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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교육정책

[매경의 창] 디지털 신대륙에 열린 천국과 지옥의 문

 

2021.12.17. 오전 12:06        
세계 문명 대전환기 대응방법
과거 조선과 일본의 운명 갈라
스마트폰 이어 메타버스까지
진화하는 디지털 패권 경쟁속
함께 적응해나갈 지혜 모아야


최재붕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
 
  어느덧 12월도 끝자락이라 새해 준비가 한창이다.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착잡하다. 코로나19 이후 디지털 문명의 확산은 모두의 일상을 다 바꿔버렸고 이제는 모든 표준이 다 바뀐다는 '뉴 노멀' 시대를 이야기하고 있다. 코로나19가 끝나기를 기대하며 살아왔던 많은 사람이 과거로 회귀하기는 어려워졌고 코로나19와 함께 살아야 하는 뉴노멀의 시작임을 뼈아프게 깨닫고 있다. 동시에 디지털 디바이드라는 디지털을 아는 자와 그러지 못한 자의 격차가 가장 큰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거대한 문명 대전환의 변곡점에서 적응하는 자에게는 큰 기회(천국의 문)가, 적응을 못하는 자에게는 생존을 위협하는 위기(지옥의 문)가 찾아온 것이다. 특히 디지털 문명에 익숙하지 못한 노년층에게는 모든 것이 불편해졌고 모든 것이 불리해졌다. 은행 지점은 폐쇄되는 중이고 식당 주문은 키오스크로 바뀌고 있으며 모든 행정서비스도 디지털로 전환 중이다. 마음이 아프고 처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새로운 디지털 문명으로 전환해야 한다.
  조선의 멸망은 세계 표준 문명의 대전환에 대응하지 못한 우리 사회의 실패였다.
갑자기 등장한 서구문명보다 수천 년간 문명의 중심으로 행세하던 중국의 위세를 더 신뢰했던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이미 문명의 중심은 1차 산업혁명을 통해 압도적인 군사 경제력을 확보한 유럽으로 옮겨져 있었다. 일본은 메이지유신을 통해 세계관을 유럽 표준으로 대전환하고 불과 70년 만에 아시아의 패권국이 될 수 있었다. 반면 조선의 쇄국은 결국 망국으로 이어졌고, 이 땅의 후손들은 엄청난 고통과 수탈을 경험해야 했다.
 
  문명 대전환기에 우리가 어찌해야 하는지를 역사는 선명한 메시지로 기록하고 있다.
인류는 스마트폰을 통해 새로운 대륙으로 이주하기 시작했다. 이제 우리는 스마트폰을 통해 정보를 얻을 뿐 아니라 교통, 금융, 방송, 소비, 의료 등 거의 모든 일상 서비스를 이 디지털 신대륙에서 해결하고 있다. 그리고 이 디지털 신대륙은 메타버스라는 또 다른 신세계로 확장 중이다. 세계 10대 기업 중 8개가 디지털 플랫폼인 것도 모자라 그중 5개 기업은 내년부터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세계로 이동한다고 선언했다. 새로운 표준문명에 빨리 옮아 타야 한다. 디지털 신대륙의 영토 싸움에서 뒤진다면 우리는 후손들에게 또 어려운 미래를 물려줘야 한다.

  '하필이면 우리 때 이런 디지털 혁명이 왔는가'라고 불평할 만도 하다.
그러나 표준문명의 대전환이 일어나면 슬기롭게 적응하는 것만이 살길이다. 그것이 역사에 기록된 호모사피엔스의 숙명이다. 아니,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의 숙명이다. 1억년 전 지구를 지배했고 가장 번성했던 공룡의 멸종은 거대한 운석의 충돌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 변화에 적응해서 포유류가 번성하고 그 우연 속에서 호모사피엔스가 탄생했다. 그리고 수십 만년의 진화를 거쳐 지금의 우리가 존재하게 됐다.

  디지털 문명은 공유하는 문명이다.
지식뿐 아니라 아픔도 어려움도 공유하고 나눠야 한다. 사회가 함께 고민하며 디지털 디바이드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배려하고 돕고 새로운 길로 이끌어야 한다. 세계 1위 기업 애플은 올해 1억달러를 투입해 디트로이트에 유색인종 정보기술(IT)교육센터를 설립하고 무료 교육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인류의 가장 큰 사회문제인 디지털 디바이드를 함께 해결하자는 글로벌 기업의 메시지다.
  박용후 관점디자이너는 문장 맨 앞 단어의 선택이 인생을 바꾼다고 이야기한다. 
2022년 계획에는 '하필이면'이라는 단어를 던져버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단어를 달아보자. 2022년은 힘들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자. 우리가 늘 그래 왔듯이, 슬기롭게.

[최재붕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