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미래를 위한 교육
2021.08.19. 10:30155 읽음
학교가 존재하는 이유는 모든 학생이 학습의 과정에서 성공을 경험하게 하기 위함이다. 산업사회에서 모든 시민을 대상으로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설계된 현재 학교는 모든 학생에게 교육의 기회를 효율적으로 제공하는데 매우 성공적인 시스템이지만 개별 학생에게 학습의 성공을 경험하게 하는 데에는 매우 취약한 구조이다. 미래 학교의 방향은 ‘모든 학생이 학습의 성공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라는 학교의 존재 이유에 대해 공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학교 시스템 설계의 가장 중요한 원리는 평균을 지향하는 교육의 운영이다. 교육과정의 운영은 학생들의 나이에 따라 평균적인 수준에 따라 내용과 속도가 설정되어 있다. 대량 교육을 운영하기 위해서 전국 단위로 학생들의 평균적인 수준에 따라 내용과 속도를 고려하여 교육과정을 설계하고 이에 따라 전국 학교의 교실에서 학생의 나이에 따라 똑같은 내용을 같은 속도로 가르치고 있다. 이러한 평균 지향의 강의식 수업을 극복하기 위해 시도되었던 여러 가지 대안 중의 하나는 ‘일대일 맞춤형 교육(one-to-one tutoring)’이라고 할 수 있다.
일대일 맞춤형 교육은 효과적일까?
전통적인 강의식 수업은 개별 학생의 학습 수준, 학습 속도, 학습 필요, 문화적 차이를 반영하지 않은 채 모든 학생에게 정해져 있는 학습 내용을 같은 방식으로 전달함으로써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을 만들고 있다는 비판은 20세기부터 지속 제기되어 왔다. 1968년에 벤자민 블룸(Benjamin Bloom)은 모든 학생이 학습에 성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완전학습(Mastery Learning)이론을 제시하였다. 완전학습이 이루어지려면 학습에 필요한 시간을 파악하고 개별 학생에게 맞는 학습의 시간을 제공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학교는 개별 학생에게 필요로 하는 시간에 대한 고려 없이 똑같은 학습의 시간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치명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완전학습 이론에서 학습의 성과> |
학습 성과 = (학습에 사용된 시간) / (학습에 필요한 시간) |
블룸의 완전학습 이론을 적용해서 학습의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두 가지 전략을 활용할 수 있다. 첫째는 분모에 해당하는 개별 학생들이 학습에 필요한 시간을 정확히 파악하고 최소화시키는 전략이다. 우선 개별 학생의 적성과 수업이해력을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는데, 이를 진단평가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학습자의 특성을 파악한 후에 이에 맞는 교수법을 활용하여 수업의 질을 높여줌으로써 개별 학생에게 필요로 하는 학습의 시간을 줄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개별 학생에게 필요한 시간을 정확하게 파악한 후에 개별적 교수 전략을 활용하여 학습에 성공하도록 하는 것이다. 교육계에서는 학생들이 필요로 하는 가장 효율적인 교수전략을 활용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해 왔다.
‘일대일 맞춤형 교육(one-to-one tutoring)’의 교육적 효과에 대해서는 상당히 많은 실증 연구가 진행되어왔다. 가장 대표적인 연구는 블룸(1984)의 실험 연구라고 할 수 있다. 일대일 맞춤형 교육(one-to-one tutoring)을 통해 학습 효과를 통계적으로 ‘2-표준편차(2-sigma)’만큼 높여줄 수 있다는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2시그마 효과’라고도 불리는 이 결과는 교육계에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다고 할 수 있다.
블룸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전통적인 강의식 수업을 했을 때를 기준으로 하여 형성평가를 통한 피드백을 하면, 상당한 교육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교사에 의해 일대일 튜터링(one-to-one tutoring)을 하게 되면, 학생들의 학업성취도 평균이 전통적인 강의식 수업을 받은 학생들의 평균에 비해, 2시그마 만큼 높여준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후 다양한 후속 연구가 진행되었는데 대부분 블룸의 연구결과를 긍정적으로 지지해 주는 결과였다. 코벳(2001)은 LISP라는 프로그래밍 언어를 학습하는 데 있어서 학생들이 고정된 순서의 문제를 푼 경우에 비해 컴퓨터를 활용한 튜터링 시스템을 활용하여 개인별 맞춤형으로 문제를 풀게 한 경우 40%의 문제를 더 풀고, 최종 평가에서도 25% 정도 정답률이 높아졌다는 결과를 보고하였다.
학급당 학생수 감축으로 맞춤형 교육을 구현할 수 있는가?
