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칠게 말하면, 우리나라에는 힘의 중심이 셋 있다. 하나는 정부 또는 정치권력이고, 다른 하나는 재벌이고, 마지막 하나는 언론이다. 그 외에도 힘센 곳이 없지 않지만, 대체로 보아 이들 셋에는 뒤진다.
정부는 국민이 국가를 조직하면서 위임받은 바에 의하여 힘을 가진다. 국민은 스스로는 물리력을 행사하지 않기로 하고 그 대신 정부로 하여금 그것을 독점적으로 행사하여 자신을 보호하여 주도록 맡긴 것이다. 그래서 정부는 무기로 외적을 막고, 경찰로 질서를 유지하고, 범죄자를 체포하여 가두고 재판한다. 또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자유와 재산을 신장하고 발전시키는 데 필요한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한다. 이 모두가 힘이다. 이와 같이 정부가 애초부터 힘을 가지도록 국민으로부터 맡겨진 것인 한, 그 힘은 안정되고 정당성의 면에서 모자랄 것이 없다. 다만 이 힘을 구체적으로 행사하는 사람은, 그가 국회의원이든 행정공무원이든 법관이든, 이를 함부로 쓸 우려가 있으므로 그러지 못하도록 많은 장치가 있다. 그래서 정치권력의 담당자 개개인, 가령 대통령을 두고 보면 국회와 같은 다른 권력기관의 견제를 받고, 무엇보다도 영구적으로 힘을 쓰지는 못한다.
재벌은 돈을 집중적으로 많이 가지고 있다. 돈은 힘이다.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사람 또는 한 달 벌어 한 달 사는 사람에게 돈은 한낱 생존의 수단일지 모르지만, 돈을 엄청나게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은 돈으로 다른 사람을 많이 부린다. 또 돈은 사람의 극도로 다양한 욕망을 잘도 충족시키는 가지가지의 수단을 만들어 내어, 이것으로 사람을 움직인다. 우리 사회에서 재화와 용역의 움직임, 즉 사람의 생존과 욕구 충족은 아무래도 기본적으로 재벌에 달려 있다. 정부가 아무리 재벌한테 무어라고 간섭을 하여도, 재산의 자유로운 보유와 처분이라는 원칙이 유지되는 한, 거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재벌은 일단 다이아몬드처럼 영원하다. 그런데 재벌은 '돈의 논리'에 의하여 지배된다. 그것은 쉽게 말하면 다른 사람이 가진 많은 돈 또는 재능과 경쟁을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의 욕망은 변덕스러우므로, 언제 다른 사람의 유혹에 휩쓸려 갈지 알 수 없다. 항상 정신을 바짝 차리고 내 돈을 계속 불려가야만 그 돈이 유지되는 괴상한 존재이다.
언론은 사람의 눈과 귀, 다시 말하면 머릿속을 쥐고 있다. 사람들에게 세상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그것이 자신이 살아가는 데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 것인지, 무엇이 즐거움이고 무엇이 슬픔이며 무엇이 사랑이고 무엇이 미움인지를 알려 주는 것은 오늘날에는 신문, 라디오, 텔레비전이다. 그리고 인터넷이 이들이 적은 바를 엮어 준다. 교육이 제대로 된 바탕을 마련하여 주지 못하는 터라, 이제 사람의 생각은 대체로 언론이 전하는 바, 말하는 바에 의하여 정하여진다. 이것이야말로 힘이다. 정부의 힘이 국민의 의사에서 나오고, 재벌의 힘은 사람의 욕망에서 나온다면, 언론의 힘은 사람의 느낌 또는 생각에서 나온다. 국민이 정부에 힘을 맡기는 주인이고, 사람이 재벌에 돈을 벌어주는 욕망의 주인이므로, 국민 또는 사람이 어떻게 느끼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정부에도 재벌에도 여간 중요한 문제가 아닌 것이다. 그런데 언론은 일단은 물리력도 돈도 없고, 오로지 혀 또는 말과 정신뿐이다. 정신은 우리가 그러려니 하는 것보다 실은 훨씬 약한 것이다. 돈의 달콤함에, 권력의 유혹에, 자신의 근거 없는 신념에 쉽사리 넘어갈 수 있다. 그래서 언론의 힘은 언제나 이러한 약함을 스스로 성찰하고 경계하는 바탕 위에서만, 자신을 치열하게 반성한다는 한에서만 정당화되는 힘이다.
