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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기타/golf

[시리어스골퍼] 한 시즌 최다승 기록들

시리어스골퍼

 

조회수 2.2만2021. 07. 12. 09:47

 

2021년의 주인공 - 박민지

 

어떤 일이나 분야에서, 다른 사람의 능력을 크게 능가하는 경우에 '압도적'이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압도적 (壓倒的) - 힘이나 세력, 재주 따위가 아주 우세하여 남을 능가하거나 눌러 버릴 만한

<출처: 다음 어학사전>

 

올해 국내 골프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하나의 소식은 바로 박민지 선수의 우승과 관련된 기록일 것입니다. 지난 주말, 대보 디하우스 대회 의 우승을 포함하여, 올해 출전한 11개의 대회 중 무려 6개의 대회에서 우승하면서, 압도적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기록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올해 KLPGA에서 압도적인 기량을 선보이고 있는 박민지 선수의 모습 <출처: 게티이미지>

 

물론 우승 횟수 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겠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더 나은 평가 기준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결국 우승이라는 것이 다양한 통계치 그리고 능력에 의한 최종적인 결과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골프라는 스포츠에 있어, 압도적이라는 기량을 펼쳐온 선수들이 있습니다. 특히 선수의 커리어 전체뿐만이 아니라, 한 시즌, 즉 한 해 동안의 기록으로 압도적인 기량을 선보이는 사례들이 있습니다.

 

2007년 신지애 - KLPGA 시즌 최다승 (9승)

 

비록 박민지 선수의 우승 소식에 그 빛이 바래긴 했지만, 신지애는 지난 6월 20일 일본여자 프로 골프(JLPGA) 투어 니치레이 레이디스 토너먼트에서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이 우승이 바로 그녀의 60번째 우승입니다. 국내 투어 및 일본 그리고 LPGA 투어를 포함한 전 세계 주요 투어에서 60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운 셈입니다. 

투어 통산 60승을 올린 신지애 선수의 모습 <출처: 게티이미지>

 

국내 투어로 한정을 지어 보면, 신지애의 2007년은 가장 압도적인 기량을 선보인 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바로 9승이라는 시즌 최다승을 올린 해입니다. 지금 박민지 선수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도, 신지애의 2007년을 넘어설 수 있는지에 대한 팬들의 기대가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당시 신지애 선수가 다른 선수에 비해 압도적인 기록들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평균 타수, 평균 버디율, 그린 적중률 등입니다.

 

2007년 시즌 신지애 선수의 평균 타수가 70.02 타 였는데, 이는 당시 비슷한 라운드 수를 기록했던 3위인 지은희 선수에 비해 무려 1.27타 앞선 기록입니다. (2위인 박소은 선수는 3라운드만의 기록이라서 직접적인 비교가 어렵습니다.) 평균 버디율은 22.12%로 2위 18.25% 대비 거의 4%의 격차가 있었고, 그린 적중률 역시 83.22%라는 압도적인 기량을 선보였습니다. (2위 지은희 선수가 77.45%였으니, 정말 압도적이라는 표현이 어울립니다.)

 

1945년 바이런 넬슨 - 11개 대회 연속 우승, 시즌 최다승(18승)

 

골프 역사에 있어, 가장 위대한 골퍼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바이런 넬슨이 있습니다. 1935년부터 1946년까지 활동했던 골퍼로, 당시 벤 호건, 그리고 샘 스니드와 함께 미국 골프의 전성기를 만들어냈던 골퍼로 알려져 있습니다. PGA 투어에서만 52승을 거두었고, 디 오픈(The Open)을 제외하고 3개의 메이저 대회에서도 우승하기도 했습니다. 