벤자민 블룸의 완전학습 이론과 ‘일대일 맞춤형 교육(one-to-one tutoring)’의 방향에 대해서 많은 교육자가 공감을 갖게 되어 이를 구현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이루어졌다. 그중에서도 미국에서 이루어진 가장 대표적이면서 대규모 교육 실험이 학급당 학생 수를 줄여서 맞춤형 교육을 하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이를 통칭하여 ‘학급당 학생 수 감축 프로젝트(CSR(class size reduction) project)’라고 할 수 있다. 1980년대 이후에 미국의 주정부 수준에서 이루어진 대표적인 CSR 프로젝트는 테네시주의 ‘STAR Project’, 인디애나주의 ‘Prime Time Project’, 위스콘신주의 ‘SAGE Program’, 캘리포니아주의 ‘CSR Program’이라고 할 수 있다.
교육의 성과를 높이기 위해 이루어진 가장 대표적인 CSR 프로젝트는 테네시주의 ‘STAR(Student/Teacher Achievement Ratio) Project’라고 할 수 있다. STAR Project는 미국 테네시주에서 1985년부터 1989년까지 4년에 걸쳐 이루어진 학급 규모 감축의 교육 효과에 관한 연구이다. STAR Project는 테네시주 42개 학교 구의 79개 학교, 300개 학급이 표집 되었으며, 유치원에서 초등학교 3학년까지 7,000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비교 연구가 수행되었다. 실험 설계를 위해 비교집단은 학급 규모가 22~25명으로 구성된 ‘일반 학급(regular class)’으로 설정하고, 실험집단은 정상적인 학급에 보조교사를 추가하는 집단(regular/aide)과 학급 규모를 13~17명으로 구성한 ‘소규모 학급(small class)’으로 설정하였다. 연구결과, 소규모 학급의 학생들은 일반 학급의 학생들과 비교하여 표준화 학력검사(Stanford Achievement Test)와 기본 기능시험(Basic Skills First) 모두에서 높은 성취를 나타낸 것으로 보고되었다.
미국에서 진행된 학급 규모 감축 연구의 결과와 시사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미국에서 수행된 학급 규모 감축 연구에서 소규모 학급의 교육 효과는 대부분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지만, 일부 연구에서는 그 결과가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나기도 하였다. 둘째, 학급 규모 감축의 교육 효과는 상급학교 보다 하급학교의 하급학년에서 더 긍정적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셋째, 소규모 학급의 교육적 효과는 학생 활동 측면보다는 교사 활동 측면에서 업무를 경감시키는 긍정적 효과가 더 많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학급 규모 감축 연구의 결과를 통해 미국에서는 정책적으로 어떤 결정을 했을지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결과부터 제시한다면 당시 학급의 규모를 유지하면서 교사의 역량 강화를 위한 재정지원을 확대하는 쪽으로 정책 결정이 이루어졌다. 그 이유는 학급 규모 감축에 투자해야 하는 재정에 비해 교육적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학급 규모를 감축하는 것이 저학년에서 학습 효과를 높이는 결과가 나타났지만, 학습 효과가 꾸준히 높아진다는 결과를 발견하지 못했다.
또한, 상급학교로 올라갈수록 학급 규모 감축의 교육적 효과를 발견하기 어렵다는 점이 중요하게 고려되었다. 미국의 CSR 연구결과의 시사점은 학급 규모의 감축만으로는 재정적 투자를 통해 기대하는 만큼의 학습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학급 규모 감축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학급 규모를 감축함과 동시에 교육 내용 및 교수학습 방법의 측면에서 혁신이 이루어져야 함을 알 수 있다.
일대일 맞춤형 교육을 구현하는 ‘AI 보조교사 시스템’ 도입
일대일 맞춤형 교육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학생 개개인에게 필요한 학습의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진단평가가 이루어지고 학습의 과정에서 지속적인 형성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학생의 학습 진단을 기반으로 학생에게 필요한 학습에 대한 처방이 계속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교사는 교육과정을 재구성하여 수업을 설계하고, 이에 따라 교수-학습의 과정을 진행하고, 수업의 결과를 평가로 확인하고, 이를 기록하고 학생에게 피드백을 제공한다.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의 과정 안에서 혁신을 할 수 있는 시간적 여력이 많지 않다. 현재의 역할 수행만으로도 시간이 모자라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향하는 ‘일대일 맞춤형 교육(one-to-one tutoring)’을 할 수 있는 여력이 없고, 학급당 학생수 감축만으로는 이를 구현하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AI 보조교사 시스템’을 제안하는 이유는 일대일 맞춤형 교육을 효과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기 때문이다. 개인별 맞춤형 학습지원이 가능한 클라우드 기반 교수학습 플랫폼을 설계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교사의 역할과 시스템의 활용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AI 보조교사 시스템은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한 개인별 맞춤형 학습지원 시스템 및 AI 자동 채점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데이터 중심의 학습 분석을 기반으로 한 개인형 맞춤 학습의 실현을 통해 학습자 중심의 교육으로 전환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교사가 AI 보조교사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되 교사가 교육을 직접 주도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점이다. 인공지능 기술이 다양하게 도입되는 에듀테크 산업이 전면적으로 학교에 도입될 때 교사의 역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일부에서는 인공지능 기술로 만들어진 로봇 교사가 인간 교사를 대체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과 우려가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완전히 프로그램화된 AI 교사가 학습을 지도하게 된다면 그야말로 지식교육 중심의 학교 교육으로 변화될 우려가 있다.
