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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기타/golf

[한국 여자 골프 4.0시대] "LPGA보다 KLPGA가 한 수 위"… 선수들, 美 데뷔 하자마자 우승권

Chosun.com 2015. 4. 21

  • 민학수 기자
  • 최인준 기자


  •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1] 세계의 중심이 되다

    '세리 키즈' 세대만 해도 美는 한 차원 높다고 생각
    지금은 심리적 거리감 없어 美서 적응기간 없이 우승
    어려서부터 체계적 훈련… 국내 대회 경쟁이 더 치열

    "저도 세영 언니처럼 KLPGA에서 우승하고, 미국 가서도 우승하고 싶어요. 멋있잖아요."

    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 데뷔한 박결(19)에게 김세영(22)이 롯데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는 모습을 지켜본 소감을 묻자 '나도 미국 가서 우승하고 싶다'는 말이 그리 어렵지 않게 나왔다. 세계 최고의 무대라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대답이다. 2011년까지 8년 넘게 국가대표를 지도한 한연희(55) 전 감독은 "요즘 주니어들은 국내에서 1등 하면 세계에서도 1등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최나연(28)과 신지애(27) 등 '세리 키즈' 때만 해도 LPGA는 적어도 한두 차원은 높은 무대라는 생각이 있었는데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덧붙였다.

    
	19일 미 LPGA 투어 롯데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김세영이 드라이브샷 하는 모습.
     19일 미 LPGA 투어 롯데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김세영이 드라이브샷 하는 모습. 작년까지 국내 투어에서 활약한 김세영은 올해 미국 투어에 데뷔한 지 3개월 만에 2승을 달성했다. /AP 뉴시스

    본지는 지난 3주간 '세계 여자 골프를 지배하는 한국 여자 골프의 비결'을 알아보기 위해 미 LPGA와 KLPGA, 주니어 골프 선수들과 지도자, 학부형 등 7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설문과 함께 많은 관계자들과 인터뷰를 했다. 이 과정에서 이전과 가장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은 KLPGA 투어가 기량면에서 미 LPGA투어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낫다고 생각하는 이들(77명 중 39명, 51%)이 훨씬 많아졌다는 사실이었다. 이미 수년 전부터 KLPGA투어 대회에 초청받아 온 LPGA투어 선수들이 우승은 고사하고 10등 안에도 들기 힘들 정도로 국내 선수들의 경쟁력이 강해졌다. 오히려 김세영과 김효주(20), 장하나(23) 등 작년만 해도 한국에서 뛰던 선수들이 미국에 가자마자 우승컵을 들어 올리고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면서 선전하고 있다.

    이 새로운 상황은 '한국 여자 골프 4.0시대'라고 부를 만하다. 어려서부터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훈련을 받으면서 치열한 주니어 무대를 거쳐 세계 경쟁력을 갖춘 선수가 양산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 처음 여자 프로골퍼가 생긴 게 1978년이었다. 구옥희와 강춘자, 고우순 등은 입지전적인 세대였다. '여자가 무슨 골프냐'는 소리를 들어가면서도 세계 무대의 높은 벽을 허물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삼성의 지원을 받아 미국에 진출한 박세리(38)는 1998년 US여자오픈에서 '맨발의 투혼'으로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수많은 여자 선수와 부모에게 희망을 줬다. 박인비(27)와 최나연, 신지애 등 '세리 키즈'는 "박세리처럼 되고 싶다"는 뚜렷한 꿈을 갖고 체계적으로 미국 무대에 도전한 세대였다. 그래도 '세리 키즈' 세대만 해도 한국에서 독보적인 실력을 갖춰야 미국에 갈 수 있다는 경외심과 두려움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KLPGA 선수 대부분이 '나도 미국에서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

    
	(왼쪽부터)박인비, 김효주, 최나연, 양희영.

    장하나와 김효주 등 20대 초반 선수들은 어린 시절부터 미국 주니어 무대도 경험했다. 김효주의 아버지 김창호씨는 "효주 또래 애들은 재능이 있다 싶으면 어렸을 때부터 부모들이 무리를 해서라도 미국 주니어 대회에 출전시켰다"고 말했다. 국내 주니어 대회도 국제적인 경쟁력을 키워주기 위한 체계적인 노력을 했다. 대한골프협회 오철규 사무국장은 "주니어 대회의 코스 길이를 길게 하는 등 세팅의 난도(難度)를 매년 더 높게 하고 있다"며 "국내 주니어 대회 수준이 외국보다 더 치열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효주는 "어려서 아이언으로 두 번째 샷을 할 기회가 별로 없을 정도로 코스가 길어서 지금도 하이브리드나 우드를 편안하게 다룬다"고 했다.

    이번 설문 조사에서 '한국 여자 골프가 잘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복수 응답)에 가장 응답이 많았던 것도 ①워낙 어린 나이에 시작하고 훈련량이 많다(41명) ②부모들의 헌신(21명) ③주니어 시절부터 국내 선수들 경쟁이 치열하다(21명) 순이었다. 세계적으로 특이하다고 볼 수밖에 없는 한국 선수들의 성장 과정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한국 선수의 약점'으로 ①부모의 지나친 간섭(30명) ②독립심 부족(17명) ③골프를 왜 하는가에 대한 뚜렷한 동기가 없다(15명)는 대답들이 많았다. 하지만 '한국 여자골프가 앞으로 얼마나 더 성장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①5년(22명) ②영원히 계속될 것(15명) ③10년(15명) 등으로 긍정적인 대답이 많았다.

    
	설문에 응답하신 분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