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그룹 60% 사라져
30년간 대우·삼미 등 18곳 공중분해되거나 순위서 밀려
세금·규제 등 경영환경 최악 최근에도 금호 등 하락 위기
“대기업들도 ‘不死’는 아니야 반기업적 정책리스크 줄여야” 30대 그룹 지도가 요동치고 있다. 26일 한국경제연구원이 30대 그룹 생존율을 분석한 결과, 1988년 당시만 해도 30대 그룹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가 지금은 빠진 곳은 대우·쌍용·동아건설·기아·한일·동국제강·극동건설·삼미·미원·동부·동양·한보·고려합섬·해태·한라·풍산·강원산업·대한전선 등 18곳에 이른다. 이 중 대우·쌍용·삼미·한보·해태 등은 공중분해됐으며, 동국제강·DB(옛 동부)·대한전선 등은 핵심 사업 부진, 계열사 매각 등의 여파로 30위권 밖으로 밀려난 상황이다. 시장 변화에 제때 대응하지 못했거나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 등과 같은 외부 충격으로 인한 공중분해, 또는 경쟁력을 잃어버린 경우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최근에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핵심 계열사인 아시아나를 매물로 내놓으면서 재계 순위 50위권으로 내려앉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 대응에 실기한 LG전자 스마트폰 사업 조직은 원가를 낮추기 위해 국내 사업장을 해외로 이전하기로 했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관계자는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요즘 한국 기업을 줄여 ‘한기’라고 부르는 데 ‘한숨 쉬는 기업’ ‘한계에 이른 기업’ 등을 뜻하는 자조 섞인 표현”이라면서 “그 정도로 경영 환경이나 기업 홀대 분위기가 어느 때보다 나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국보다 높은 법인세, 세계 최고 수준의 상속세 부담, 갈수록 늘어나는 대기업 규제, 최하위 노사 협력, 인건비 급증 등 세계 최악 수준의 경영환경에 대한 심정을 토로한 것이다. 이와 관련,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학과 교수는 “대기업이라고 해서 망하지 않는 게 아니다”라며 “그렇기에 ‘재벌이 경제를 독점한다’는 말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기업들이 사업을 다각화하는 것을 ‘문어발 확장’이라며 비판하는데, 시장 환경을 분석해 상황에 맞게 끊임없이 변화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한국 기업의 위기에 대해 “기업들이 경영을 잘못해 시장에서 도태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라면서도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산업안전보건법 강화 등으로 정부가 기업에 ‘정책 충격’을 끊임없이 주는 것도 기업들이 위기를 겪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인학 한국기업법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우리나라 기업들이 전 세계에서 소비자 선택을 받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는데, 정부 눈치를 보느라 경쟁력을 상실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기업가 정신을 위축시키는 정부의 ‘반기업적 정책’이 기업들에는 ‘정책 리스크’가 되고 있다”며 “기업들이 시장에서 열심히 뛸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직된 노사관계 속에서 적기 구조조정이 어렵고, 규제 등으로 인해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혁신할 수 없는 환경 등이 한계기업을 늘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관범·손기은 기자 frog72@munhw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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