인공지능의 교육적 활용(AI in Education)의 주요 영역과 기술은 크게 교육주의, 학습주의와 함께 교사의 역할 중심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로 교육 분야에서 기술이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는 지속 증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 기술에 모든 교육을 의존하는 교육주의나 학생의 구성적 학습을 강조하는 학습주의는 모두 장단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교사가 주도하여 미래형 교수법을 활용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에듀테크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AI 보조교사’의 역할이 수행되도록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사가 AI 보조교사의 지원을 받아서 더 효과적으로 수업을 지도하는 것이 바람직한 미래 교실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모라벡의 역설에서는 인간이 컴퓨터보다 잘하는 일과 컴퓨터가 인간보다 잘하는 일의 영역이 구분된다는 함의를 주고 있다. 많은 데이터를 수집, 관리, 분석하고 패턴화된 예측을 수행하는 것은 컴퓨터가 더 잘 할 수 있는 일에 속한다. 인간인 교사는 학생들과 의사소통하면서 개별화된 학습 지도를 위해 동기를 자극하고 자기 주도성을 높여줄 수 있는 격려, 배려, 지원 등의 역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교사는 지식교육을 바탕으로 미래 역량을 길러주는 창의적 학습을 지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미래 교사의 역할과 역량 변화 : EX with AI
IBM에서는 미래의 인재상으로 지식의 폭이 넓고 깊은 ‘T자형 인재’를 제시하였다. T자형 인재는 넓은 영역의 지식 기반을 갖추고 하나의 특정 영역에서 전문성을 깊이 있게 갖춘 인재를 의미한다. 기존에는 한 분야에 깊이 있는 지식을 갖춘 ‘I자형 인재’를 선호하였던 것에 대비되는 표현이다. 인공지능 기술의 기하급수적인 발달과 함께 직업 세계에 던져줄 파괴적 혁신에 대해 사회적으로 초래할 변화에 대한 불안감이 존재한다. 고령화 사회와 더불어 빠른 직업 세계의 변화에 대응하여 평생 여러 가지 직업에 종사해야 할 수도 있다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미래에는 여러 분야에서 깊이 있는 전문성을 갖추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M자형 인재’가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 분야를 넓혀갈 수 있는 메타인지 역량을 갖춘 확장형 인재라고 할 수 있다.
미래 교육에서의 교사 역할 변화와 더불어 전문적 역량도 이에 따라 변화가 필요하다. 한 분야의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 인재(expert)가 인공지능 기술로 대표되는 첨단분야의 전문성을 갖추는 경우, 이를 ‘인공지능 분야의 역량을 갖춘 분야별 전문가’라는 표현으로 ‘X with AI’라고 지칭한다. 교사는 해당 교육 분야의 내용과 방법적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 교육전문가(EX : Educational Expert)라고 할 수 있는데 이제는 인공지능 등 첨단분야의 전문성을 결합하는 것이 필수적인 과제라고 볼 수 있다.
필자는 ‘인공지능 분야의 역량을 갖춘 교육전문가’라는 표현으로 ‘EX with AI’라고 표현하고 싶다. EX with AI가 바로 미래형 인재인 교육 분야의 ‘M자형 인재’라고 할 수 있다.
인간 교사가 AI 보조교사를 잘 활용하여 도움을 받게 되면 이를 증강지능(augmented intelligence)을 갖춘 강력한 역량을 갖춘 EX with AI라고 할 수 있다. 교육과정의 재구성에서부터 수업 중에 개별화된 지식 이해와 전달, 평가에 있어서 개별화된 접근과 평가 결과의 정리, 맞춤형 평가 결과의 기록을 위한 기초 자료 생성, 학생별로 필요로 하는 피드백의 기초 자료 제공 등의 역할을 인공지능에 맡길 수 있을 것이다.
유명한 영화인 아이언맨을 보면 인간 주인공이 아이언맨의 옷을 입게 되면서 신체적으로 강한 파워를 갖게 된다. 여기서 더 눈여겨보아야 할 부분은 바로 인공지능 비서인 ‘자비스’로부터 인지적 측면에서 다양한 지원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인간이 가지고 있는 역량을 뛰어넘는 초인적 역량을 발휘하게 된다. 교사의 경우에도 AI 보조교사의 지원을 받게 되면 지금보다는 더 뛰어난 교육적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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