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과 바다 그리고 계곡에 널려있는 돌멩이들에 질문을 던진다. “너의 이야기를 들려줄래.” 일본의 스톤 아트 예술가 아키에 나카타(Akie Nakata)가 강둑을 걷다가 우연히 마주친 돌멩이에 대화를 건넨다.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돌멩이다.
“돌멩이가 나를 선택하는 거예요. 나를 발견해 준거죠.”
아키에는 지난달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돌은 단순히 그림을 그리는 재료나 캔버스가 아니다. 돌멩이는 나에게 영감을 주는 존재다. 돌멩이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돌멩이가 자신에게 그림을 그려도 괜찮다는 신호를 보낸다”고 말했다.
아키에는 돌멩이와 대화를 나누고, 그 이야기를 그림으로 표현한다.
“돌을 사전적 의미에 생물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나는 돌에게 생명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산에 있던 거대한 바위가 손바닥만 한 조약돌이 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내 손바닥 위에 놓인 이 조약돌은 수천 년 동안 지구의 역사를 묵묵히 지켜본 ‘목격자’다. 나는 돌들에 그들이 살아온 이야기를 듣는다”
아키에는 평소 작업을 할 때 돌을 손으로 꼭 쥐면서 이야기를 나눈다고 설명했다.
고양이, 부엉이, 호랑이 등 다양한 동물들이 돌 위에 새겨진다. 돌의 숨결이 동물의 모습으로 드러나는 순간이다. 그림을 그리는 작업은 매우 신중하게 진행된다.
아키에는 “‘내 느낌이 맞는 거니?’라며 돌에게 끊임없이 물어본다. 어떤 동물을 그릴 건지는 돌멩이가 결정한다. 깊은 대화를 통해 새 생명이 태어난다”고 했다.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돌을 깎거나 다듬는 등 인위적인 세공은 하지 않는다. 아키에는 “미적 아름다움보다 돌 속의 삶을 얼마나 표현하였는가가 작품의 완성도를 결정한다”며 “자연 그대로의 모양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아키에는 동물을 그린 다음 마지막으로 눈동자를 그린다. 그는 “눈을 그리는 순간, 돌 위에 그려진 동물이 살아난다. 동물의 눈이 나를 똑바로 바라보는 순간 작품이 완성된다”고 했다.
그의 작품들을 보고 있노라면 돌이 살아서 움직일 것 같은 착각이 생긴다. 놀랍게도 아키에는 전문적인 학원에서 미술을 배워본 적이 없다. 그는 “독학으로 그림을 공부했다”며 “주로 아크릴 물감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아키에의 돌 사랑은 유년 시절부터 시작됐다. 그는 “보석보다 돌멩이를 더 좋아했다”며 “2010년쯤 강둑에서 토끼 모양을 한 돌멩이를 보고 스톤 아트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아키에는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작품을 공개했다. 그의 작품은 현재 일본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올해 11월 도교 긴자에서 첫 단독 전시회가 열린다. 100점의 작품들이 전시될 예정이다. 이번 전시회는 11월 5일부터 16일까지 세이잔 갤러리에서 진행된다. 평일에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주말과 전시회 마지막날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http://art-japan.jp/en/)
아키에는 “갤러리에서 단독 전시회를 하는 것이 꿈이었다. 최고의 작품을 선보이기 위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내 작품을 통해 돌과의 대화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