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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자료/성경공부

[스크랩] 묵도가 예배의 시작인 이유는?

[질문] 묵도가 예배의 시작인 이유는?

예배를 시작할 때 예배인도자가 “묵도로 예배를 시작하겠습니다”라고 말합니다. 우리 교회만 그러는가 싶어 궁금해 다른 교회들의 주보를 봤더니 대부분의 예배시작이 ‘묵도’였습니다. 왜 묵도가 예배시작순서가 됐습니까? 예배 전에 와서 이미 기도로 준비했는데 또 다시 기도로 예배를 시작하자고 하는 것은 아무래도 어색하게 보이는데요. 저는 이 묵도가 신에게 정갈한 태도와 마음가짐을 보여야한다는 우리 민족 고유의 종교성이 반영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기념식 등에서 순국열사들에게 묵념하는 것도 생각나고요.


[답변]


그렇습니다. 한국 대부분 교회들의 예배에서는 ‘묵도’가 예배시작 순서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예배인도자가 강대상 위에 놓여있는 종을 치면서 ‘주악에 맞춰 묵상 기도하므로 예배를 시작하겠습니다’라고 하는 말을 들을 수가 있습니다. 통성기도를 좋아하는 한국교회지만 예배 시작은 묵상기도로 하고, 피아노 반주자가 주악을 통해 기도하는 분위기를 이끌어냅니다. 너무나 고요한 숨이 막히는 적막함보다는 피아노 반주가 입을 달싹일 수 있도록 도와줄 것입니다. 신자들의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주는 측면도 있을 것이고요. 종치기로 예배를 시작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렇게 묵도로 예배를 시작하는 전통은 예배의 역사에서 찾아보기 힘듭니다.


초대교회부터 지금까지 예배의 시작이 어떠했는지 살펴보면 대충 그 흐름이 드러납니다. 초기에는 예배인도자가 성경을 읽는 것으로 예배가 시작되곤 했습니다. 이후에는 고정된 예배인도자가 생겨나면서 ‘예배 부름’이 예배시작순서로 자리를 잡기 시작합니다. ‘예배로의 부름’(Call to Worship)이 더 정확한 번역일 텐데요. 누가 누구를 부른다는 말일까요? 하나님이 신자를 부르신다는 말일까요? 아니면 신자가 하나님을 부른다는 말일까요? 그렇지 않다면 예배인도자가 하나님을 부르든지, 신자를 부르든지 하는 것일까요?


보통 예배 부름의 문구는 예배인도자와 회중이 주고받는 말이었습니다. 지금도 인도자가 ‘주께서 여러분과 함께’라고 하면 회중은 ‘주께서 목사님과 함께’라고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 주고받는 말 중에는 시편 124편 마지막 구절도 있었습니다. 예배인도자가 ‘우리의 도움은 여호와의 이름에 있습니다’라고 하면 회중은 ‘그 분은 천지를 지으신 분입니다’라고 합니다. 예배가 미사로 바뀌면서 이 문구는 예배인도자와 회중이 주고받는 말이 아니라 예배 직전에 사제와 부제가 봉헌물을 준비하면서 주고받는 말이 됐습니다. 사제는 자신의 개인적인 죄를 고하면서 하나님의 도움을 간구했습니다. 종교개혁자들은 미사 직전에 사용하던 바로 이 문구를 회중들의 입에 돌려줬습니다. 그리고 개혁자들은 이 예배 부름을 보툼(VOTUM)이라는 라틴어로 표현했습니다. ‘충성의 서약’ 등에 사용하는 일반 용어를 예배 용어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렇듯 공교회전통은 ‘예배 부름’이 예배시작순서인데 한국교회는 묵도가 예배시작순서가 된 연유가 무엇일까요? 이것도 한국의 선교지적인 상황에서 기인한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습니다. 첫째는 우리 고유의 종교의식들이 먼저 머리를 숙이고 묵념하는 것을 선호했다는 주장입니다. 지금도 우리 민족은 여전히 신에게나 순국열사에게 머리를 숙여 묵념하는 것을 해 오고 있으니까요. 한국적 상황은 다를 수 있지만 종교개혁자들이 성당 안에 있던 성상이며, 성물과 성화를 향해 머리를 숙이고 경배하는 것을 철저하게 금한 것을 생각하면 개혁의 후예인 우리가 예배를 시작하면서 머리를 숙여 묵도하는 것은 어색하다고 하겠습니다. 다른 하나의 해석은 예배의 시작을 알리는 종치기와 마찬가지의 상황입니다. 한국교회 신자들이 예배 직전까지 떠들고 있으니까 선교사들이 종을 치고는 묵도하면서 예배하자고 유도했다는 것입니다.


이제 한국교회는 선교지적인 상황에서 급조된 순서를 그대로 따라할 것이 아니라 공교회전통으로 돌아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묵도가 아니라 예배 부름을 통해 하나님을 우리의 유일한 도움이라고 부르면서 예배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 ‘예배 부름’은 우리가 저 멀리 계신 하나님을 불러내는 것이 아닙니다. 이 예배 부름은 우리 가운데 이미 와 계신 하나님을 향해 우리의 도움은 천지를 지으신 창조주께 있다고 고백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부르기 전에 먼저 찾아와주시고, 우리에게 응답해주시는 하나님이십니다. 하나님께서 그리스도를 통해 우리를 선택하시고 불러주시고 인도해주심이 예배하게 만드는 요소입니다. 예배는 하나님이 그 자리에 찾아와주실지 몰라 고개를 조아리면서 비는 것으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은덕에 힘입어 하나님을 담대하게 부르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안재경 목사 / 온생명교회기독교보 ksnews@chol.com

출처 : 예수 코리아
글쓴이 : 예수코리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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