력을 찾아보는 것 괜찮을 듯하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정부와 민간R&D 투자의 확대에 힘입어 최근 ‘제2의 과학기술 르네상스'를 맞이하고 있다. 또한 정부도 미래 먹을거리를 위해 미래성장동력, 차차기 성장동력 등 과학기술 프로젝트를 계속해서 추진하고 있다.

최근 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실은 대형 국가연구개발사업의 성과와 시사점을 분석한 결과를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여담으로 노 대통령은 이 보고서에 대해 만족해 하며, “잘 했다”고 칭찬을 했다고 한다.

미국 RAND연구소도 ‘세계기술혁명 2020보고서’에서 한국을 미국, 캐나다, 독일, 호주, 이스라엘, 일본 등과 함께 유비쿼터스, RFID 등 16개 미래기술을 모두 개발할 수 있는 ‘과학기술선진국’으로 분류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병천 서울대 교수가 세계 최초로 복제 늑대에 성공했다.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논문조작 사건으로 우여곡절을 겪은 뒤라 감회는 더욱 새롭다.

우리의 미래는 전통적 경제요소 외에 이같이 앞서가는 과학자들이 묵묵히 연구실에서 연구에 몰두하고 있기에 골드만삭스의 전망이 허황된 꿈으로만 들리지 않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권영일 논설위원  sirius001@paran.com


2007.03.30 ⓒScience 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