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7.21
이정은 경기파주교육지원청 장학사
‘학폭법’개정 이후, 현장의 목소리
2019년 8월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하 ‘학폭법’)이 ‘사안처리의 전문성 및 공공성 확보’와 ‘담당교원 및 학교 업무 부담 감소’, ‘학교폭력 사안의 교육적 해결의 도모’를 목적으로 개정되었다. 개정된 ‘학폭법’에 따라 2019년 9월부터는 학교장 자체해결 절차가 법제화되었고 기존의 단위학교에 자치기구로 설치되었던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2020년 3월부터는 교육지원청에 이관되어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원회’)로 운영되고 있다. ‘학폭법’ 개정의 주요 내용은 학교의 자치위원회를 폐지하고 교육지원청에 심의위원회를 신설하여 해당 요건에 부합하는 사안일 경우 학교에서 교육적 해결을 도모하는 학교장 자체해결제 도입, 가해학생의 반성의 기회제공을 위한 가해학생 조치(1~3호)의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유보, 재심과 행정심판으로 이원화되었던 불복절차를 일원화하여 행정심판으로, 피해자 관점의 보호·지원 강화, 중대한 학교폭력에 대한 엄정한 대처 등을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학교폭력 사안에 대한 무관용 원칙과 준사법적 성격의 학교폭력 처리과정은 교사의 교육적 해결의지를 약화시키고 학교의 교육력을 감소시켰으며, 가·피해자 간 소송을 부추기는 등 학교폭력 예방과 대응에 부정적 역할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코로나19로 인한 학교폭력의 주요 양상 변화
‘학폭법’ 개정 이후 제도 도입 시점에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사태가 맞물리는 상황 속에서 학교폭력의 양상이 이전과는 달라졌다. 교육부의 2020년 학교폭력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피해응답률은 0.9%로, 2019년 1차 조사(2019.4.1.∼2019.4.30.) 대비 0.7%p 감소했다. 학교급별로는 초 1.8%, 중 0.5%, 고 0.2%로 조사되어, 2019년 1차 조사 대비 각각 초 1.8%p, 중 0.3%p, 고 0.2%p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신체적 폭력과 오프라인에서의 폭력은 학교 등교가 제한되어 학생 간 대면이 줄어든 상황 가운데 감소한 것으로 인식된다.
반면 원격수업 병행 등 온라인 매체 활용이 증가하면서 사이버상 폭력은 상대적으로 증가하였다.
[그림1] 피해응답률 [그림2] 학교급별 피해응답률 (출처: 교육부 보도자료, 2021. 1. 21.)
<표1> 피해유형별 응답률
구분* 2013년
1차2014년
1차2015년
1차2016년
1차2017년
1차2018년
1차2019년
1차2020년 증감
(%p)언어폭력(%) 34.0 34.6 33.3 34.0 34.1 34.7 35.6 33.6 △2.0 집단따돌림(%) 16.6 17.0 17.3 18.3 16.6 17.2 23.2 26.0 2.8 스토킹(%) 9.2 11.1 12.7 10.9 12.3 11.8 8.7 6.7 △2.0 신체폭력(%) 11.7 11.5 11.9 12.1 11.7 10.0 8.6 7.9 △0.7 사이버폭력(%) 9.1 9.3 9.2 9.1 9.8 10.8 8.9 12.3 3.4 금품갈취(%) 10.0 8.0 7.2 6.8 6.4 6.4 6.3 5.4 △0.9 성폭력(%) 3.3 3.8 4.2 4.5 5.1 5.2 3.9 3.7 △0.2 강요(%) 6.1 4.7 4.2 4.3 4.0 3.9 4.9 4.4 △0.5 * 피해유형별 중복응답 가능, 중복응답 건수 기준 비율(%)
(출처: 교육부 보도자료, 2021. 1. 21.)
코로나19의 상황에서 맞닥뜨린 수업환경 및 학교생활의 변화와 ‘학폭법’ 개정 이후의 학교폭력 양상이 변모하는 데 있어서 전략적 모색이 필요하다. ‘폭력’의 정의에 대해 대부분이 말하는 것은 ‘힘의 불균형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폭력의 피해자는 자기자신을 방어하기 힘들다. 폭력은 예방이 우선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해 학생 등 7,468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사이버 폭력 실태조사 결과, ‘사이버 폭력 경험률’이 무려 32.7%로 나타났다. 10명 가운데 3명은 가해 또는 피해 경험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사이버폭력 예방 및 대응 강화에 대한 체계적인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수시로 변모하는 사이버폭력 양상에 맞춘 학교급별, 발달단계별 예방교육 콘텐츠 개발 보급, 대응 매뉴얼 제작·보급, 예방 캠페인 전개 등의 다채널 접근이 필요하다. 또한, 사이버폭력 예방교육 전문가(외부, 교원) 양성 및 인력풀 구축 지원, 사이버폭력 예방 및 대응 역량 강화 연수 실시 등의 방안을 모색하여야 한다.
