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쌈
이 그림에는 길쌈의 도구들이 자세히 나타나 있어 당시 서민의 생활사를 연구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화면은 2단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상단에는 베매기를 하는 여인의 모습이 보이고, 하단에는 베짜기를 하는 여인과 이를 지켜보는 할머니, 등에 업힌 아이, 서 있는 아이가 보인다. 익살스러운 단원의 필치가 엿보이는 것은 마치 뒤에 서 있는 할머니가 베 짜는 여자의 시어머니인 듯, 손자에게 시켜 며느리에게 뭔가 지시하고 있는 듯하다. 손자는 무슨 말을 하고 있을까? 아마 "엄마, 함니가 좀더 빨리 하래?" 눈치도 없이 이런 말을 한 건 아닐까?
행상
부부로 보이는 행상 가족의 모습이다. 당시 행상은 여러 지방을 돌아다니며 물품을 파는 상인을 말하는데 아무래도 돌아다니며 장사를 하다보니 행색이 남루하다. 낡은 벙거지에 나무통 지게를 진 남자와 광주리를 머리에 이고 아이를 업은 여인은 각자 행상을 떠나기 위해 헤어지려고 하고 있는 듯하다. 뭔가 아쉬움과 염려의 눈길로 아내에게 이런저런 당부를 하고 있는 남편과 몸조심하라고 여러 번 말하는 아내의 정이 느껴진다. 아이를 업고 저고리를 입은 엄마는 아이를 긴 행려에서 조금이나마 보호하려는 모심을 보이고 있고, 질끈 행전을 묶은 바지차림과 치마를 걷어올려 허리춤에 끈을 묶은 모습에서 노곤한 행려의 길을 떠나는 모습이 역력하다.
벼타작
쉴 새 없이 일하는 농부들의 숨가쁜 움직임이 그대로 묘사된 그림이다. 힘은 들지만 일 년 동안 애쓴 보람의 수확을 하는 이 순간 농부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만연하다. 한 짐 타작할 벼를 지게에 지고 오는 사내의 웃음 띤 얼굴, 벼를 힘껏 들어 올려 탁탁 치느라 얼굴에 힘이 들어간 남자의 표정, 바닥에 떨어진 알곡들을 쓸어 모으는 사람, 타작벼를 묶는 사람 모두 재미있다. 뒤에는 주인쯤 되보이는 양반이 돗자리에 비스듬히 누워 긴 곰방대를 물고 에헴~ 거드름을 피고 있다. 돋자리 옆에 놓인 술병과 잔, 벗어 놓은 고무신까지 단원의 세심한 관찰이 그대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