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하나재단 ・ 2020. 11. 16. 15:32
탈북민은은 집단주의 체제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자유민주주의 체제인 남한 사회에 적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문제다.
특히 학연과 지연과 혈연 등의 사회적 기반이 전혀 없는 북한이탈주민에게는
남한 사회 적응이 높은 장벽이며 따라서 충분한 사회적응과 자유시민 교육이 절실히 필요하다.
박사 논문 중 발췌
탈북민 이지영 박사가 낸 논문 일부입니다. 그녀는 남한 사회 정착 과정에서 직접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탈북민의 정착 방안과 남한 사회의 제도 개선방안 등의 내용을 논문에 담았습니다.
‘탈북민 박사’라는 단어가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실 수도 있는데요. 한국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여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적인 연구를 이어가고 있는 탈북민 박사를 뜻합니다. 이 중 한 명인 이지영 박사의 이야기를 함께 들어보실까요?
현장에서 발로 뛴 남한정착 연구로 ‘차별화’
이 박사는 2009년 6월 남한에 입국한 탈북민입니다. 그녀는 지난 10년간 기업가로 활동하면서 탈북민이 본인의 의지와는 별개로 정착에 실패하는 모습을 직접 목격하면서 핵심 원인이 무엇인지 잘 알게 됐다고 합니다. 또한, 자신도 북한에서 살다 왔기 때문에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적응하기 힘들어하는 탈북민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었다고 해요.
2011년부터 4년간 국제직업전문학교 행정팀장으로 근무하면서 탈북민 100여 명을 상급 대학에 편·입학시키고 취업을 알선한 경력이 있는데요. 또, 건설 회사를 설립하여 6년 동안 탈북청년 17명을 고용해 현장에서 1:1 매칭으로 기술을 가르쳐 그중 4명은 국가기술자격을 취득했습니다.
이러한 현장 경험을 논문에 반영하여 남들과 차별화 되는 정책 대안을 제시할 수 있었는데요. 정착 과정에서 본인이 직접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탈북민 정착에 관한 연구와 정부 정책 제시에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탈북민의 안정적인 정착은 곧 ‘취업’
그녀가 쓴 대표적인 논문으로는 ‘탈북어머니의 정신질환을 가진 청소년 돌봄 경험에 관한 근거이론 연구: 조울증자녀와의 관계회복을 중심으로’(2017년, 석사 학위 논문)가 있습니다. 이는 자신의 가정생활과 탈북민의 실생활을 바탕으로 쓰였으며, 탈북민 사회복지 정책의 개선점을 제안했습니다.
지난해에는 ‘탈북민의 취업과 적응에 관한 연구: 남한 직업생활 및 적응교육 서베이’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직접 경험한 현장 실태를 바탕으로 탈북민 지원 정책을 분석하고 탈북민의 남한 사회 적응에 따르는 문제점과 정책 개선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이 박사는 특히 탈북민의 안정적인 정착은 곧 ‘취업’이라고 보았는데요. 탈북민의 취업과 적응에 관한 연구를 위해 탈북민을 채용하고 있는 고용주들과 탈북민의 고용, 취업 경험, 사회적응 교육, 정부 지원제도를 조사 분석했습니다.
“북한에서 학습된 국가관·개인관·직업관과 정치조직 체계의 특수성 때문에 탈북민이 남한 사회 적응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 지원 제도 역시 현실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죠. 일례로 ‘미래행복통장’ 제도를 들 수 있는데요. 이는 고용보험에 가입된 직장에서 3개월 이상 취업해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혈연·학연·지연이 전혀 없는 탈북민이 거주지 보호 기간 5년 안에 미래행복통장 제도를 비롯한 정부가 지원하는 혜택을 받는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남한 정착 위한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교육 마련돼야
이어서 사회 정착과 직장 적응에 실패한 탈북민이 자주 이직하거나 국외로 이주하는 등의 사례를 예로 들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 방향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습니다.
① 하나원·하나센터에서 진행되는 사회적응 교육은 적성과 능력에 맞는 현장 체험 중심의 직업적응 교육으로 바뀌어야 한다.
② 한국산업인력공단 등 직업훈련기관에서는 자활·자립을 위한 맞춤형 직업기술교육을 실시하여야 한다.
③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시민단체와 협업으로 정착에 필요한 사회 적응, 정치체제, 경제관리 교육이 필요하다.
④ 정부의 취업지원체계 재구축을 통해 안정된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즉 하나원과 하나센터의 단기간 교육만으로는 탈북민이 남한 사회에 정착할 수 없으며 탈북민이 충분하고 지속적인 직업교육, 시민교육, 정규교육 보충 등 원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별도의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탈북민은 스스로 변화하려는 노력이 중요해요!”
이 박사는 탈북민이 남한의 정치·경제·문화·사회생활에 원만하게 적응하려면 북한에서 가졌던 국가와 개인, 직업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리고 물질적, 정신적 변화에 적응, 대처하려는 노력을 적극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무엇보다도 탈북민이 갖고 있는 전체주의 국가관과 집단주의, 정부 의존 등의 여러 결점을 극복해야 합니다. 국가의 결정 지시를 따르는 조직생활 체계에서 생활했기 때문에 스스로 해결책을 찾기보다는 어디든 의존하려는 경향이 있어요.”
또한 경직된 사고방식으로 대인관계에서 의사소통이 어렵고 자아비판과 상호비판에 익숙하며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과 조금이라도 다르면 참지 못하는 성향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 때문에 같은 탈북민끼리도 교제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며, 스스로 변화하려는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한다’는 말처럼, 새로운 곳에 정착하기 위해선 그곳의 분위기에 맞춰가야 합니다. 이지영 박사가 강조하는 스스로 변화하려는 노력은 새로운 곳에 ‘적응’하는 것과 같은 맥락인데요. 문화에 익숙해지는 것은 단기간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므로, 받아들이는 탈북민과 이를 곁에서 바라보는 남한주민 모두가 노력하는 사회가 돼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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