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ㆍ형벌ㆍ생활은 물론 역사까지 시대상 반영 굴욕을 지금껏 잊지 않고 있다. 환향(還鄕)녀와 호로(胡虜)자식이 호란(胡亂)이 남긴 유산이라는 건 널리 아는 대로다. 압축적으로 격변해온 한국 근대사는 욕 또한 창조를 거듭했다. 1894년 갑오경장 무렵 욕의 구체성이 소멸해 긴장감이 한결 떨어지게 되었다. 인권을 말살하는 현장에서 사용되었다. 명예형인 '조리돌릴 놈'은 5•16 쿠데타 직후 ‘나는 깡패입니다’ 라는 현수막 아래를 행진한 ‘동카포네’ 이정재 무리를 마지막으 로 더는 선보이지 않았다. 질병 또한 욕으로 몸을 바꿔 활개를 쳤다. ‘호랑이가 살점을 찢는 듯한 고통을 주는 병’ 호열자는 1821년 처음 발병한 콜레라를 이른다. ‘엿 먹어라’는 남사당패들 사이의 비역질 은어다. 욕먹는 사람만이 아니라 혈족 성분 자체를 능멸하여 유월에 담아 육젖[白蝦]이라 부르는 새우를 생활에서 나온 욕은 차라리 건강하다. 빌어먹을 놈 따위는 운명에 재앙과 불행이 일어나기를 비는 욕이다. 온 건달, 어리석게도 석가를 놀렸다는 조달(調達)이가 어원인 '쪼다' 는 제법 유식한 축에 낀다고 하겠다. 20세기 욕설은 이들 중세사회상을 담은 욕보다 더욱 생생하게 한국인의 삶을 되비치고 있다는 점에서 새롭게 새겨 볼 필요가 있다. 월남에서 미군은 젊은 베트남 여자를 ‘사이공 티(Tea)’라 불렀다. 월남에서까지 사용했다. 꾹은 한국의 줄임이다. 아부하는 일을 속되게 짜웅이라 하는데 파병 군인들이 듣고 와 자리 자리 잡았다. 외세에 시달려야 했던 20세기 한국에는 주변 4대 강국 관련 욕이 제법 있다. 내려 자기 존재를 증명코자 한 한국인의 몸부림이었다. 로스케 또한 러일전쟁 무렵 그 들이 만들어냈다. 북방에서는 러시아 사람을 마우재[毛子]라 했는데 이용악의 시에 말도 들려 주셨지’라고동경 어린 언어로 숨 쉬고 있다. 얼마우재는 이윽고 서양 사람을 흉내 내며 경망스럽게 구는 이를 일컫게 되었다. 즐겨 신는 데서 연유하고 있다.친일밀정은 왜놈개라 했다. 고문관이란 미군 고문관들이 한국 실정에 어두워 실수를 많이 한 데서 생겨 어수룩한 이를 뜻 하게 되었다. 공무원을 정부미, 군인을 군바리, 경찰을 짭새로 일컬은 건 권위주의 권력이 낳은 산물이다. ‘버리다’에서, 짭새는 보통 새 사이에 섞여 있는 잡스러운 새 (사복경찰)라고 하는데 유신시대 이전부터 짜부라고 불렀다.
이는 욕을 뛰어넘어 살벌함을 품고 있다. 욕설은 지역도 내버려두지 않았다. 데서 왔다. 나오듯 서울을 뺀질이라 했다. 경상도 보리문둥이는 대체로 보리 먹으면서 남들에게 업신 여겨 지고 문둥이라면 경상도 사람이나 한센병 환자를 두루 깔보는 말이다. 인터넷 시대에 등장한 개똥녀, 된장녀 따위는 모던걸에서 보듯 여성비하와 소비책임을 전가하는 남성중심적 욕설의 전형이다. 화하려는 그릇된 발상에 말미암고 있다. 욕설의 목적은 상대를 비하•저주하고, 이를 통해 일반적으로 지배자를 자기와 동일시하려는 일상적 언어투쟁이다. 신성함을 해체해서 끌어내리고자 하는 도전이다. 20세기 한국 욕설은 한국 사회와 사람의 역동성을 방증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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