가해자와 피해학생 즉시분리제도 도입
최근 일부 연예인과 운동선수들의 학창 시절 학교폭력 의혹으로 많은 논란이 일고 있다. 언론에서 보도된 바와 같이 학창시절에 학교폭력을 경험한 피해학생이 적절한 상담·치유와 가해학생으로부터 진정한 사과를 받지 못할 경우 평생을 고통으로 괴로워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피해학생의 회복·치유와 관계회복 및 화해·분정 조정과 관련한 추진과제가 강화되었다. 아울러 심각한 수준의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학교폭력 가해학생 선도 등의 조치를 강화하는 방안도 마련하였다. 2021년 6월 23일부터는 가해자(교사 포함)와 피해학생 즉시 분리제도 도입으로 피해학생 보호조치가 강화되었다. 이는 피해자 관점 보호·지원 강화의 측면에서 반길만한 조치로서, 학교폭력예방법 제16조에 의거 ‘학교의 장은 학교폭력사건을 인지한 경우 피해학생의 반대의사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지체 없이 가해자와 피해학생을 분리하여야 하며, 피해학생이 긴급보호를 요청하는 경우에는 제1호, 제2호 및 제6호의 조치를 할 수 있다’라고 개정되었다. 즉, 신고만 하면 피해학생으로 인정이 되어 피해학생이 반대의사를 표명하지 않는 한 가해자와 분리해야 한다. 물론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시행령’은 피해 학생에 가해자와의 분리조치를 반대하는 의사를 표명한 경우, 방학이나 개교기념일, 휴업일과 방과 후 등 교육활동 중이 아닌 경우, 학교폭력예방법 제17조 제4항에 따른 긴급조치로 가해 학생이 이미 분리된 경우를 예외로 정하였다. 피해자 중심주의와 보호 차원에서 가·피해자의 신속한 분리는 필요하다. 다만 이번에 개정된 세 가지 사유 외에 학교장 판단과 피해학생 및 학부모 요구로 가해 학생을 출석정지하거나 분리 조치할 경우 가해 학생 측에서 학습권 침해를 주장할 수 있고 추후 심의위원회에서 출석정지가 아닌 서면사과나 학교봉사 등의 조치결정이 나올 경우, 출석정지 조치의 적절성에 대한 문제 제기 가능성도 있다. 또한, 가·피해 학생과의 갈등이 증폭되어 갈등조정 및 관계회복에 어려움이 있으며 학교폭력 사안 발생 시 학교폭력심의위원회에서 결정이 나기 전까지 가·피해 학생을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운 현실이 반영되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전담기구의 충분한 사안조사가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이라고 규정짓지 말라고 권고하고 있음에도 피해학생을 특정 짓고 3일 안에 분리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점에서 학교현장에서는 부담감을 드러내고 있다. 또한, 경미한 사안에 대한 학교장 종결제와도 충돌할 우려가 있다는 현장의 의견이다.
학교폭력의 대응, 회복적 관점이 우선되어야
‘못을 빼어 내어도 자국은 남는다’고 한다. 학교폭력 역시 지우기 힘든 흔적을 남긴다. 학교폭력의 대응에 대한 관점은 회복적 관점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경기도교육연구원(2020. 9.)에서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학교폭력의 대응관점에 동의하는 정도에서 ‘회복적 관점이 우선되어야 함’에 93.2%, ‘회복적 정의와 응보적 정의의 균형적 접근 필요’에 94.7%의 조사대상자가 동의하는 것(‘그렇다’ 혹은 ‘매우 그렇다’)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학폭법’은 수차례의 개정을 거치면서 학교폭력의 예방을 위한 법제도적 대응으로 일률적인 제재조치와 보호조치 강화를 통한 ‘엄격한 대응과 처벌 중심’에서 관계를 회복하고 절차의 공정성을 확보하여 ‘화해와 관계 회복 중심’으로의 전환을 기대한다.
원고는 집필자의 전문적 시각으로 작성된 것으로
교육정책네트워크 및 한국교육개발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이정은 장학사는 공주교육대학교 초등교육과 졸업하고 동 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초등미술교육과 석사학위와 서울사이버대학원 상담심리 석사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 파주교육지원청 장학사로 재직하고 있다. ‘어제와 오늘이 만나는 교실’ (2019, 살림터) 공저, 학생과 교사의 역사 에세이, 우리 고장 파주 지역화 교과서 외 다수 장학자료 집필. 2014년 교육부 행복교원 모니터단, 2016년 교육부 행복교원 모니터단 활동, 2019년 경기도 정책아카데미 회원 활동, 2020년 교육현장 모니터단 활동, 2021년 교육현장 자문단 활동 중이다. 이정은 경기파주교육지원청 장학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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