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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직업교육

"아이가 실업고 가면 창피? 부모부터 변해야"

“아이가 실업고 가면 창피? 부모부터 변해야”

교육부 김종관 장학관 인터뷰…“실업고 ‘열등생 학교’라는 편견 버리자”

미디어다음 / 권용주 프리랜서 기자


교육인적자원부 과학실업교육정책과 김종관 장학관 [사진=권용주 기자]
공부도 잘하고, 모범생인 자녀가 어느 날 갑자기 실업계 고교를 간다고 우긴다면 부모의 마음은 어떨까. 게다가 모범생의 부모가 사회적으로 명망 있는 유명인사라면 아이의 실업고 진학 의지에 어떤 입장을 보일까.

의견이야 분분하겠지만 대다수 부모의 마음은 아이의 의지를 바꾸고 싶은 게 아직 일반적인 생각이다. 현재 수준만 유지해도 이른바 전문직 고소득 직업군에 갈 수 있는데 굳이 실업계를 선택할 이유가 없다는 것.

이처럼 실업계 고교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시각은 아직 싸늘하다. 정작 국가발전을 주도하는 제조업 종사자의 대부분이 실업고 출신이지만, 아직도 인문숭상(人文崇尙)의 잔재는 여전히 우리 사회 저변에 깔려 있는 셈이다. 이런 이유로 우등생의 실업계 고교 진학에는 여전히 걸림돌이 적지 않다.

그러나 아이의 미래를 위해선 부모의 욕심을 버려야 하고, 또 아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도록 놔두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교육이라는 주장을 강조하는 이가 있다.

바로 교육인적자원부 과학실업교육정책과에서 근무하는 김종관 장학관(55, 위 사진)이 주인공이다. 김 장학관은 지난 76년 성동기계공업고교 교사로 처음 부임한 뒤 줄곧 청소년 직업기술교육에 몸담아 왔다.

이후 2003년 아현산업정보학교 교장과 성동기계공고 교장을 거쳐 지금은 교육인적자원부 과학실업교육정책과에서 청소년의 직업교육 활성화를 위해 뛰고 있는, 그야말로 국내 청소년 실업교육의 베테랑이다.

현재 국제 장애인 기능경기대회 심사위원과 학교발명협회 감사, 학교로봇교육진흥회 이사로도 활동 중이다. 김 장학관으로부터 청소년 시기의 미래 직업 선택과 이를 바라보는 사회적 편견에 대해 들어보았다.

- 우리 사회에서 실업계 고교 진학에 대한 편견은 어느 정도인가.

국내에서 실업고교라 하면 대부분 공부하지 않는 아이들이 가는 학교로 머릿속에 고정돼 있다. 공부를 잘 하면 인문계나 외국어고, 과학고를 가고, 반대로 공부에 취미가 없거나 인문계 고교에 갈 실력이 못되는 학생만이 실업계 고교로 진학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 실업고를 간다고 하면 주변에서 말린다. 심지어 부모가 고개를 못 들고 다니는 경우도 경험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게 다 편향적 사고에서 비롯된 것이다.

실업고교는 일찍부터 미래의 직업을 선택해 공부하는 학교이지, 그저 공부 못하는 아이들이 가는 학교가 아니다. 실제로 일부 과이기는 하지만 우수한 학생들이 모인 곳이 바로 실업고이다.

- 하지만 여전히 편견은 존재하는 것 아닌가.

물론 있다. 그러나 말 그대로 편견은 잘못된 것이고 따라서 깨부수라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 못하면 국가적으로도 엄청난 손실이 올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 자식을 키우는 부모들의 생각이 달라져야 한다.

실례로 아이가 실업계 고교에 진학했다고 창피해서 고개를 못 들고 다니는 부모를 본 적이 있다. 그 아이의 아버지는 교육학 박사학위를 가진 직업교육의 전문가이고, 어머니도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명망 있는 직업인이다.

그러나 아이가 공업고교로 진학한 것을 부끄럽게 여긴 나머지 심지어 시장을 갈 때도 동네 사람 보기 민망하다며 먼 길로 돌아서 다녔다고 한다. 자식이 스스로 선택한 길을 가겠다는데 왜 부모가 얼굴을 가리고 다니나?

오히려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더 지원을 해줘야 한다. 결국 그 아이는 공업고교에서 직업실무를 익힌 뒤 대기업인 한국전력에 취업했고, 동시에 연세대학교에 합격해 대학과 직장생활을 훌륭히 병행할 수 있게 되었다.

- 그렇다면 청소년에게 실업교육은 어떤 의미인가.

