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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교육정책

교원 감축 위해 과소학급 학교 기준 돌연 변경한 서울시교육청

이성희 기자 2020. 12. 31.
서울시교육청이 중·고등학교의 과소학급 학교 기준을 돌연 바꿔 논란이 일고 있다. 이 기준에 따라 당장 내년 교원 수급 계획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미 기간제교사 채용 공고를 내고 교육과정을 짜놓은 사립학교들은 당혹해하고 있다. ‘교육은 백년대계’라는 말이 무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교육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29일 각 사립중·고등학교에 ‘2021학년도 사립학교 교원 정원기준 변경 예정 사항 알림’ 공문을 보냈다. 공문은 “향후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 등으로 공립학교 정원이 조정되고 있으며, 사립학교도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며 내년 사립학교 교원 감축 계획을 알렸다.

공문을 보면, 기존에는 ‘중학교 18학급 미만, 일반계고 24학급 미만’이던 과소학급 학교 기준을 ‘중학교 15학급 이하, 일반계고 19학급 이하’로 변경한다고 돼있다.

서울시교육청이 지난 29일 각 사립중·고등학교에 보낸 공문 ‘2021학년도 사립학교 교원 정원기준 변경 예정 사항 알림’에는 과소학급 학교 기준이 내년 2월부터 바뀐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과소학급 학교는 학생 수가 적다보니 교원 수도 적어, 교사들이 일상적인 행정업무 부담을 호소해왔다. 이에 전체 학급 수가 일정 수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서울시교육청은 교원 1명을 증원할 수 있도록 해왔다. 그러나 과소학급 학교 기준을 갑자기 바꾸면서 매년 교원을 증원해온 학교들은 계획 변경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다. 서울시교육청이 사실상 교원 감축 방안 중 하나로 과소학급 학교 기준 변경을 내놓은 것이다.

공문에는 이같은 교원 정원 배정은 ‘내년 2월부터 시행 예정’이라고 명시돼 있다. 공립학교에도 같은 내용이지만 학교당 교원 수이 가배정 형식으로 공문이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5년 안에 2개 학급 줄이겠다고 연착륙 시키겠다고.

문제는 서울시교육청이 내년 교원감축 계획에 대해 일선 학교에 사전 예고나 설명 등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러다 이번 공문을 통해 일선 학교에 일방통보를 한 것이다. 교육청의 교원 확정배정이 나오는 내년 2월쯤 담임 배정 등이 이뤄지는 공립학교와 달리 연말이면 내년 교육과정을 대부분 짜놓는 사립학교들의 불만은 커질 수밖에 없다. 한 사립고 교장 A씨는 “이미 기간제 교사 공모를 다 했고 학생들에게 과목 선택도 받았는데 모든 게 헝클어졌다. 교원 업무 부담이 커지면 수업에 전념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며 “(교원수급 계획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준을 바꾸려면 최소한 1년 가량은 예고를 한 뒤 실행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해당 공문이 나가자, 서울시교육청에는 사립학교 관계자들의 항의전화가 빗발쳤다.

서울시교육청은 과소학급 학교 기준 변경을 늦게 알린 것은 인정하면서도 공립학교와 형평성을 맞춘 사립학교 교원 감축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사립학교에서 학급수와 교원 정원 기준이 확정되기 전에 기간제교사 채용과 차기년도 운영계획 등을 완료하는 것은 개선이 필요하며 학교에 지속적으로 안내할 예정”이라며 “예측가능한 교원수급 정책이 될 수 있도록 일정을 사전에 충분히 안내하겠다”고 밝혔다.

이성희 기자 mong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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