정부는 국민이 국가를 조직하면서 위임받은 바에 의하여 힘을 가진다. 국민은 스스로는 물리력을 행사하지 않기로 하고 그 대신 정부로 하여금 그것을 독점적으로 행사하여 자신을 보호하여 주도록 맡긴 것이다. 그래서 정부는 무기로 외적을 막고, 경찰로 질서를 유지하고, 범죄자를 체포하여 가두고 재판한다. 또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자유와 재산을 신장하고 발전시키는 데 필요한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한다. 이 모두가 힘이다. 이와 같이 정부가 애초부터 힘을 가지도록 국민으로부터 맡겨진 것인 한, 그 힘은 안정되고 정당성의 면에서 모자랄 것이 없다. 다만 이 힘을 구체적으로 행사하는 사람은, 그가 국회의원이든 행정공무원이든 법관이든, 이를 함부로 쓸 우려가 있으므로 그러지 못하도록 많은 장치가 있다. 그래서 정치권력의 담당자 개개인, 가령 대통령을 두고 보면 국회와 같은 다른 권력기관의 견제를 받고, 무엇보다도 영구적으로 힘을 쓰지는 못한다.
재벌은 돈을 집중적으로 많이 가지고 있다. 돈은 힘이다.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사람 또는 한 달 벌어 한 달 사는 사람에게 돈은 한낱 생존의 수단일지 모르지만, 돈을 엄청나게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은 돈으로 다른 사람을 많이 부린다. 또 돈은 사람의 극도로 다양한 욕망을 잘도 충족시키는 가지가지의 수단을 만들어 내어, 이것으로 사람을 움직인다. 우리 사회에서 재화와 용역의 움직임, 즉 사람의 생존과 욕구 충족은 아무래도 기본적으로 재벌에 달려 있다. 정부가 아무리 재벌한테 무어라고 간섭을 하여도, 재산의 자유로운 보유와 처분이라는 원칙이 유지되는 한, 거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재벌은 일단 다이아몬드처럼 영원하다. 그런데 재벌은 '돈의 논리'에 의하여 지배된다. 그것은 쉽게 말하면 다른 사람이 가진 많은 돈 또는 재능과 경쟁을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의 욕망은 변덕스러우므로, 언제 다른 사람의 유혹에 휩쓸려 갈지 알 수 없다. 항상 정신을 바짝 차리고 내 돈을 계속 불려가야만 그 돈이 유지되는 괴상한 존재이다.
언론은 사람의 눈과 귀, 다시 말하면 머릿속을 쥐고 있다. 사람들에게 세상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그것이 자신이 살아가는 데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 것인지, 무엇이 즐거움이고 무엇이 슬픔이며 무엇이 사랑이고 무엇이 미움인지를 알려 주는 것은 오늘날에는 신문, 라디오, 텔레비전이다. 그리고 인터넷이 이들이 적은 바를 엮어 준다. 교육이 제대로 된 바탕을 마련하여 주지 못하는 터라, 이제 사람의 생각은 대체로 언론이 전하는 바, 말하는 바에 의하여 정하여진다. 이것이야말로 힘이다. 정부의 힘이 국민의 의사에서 나오고, 재벌의 힘은 사람의 욕망에서 나온다면, 언론의 힘은 사람의 느낌 또는 생각에서 나온다. 국민이 정부에 힘을 맡기는 주인이고, 사람이 재벌에 돈을 벌어주는 욕망의 주인이므로, 국민 또는 사람이 어떻게 느끼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정부에도 재벌에도 여간 중요한 문제가 아닌 것이다. 그런데 언론은 일단은 물리력도 돈도 없고, 오로지 혀 또는 말과 정신뿐이다. 정신은 우리가 그러려니 하는 것보다 실은 훨씬 약한 것이다. 돈의 달콤함에, 권력의 유혹에, 자신의 근거 없는 신념에 쉽사리 넘어갈 수 있다. 그래서 언론의 힘은 언제나 이러한 약함을 스스로 성찰하고 경계하는 바탕 위에서만, 자신을 치열하게 반성한다는 한에서만 정당화되는 힘이다.
목불인견(目不忍見): 언론과 정치권력의 야합(野合)
내가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것은, 힘 있는 셋 중에 둘이 함부로 야합하는 일이다. 요즈음 언론이, 적어도 일부의 언론이 정부 또는 정치권력과 한통속이 되었다고 종종 느껴지는 것은 나 혼자만의 일인가.
- 양창수 한양대 석좌교수 [세상사는 이야기] 매일경제 2018.09.01 오전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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