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發 소득 주도 성장, 고용 이어 분배 참사 초래
경제 옥죄는 主犯인데 '성역'으로 왜 떠받드나
경제 옥죄는 主犯인데 '성역'으로 왜 떠받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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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정부는 제로(0)에 가까운 올 7월 취업자 발표를 앞두고 전전긍긍했다. 올해 18만개 일자리는 충분히 만들 수 있다고 장담한 지 한 달밖에 안 됐는데, 월별 취업자가 마이너스로 돌아설지도 모를 공포감마저 안겨주는 '거짓말 정부'가 될 지경이었기 때문이다.
이낙연 총리가 국민 앞에 직접 나서는 방안까지 거론됐다고 한다. 여론이 들끓자 청와대와 여당, 정부가 주말 긴급회의를 열었다. 하지만 '돈 풀어 일자리를 늘려주겠으니 안심하라'는 발표문만 달랑 내놓았다. 경제학 교과서에도 없는 소득 주도 성장을 해보겠다며 가파르게 올린 최저임금이 일자리를 잡아먹는 주범인데도, 안타깝게도 이에 대한 대책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로부터 일주일도 안 된 23일엔 더 충격적인 정부 통계가 나왔다. 올 2분기 빈부 격차가 10년 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최악으로 벌어진 것이다. 최하 소득층은 취업자 수와 소득이 동시에 줄었고, 국민 10명 가운데 6명의 소득이 감소했다. 최저임금을 많이 올리면 저소득층의 지갑이 두둑해져 분배도 개선되고, 경제도 잘 돌아갈 것이라는 문재인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이 허구(虛構)라는 게 다시 한 번 확인됐다. 거꾸로 서민들을 구렁텅이로 밀어넣으며 고용 참사에 이어 분배 참사까지 일으켰으니 말이다.
과거 진보 정부 10년도 정권 초기에 경제 위기를 맞았다. 김대중 정부는 외환 위기에 대처하느라, 노무현 정부는 신용카드 대란을 막느라 수년간 체력을 소진했다. 모두 직전 정부가 저질러 놓은 위기들이었다. 반면,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으로 무혈입성한 문재인 정부는 반도체 등의 수출 급증 덕분에 3% 성장률이란 선물까지 받아들고 출발했다. 그런데 모두가 말리는 소득 주도 성장을 추진하다 불과 1년여 만에 고용도 실패하고, 소득 불평등까지 악화되는 재앙을 맞았다. 멀쩡한 사람을 임상실험 한답시고 환자복 입히더니 중환자실로 집어넣은 꼴이다.
문 정부의 전신(前身)이라는 노무현 정부는 '고용 없는 성장'이란 쓴맛을 본 뒤, 기업들에 일자리 창출을 위해 투자 확대에 나서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문 정부의 청와대 경제팀은 오불관언(吾不關焉)이다. 당장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고 일자리가 시급한 마당에 기업 기(氣) 살리기는커녕, 강성 노조를 비롯한 지지층 눈치만 보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무엇보다 두려워해야 할 것은 국민의 신뢰를 잃는 것"이라며 "(고용 악화에 대해)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최저임금을 최소한 업종별로 차등화하거나 수년간 동결하겠다는 정도의 특단 대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남아있는 국민 신뢰마저 달아날 것이다.
얼마 전, 문 대통령은 19세기 말 영국의 '붉은 깃발법(法)'을 사례로 들며 규제 개혁을 역설했다. "자동차 속도를 마차 속도에 맞추려고 자동차 앞에서 사람이 붉은 깃발[赤旗]을 흔들게 했는데 이 때문에 영국의 자동차 산업은 독일과 미국에 뒤처지고 말았다"며 붉은 깃발 같은 규제들을 과감히 걷어내겠다고 한 것이다.
정작 지금 청와대 경제팀이 주도하는 소득 주도 성장은 한국 경제를 옥죄는 거대 규제 덩어리가 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지적한 '붉은 깃발'의 한국적 변용이다. 그런데 청와대와 여당은 이 노선을 금과옥조(金科玉條)처럼 떠받들며 손도 못 대게 한다. 청와대가 앞장서서 잘못된 궤도에서 과감히 벗어나야 한다. 거꾸로 계속 '성역'으로 만든다면 결과는 참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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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진 경제부 차장 [동서남북] 조선일보 2018.08.24 오전 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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