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관론자들의 극복 시나리오/ 생명공학·로봇 등 기술 혁명 결합시켜/ "무조건 많이" 보다 '인구 질적성장' 유도
#1. 드론 택배가 박스를 건네준다.
할아버지가 오전에 부친 물건이다. 열어보니 섬유 재질의 태양열 휴대용 손난로다. 올해 82세인 할아버지는 ‘신 베이비부머’다. 25년 전 전자회사에서 퇴직한 뒤로 동료들과 작은 조합을 만드셨다. 이후로 잡다한 친환경 전자기기를 만들어 보내온다. 소소하게 신제품에 도전할 때마다 할아버지는 “대박 나면 용돈 두둑이 주겠다”고 하시지만, 아직 받아본 적은 없다. 그래도 할아버지는 좌절하지 않으신다. 오히려 “내가 ‘실버 한류’ 세대란 말이야” 하며 자랑스러워한다.(2040년의 20살 청년)
#2. 이번 주는 3일만 일했다.
#2. 이번 주는 3일만 일했다.
5년 전부터 주 4일제가 됐는데, 내일이 총선이라 하루 더 쉰다. 지역구에, 세대구 후보까지 챙기려니 정신이 없다. 청년·장년·노년구에서 각 30명씩 대표를 뽑아야 한다. 세대구는 2년 전 생겼다. 노인 세대가 국회를 장악하는 걸 막기 위해서였다. 이번이 첫 선거다. 도입 당시 반년 넘게 온 나라가 뒤숭숭했다. 지역구가 없어질 의원들의 절박한 몸부림에 거리로 쏟아져나온 노인들의 잔뜩 성난 표정까지. 선거법 수정안이 통과된 날은 아직도 기억난다. 국회 본회의를 보며 대한민국에 희망이 살아있다는 감동이 밀려왔었다.(2040년의 30살 직장인)
2040년 대한민국 풍경을 전문가들의 조언을 기반으로 가상으로 재구성했다. 저출산, 고령화를 슬기롭게 극복했을 때 가능한 최상의 시나리오다. 실제 학계에서는 이제 인구 감소와 고령사회는 기정사실이기에, 미리 철저히 대비해 긍정적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서용석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10년 동안 출산율 제고를 위해서 안 써본 정책이 없을 정도지만 저출산은 더 심화됐다”며 “이럴 바에는 출산율 회복 기조보다 인구 감소에 적응해야 한다는 시각들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낙관론자들은 ‘무조건 많은’ 인구보다 인구의 ‘질적’ 성장이 중요하다고 본다. 노동생산성을 올리고 기술혁명을 결합하면 더 적은 인구로도 다가올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생명공학, 로봇 기술의 발달로 건강하게 일하는 나이가 늘어나리라는 희망을 가져볼 수도 있다. 생태·환경론자들은 지구가 병드는 원인 중 하나로 지나치게 많은 인구를 지목한다. 한반도가 품을 수 있는 적정인구를 한참 초과했기에 인구 감소로 오히려 환경이 살아나리라 기대한다.
배일한 KAIST 녹색교통대학원 연구교수는 은퇴를 앞둔 베이비부머 세대의 잠재력에 주목했다. 배 교수는 “이들은 경제력을 갖추고 정치적 영향력이 센 데다 여전히 건강하기에 ‘이 경륜으로 나라를 위해 뭘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강하다”며 “‘노인은 은퇴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의 틀을 바꿀 세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 교수는 정치 영역에서 ‘실버 독재’를 막을 방법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이 아닌 세대 기반의 선거구 재편은 가능한 아이디어 중 하나다. 투표 때 세대별 가중치를 두는 방법도 있다. 노인의 표는 0.8표, 20대는 1.2표로 계산하는 방안이다. 대선·총선 등 일부 선거에 한해 한 사람이 평생 참여할 수 있는 선거 수를 제한하는 투표총량제 역시 고려해볼 수 있다.
송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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