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참가 업체 110여곳 그쳐
‘스타트업 천국’ 中의 10분의1
“삼성·LG 빼면 눈에 안 띈다”
“주력산업 고부가化 집중지원”
정부 업무보고도 구체성 결여
조선·철강·해운·油化 등 위기“중국은 다양하게 많이 전시했던데 한국은 삼성, LG 빼고 나면 눈에 띄지 않았어요.”
지난 6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6을 참관하러 온 한 중견업체 직원은 이렇게 말했다. 이번 전시회에서 TV 화질경쟁의 핵심이슈인 HDR(하이 다이내믹 레인지) 기술에서 한국은 중국 업체들과의 기술 경쟁에서 여전히 한 발짝 앞서 있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중국은 가전분야 기술력에서 한 수 아래였지만 드론, 자율주행차를 포함해 다양한 분야에서 미래 기술패권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었다. 중국계 자본으로 미국의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대항마로 주목을 끈 패러데이 퓨처가 콘셉트카 ‘FF제로O1’의 화려한 모습을 공개했고, 지난해보다 면적이 200% 늘어난 드론 부스에는 절반 이상이 중국업체였다. 중국의 드론 업체 이항은 세계 최초로 사람이 탈 수 있는 드론을 공개해 시선을 사로잡았다. CES 2016에 참가하는 업체 3곳 중 1곳이 중국 업체였다. 반면 한국기업은 국내 중소기업 110곳을 포함해도 10분의 1 수준이다.
한국 산업의
성장 동력에 대한 우려는 이처럼 한국이 현재의 경쟁구조로 미래를 이끌어 갈 수 있는가 하는 데 있다. 잘 나가는 몇몇 기업만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있을 뿐, 여타의 경우 중국과의 기술 격차는 점점 좁혀지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딜로이트 글로벌의 ‘2016 제조업 경쟁력 지수 보고서’는 불과 4년 뒤인 2020년 한국의 제조업 경쟁력은 인도에 밀려 5위에서 6위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MIT가 ‘세상을 바꾸는 기술’에 착안해 매년 발표하는 50대 혁신기업 리스트에 지난해 한국 기업은 하나도 없었다. 반면 샤오미가 2위, 알리바바가 4위에 오르는 등 중국 기업이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특허에 주목하는 톰슨로이터의 세계 100대 혁신기업에는 일본이 40개로 최다였고, 한국은 삼성전자 등 3개뿐이었다.
사업재편과 구조조정은 이제 더 미룰 수 없는 시점이라는 데 각계 공감대는 이미 형성돼 있다
한국 기업들은 지난해부터 삼성을 필두로 자발적인 사업구조 재편에 들어갔고, 정부는 정부대로 주력산업의 생태계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제조업 혁신 3.0’ 전략을 내놨다. 정부와 기업 중 누가 주도권을 잡고 가야 하느냐를 놓고 논쟁도 적지 않았다. 기업 구조조정은 원칙적으로 시장 자율로 이뤄져야 하지만, 산업구조 전반의 밑그림을 그리는 것은 결국 정부가 감당해야 할 영역이라는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이고 있다.
이와 관련 정부는 18일 대통령업무보고에서 연구·개발(R&D) 구조조정을 통해 주력산업 고부가가치화에 지원을 집중키로 했지만, 기업들과 어느 정도 협의가 됐는지 구체성은 결여돼 있다.
장석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기업이 누구보다 선제적인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기업의 자발적 사업재편이 확산돼 이것이 전체 산업재편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바람직하다”면서 “정부가 주도하는 산업재편이 사업재편보다 선행하는 것은 시대에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 IT 학과 특임교수는 “미국정부가 2008년 위기에 처한 GM 사를 놓고 접근한 방법을 한국도 참고해야 한다고 본다”면서 “미국 정부는 GM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방향 판단만 했고, 실제 구조조정은 톰슨로이터라는 전문업체에 맡겨 관치 논란을 피해갔다”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방승배 기자 bs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