교육 중에서도 고등학교 교육은 아이들의 미래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앞으로 어떤 직업을 갖게 될지 결정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실업고를 선택하는 아이들은 일찌감치 자신의 미래를 설계한 학생들이라고 본다.

하지만 국민들의 시각은 다르다. 이들을 이류로 본다. 단언컨대 결코 이들은 이류가 아니다. 심지어 이러한 편견은 교사를 보는 시각도 마찬가지다. 실업고에선 교사도 실습복을 입고 다니는 경우가 흔하다.

간혹 학부모들 가운데 이런 모습을 보며 교사가 웬 작업복이냐는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실업교육은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매우 중요한 교육이며, 이곳을 거친 아이들이야말로 선택받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 편향된 시각을 바로잡기 위한 대안은 없나.

우선 우리 사회의 실업교육에 대한 편견을 바로잡으려면 가장 먼저 부모가 변해야 한다. 최근 많은 부모들의 생각이 달라지고는 있지만 더 변해야 한다. 아울러 정책도 중요하다.

또한 일선 실업고에서의 교육내용도 단순 기능 습득 위주에서 문제해결학습 위주로 변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부모의 지원, 교육내용의 질적 향상, 정부의 정책이 제대로 맞아 돌아가야 한다.

- 세 가지 중 가장 우선해야 할 사안이 있다면.

부모의 생각이 우선이다. 내 아이는 무조건 대학에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은 잘못이다. 무조건 대학에 가기보다 대학은 가야할 사람만 가도록 하자는 게 내 주장이다. 부모가 대학진학을 원한다고 무조건 아이를 그쪽으로 몰아서는 안 된다.

요즘 외국어고나 과학고 등의 특수목적고를 가기위해 노력하는 아이들이 많은데, 그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방편이라면 차라리 그만두어야 한다. 외국어고는 앞으로 외국어를 전문으로 배우려는 아이들이 가는 곳이어야 한다.

또 과학고는 향후 과학강국을 만들기 위한 대안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외국어고를 나와 의대에 가고, 과학고를 나와 법대에 진학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수목적고등학교의 취지가 사라져 가는 셈이다.

- 실업고교의 대학 진학률도 낮지 않은데.

그렇다. 실업계 고교 학생들의 대학 진학이 생소한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실업계 고교에 가면 대학 진학 대신 전부 기능직으로 기업체에 취업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이들 중 일부는 현장교육을 통해 경험을 쌓고, 동일계열 대학에 진학해 기술인으로서의 자질을 익힌다.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기능과 기술을 모두 갖춘 인재로 성장하는 것이다.

산업현장에서는 이러한 사람이 경쟁력이 있으니, 이러한 인재를 양성해 달라는 요구가 상당히 많다. 실제로 실업계를 거쳐 대학을 나온 실무형 기술자들이 산업현장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 실업고교를 ‘사업가 양성소’라 주장하는데, 그 이유는.

교육부를 비롯해 산업자원부, 한국시민자원봉사회 등이 공동으로 매년 ‘실업고 학생 사장되기 창업대회(Be the CEOs)’라는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올해 제2회 대회를 진행하고 있는데, 전국의 실업고 학생들이 응모한 창업계획서를 심사해 미래 비전을 길러 주자는 취지로 개최하는 대회다.

지난 제1회 대회 때 수상한 학생들의 창업 아이디어는 상상을 초월했다. ‘어머니의 심장소리가 들리는 유모차’ 개발 사업이 좋은 예다. 어른들은 상상하기조차 힘든 일이다.

- 결국 아이들의 선택을 존중하자는 의미인가.

그렇다. 하고 싶은 일을 할 때에 그 분야에서 최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고, 따라서 국제경쟁력도 겸비하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 우등생이든 열등생이든 가고 싶은 학교로 가게 해야 한다.

우등생은 인문계를 가는 것이 당연한 것이고, 실업고를 선택하면 ‘실수’라는 편견을 버리자는 뜻이다. 그게 바로 진정한 교육이다. 실업고는 인문고에 진학할 실력이 안 되는 성적인 낮은 아이들이 모이는 학교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알리고 싶은 것이다.

- 끝으로 진로를 고민하는 청소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비전을 가지고 자신의 진로를 고민해야 한다. 늘 머릿속에 미래의 자신을 그리고, 그에 맞는 선택을 하면 된다. 대학을 원하면 대학에 가고, 직업을 원하면 실업고를 가면 된다.

나아가 직업교육으로 실무를 익히고, 심화적인 학습을 원하면 실업고를 마치고 대학에 가면 된다. 이는 학업 성적과는 무관하다. 자신이 원하는 공부를 하자는 것이다. 학생들이 스스로 선택하고, 진학하는 분위기가 만연할 때 우리 사회의 편견도 사라질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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