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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관리/CEO

[스크랩] G2시대 병자호란을 다시 읽자 (한명기 병자호란)

 

“G2시대 병자호란을 다시 읽자” (한명기-병자호란)

 

임진왜란 후의 격동하는 동아시아

임진왜란 이후 동아시아는 더 격렬한 소용돌이 속으로 휘말린다. 누르하치가 이끄는 만주가 명에 도전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임진왜란 참전으로 쇠망의 기미가 더 뚜렷해진다. 노대국 명은 계속 수세로 내몰린다. 위기에 처한 명은 조선을 이용하여 만주를 견제하려는 以夷制夷策을 구사한다. ‘임진왜란 때문에 망해가던 조선을 다시 살렸다’는 ‘은혜’를 내세워 만주와의 싸움에 조선을 계속 끌여들이려 했다.

명을 위해 만주와 싸울 것인가? 만주가 뜨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여 ‘중립’을 지킬 것인가? 양단의 선택앞에서 조선은 분열되었다. 1626년의 인조반정은 전자를 주장하는 세력들이 일으킨 쿠데타였다. ‘망해가던 명’을 선택한 직후인 1627년 만주는 조선을 침략했다. 丁卯胡亂이었다. 전쟁을 감당할 수 없었던 조선은 만주와 ‘형제관계’를 맺어 위기를 봉합한다.

 

정묘호란 이후 조선은 명과 만주, 두 나라 모두와의 관계를 우호적으로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황제의 나라’명도 잘 섬기고 ‘형의 나라’ 만주와도 잘 지내려고 애썼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명과 만주가 계속 싸웠기 때문이다. 그 틈바구니에서 ‘끼어 있는’ 조선은 결국 선택의 기로로 내몰릴 수밖에 없었다. 정묘호란 이후 명과의 전쟁에서 연전연승하고 더욱 강해진 만주는 조선으로부터 명과 똑같은 대접을 받고 싶은 유혹에 빠진다. 그리고 1636년, 만주는 마침내 ‘제국’이 되기로 결심한다. 나라 이름도 대청大淸으로 바꾸었다. 이윽고 조선이 명을 의식하여 자신을 제국으로 인정하려 들지 않자 다시 침략했다. 병자호란이었다.

 

병자호란이 일어나기 직전 조선은 척화파와 주화파간의 논쟁이 격렬했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조선은 청의 침략을 감당할 역량이 없었다는 것이다. 병력의 수, 군사들의 훈련 상태와 전투 경험, 군량 등 군수 지원 역량, 지휘관의 작전 능력과 책임감 등 전챙의 승패를 가르는 요소가운데 어느 것 하나 청보다 나은 점이 없었다. 거기에 임진왜란 때와는 달리 명 또한 조선을 도울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다. 당쟁으로 국론은 분열(동림당과 엄당)되어 있었으며, 청군의 침략에 수시로 유린되면서 자국을 지키기에도 급급했기 때문이다.

 

서로 싸우던 강국 사이에 끼인 채 자위 능력마저 없던 조선은 어떻게 했어야 하는가? 내정과 외교 앙면에서 극히 전략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했어야 했다. 하지만 인조는 그렇지 못했다.

 

‘잃어버린 10년’

정묘호란을 겪은 1627년부터 병자호란을 다시 겪는 1636년까지는 정말 중요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잃어버린 10년’이 되고 말았다. ‘왕권 보위’에만 골몰하며 안팎의 대국을 볼 줄 몰랐던 인조, 과거 정권의 실정을 한껏 성토했지만 집권 이후 권력과 부에 취해 버렸던 반정공신들, 명분과 의리를 소리 높여 외쳤지만 그것을 지킬 대안은 제시핳지 못했던 언관들, 이들 집권층의 한계와 아집, 불협화음 속에서 내정과 외교는 임기응변과 즉흥적인 미봉책으로 점철되었다.

준비없이 맞이한 전쟁의 결과는 처참했다. 인조는 ‘오랑캐 추장’에게 무릎을 꿇고 큰절을 올렸다. 수많은 백성들이 죽거나 다쳤다. 포로로 잡혀 끌려간 백성도 수십만이었다. 끌려가는 도중 죽고, 굶어죽고, 맞아죽었다. 탈출하려다 실패하여 발뒤꿈치를 잘리기도 했다. 수많은 여성 포로들이 청군의 첩으로 전락했다. 첩이 된 여성들 중에는 청군 본처로부터 끓는 물세례를 받은 사람도 있었다. 몸값을 치르고 돌아왔던 여성 포로들은 고국에서 다시 버림받았다.

 

 

병자호란은 G2시대의 비망록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바탕으로 정치, 군사적으로도 미국에 버금가는 존재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G2)은 한반도와 동아시의 미래를 좌우할 태풍의 눈이다. 일본은 보수화와 군국주의 부활로 가고 있다. 센카쿠 열도(尖閣列島) 댜오이다오(釣魚島)의 영유권을 놓고 벌이고 있는 양국 간의 첨예한 갈등은 동아시아를 긴장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병자호란은 과거가 아니다. 어쩌면 지금도 서서히 진행되고 있는 현재일 수 있으며, 결코 ‘오래된 미래’가 되지 않도록 우리가 반추해야 할 ‘G2시대의 비망록’이다.

 

무능한 지도자가 얼마나 나라를 망치고 국민을 도탄에 빠지게 하는 것을 병자호란을 통해 뼈저리게 느낀다.

출처 : 안기영의 공감의 정치 산책
글쓴이 : 수호천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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