 

바이런 넬슨의 기록에서 가장 '압도적'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1945년의 기록입니다. 자신이 출전한 11개 대회 연속 우승과, 18개의 대회 우승을 기록한 것입니다. 그 해에 바이런 넬슨이 출전한 대회가 30개였다고 하니, 무려 60%의 우승률이라고 봐야 합니다. 게다가, 나머지 12개의 대회 중, 7개의 대회에서 2위를 차지했고, Top-10 밖으로 나간 대회가 없었다고 하니, 정말 압도적인 기록이 아니었나 합니다.

 

참고로, 앞서 언급한 3명의 전설적인 골퍼들이 1940년대 전후에 가장 뚜렷한 발자취를 남긴 것은 이러한 다승 기록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1945년 바이런 넬슨이 18승, 1946년 벤 호건이 13승, 그리고 1950년 샘 스니드가 11승을 기록했으니, 당시 이 3명의 선수가 우승을 나눠 가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한 시즌 최다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바이런 넬슨의 스윙 모습 <출처: 게티이미지>

 

타이거 우즈의 연속 우승 기록

 

타이거 우즈는 1997년 4승으로 다승왕을 차지한 이후, 2009년까지, 13년 동안 11번의 다승왕을 차지했습니다. 특히 2000년 9승을 차지하면서, 현역 선수로는 최고의 기록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연속 우승 기록이 많은데, 1999년부터 2000년까지 6개 대회 연속, 그리고 2006년부터 2007년까지 7개의 대회를 연속으로 우승한 기록을 가지고 있습니다. 타이거 우즈는 현역 선수들 중 이러한 연속 기록들을 대부분 보유하고 있는데, 그만큼 어떤 '흐름'을 타는 분위기에서는 적수가 없었다는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특히, 2000년 U.S. Open에서는 2위와 15타 차의 기록으로 우승을 했는데, 이는 U.S.Open 역사상 가장 큰 타수 차이이며, 투어 전체로 볼 때에도 2위에 해당하는 압도적인 기록이었습니다. 그만큼 당시 경쟁자들과는 '차원이 다른' 플레이를 했던 것이 아닐까 합니다.

2002년 U.S.Open에서 압도적인 기량으로 우승한 타이거 우즈 선수의 모습 <출처: 게티이미지>

 

LPGA - 미키 라이트(13승)

 

LPGA에서 한 시즌 가장 많은 우승을 한 선수는 바로 미키 라이트입니다. 1963년 13승을 거둔 것인데, 이 선수는 1964년에도 11승을 거두면서, 이 부분 1위와 2위 기록을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미키라이트는 투어 통산 우승에서도 82승으로 2위에 올라 있으며, 메이저 대회도 13개 대회를 우승하는 등, LPGA에서 뛰어난 발자취를 남긴 골퍼 중 한 명입니다.

한국 선수들 중에서는 2013년 6승을 거둔 박인비 선수가 가장 많은 우승을 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박인비 선수는 2013년 이후에도 3년간  LPGA 투어의 시즌 최다승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2014년 3승, 2015년 5승)

2013년 혼다 클래식에서 우승한 박인비 선수의 모습, 박인비 선수는 2013년 6승을 거두며 다승왕을 차지했습니다. <출처: 게티이미지>

 

한 가지 주목할 만한 것은, 2014년 이후에는 시즌 최다승 기록이 3~5승에 머물러 있다는 것입니다. 그만큼, 더 많은 선수들이 골고루 우승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올 시즌만을 보더라도, 넬리 코르다 선수가 3승을 한 것을 제외하고는, 14명의 선수가 1승씩을 나눠 가졌습니다. 그만큼 선수간의 실력 차이가 더 적어졌다고 볼 수도 있고, 압도적인 실력의 선수가 없다고도 해석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스포츠가 그렇겠지만, 골프 역시도 1위만이 기억되는 스포츠가 아닌가 합니다. 특히  Top 10 에 든다고 하더라도, 그 순위를 기억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올해 박민지 선수의 압도적인 우승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그리고 신지애 선수가 기록했던 9승을 넘어서서, 두 자리 숫자의 우승 기록을 보여줄지 지켜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