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건설업체 부도가 가시화되고 대형 건설사를 인수한 그룹이 유동성 문제에 직면하게 되면
주가지수가 현 수준에서 50퍼센트 가까이 추가 하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000선에서 반 토막 나면 500이다.
원달러 환율도 내년 초에 달러당 1,700원은 가볍게 돌파할 것이다.
원달러 환율만 문제되는 것이 아니다.
엔달러 환율은 엔고와 맞물려 상상을 초월한 수준까지 갈 수 있다.
물론 추가적인 하락에는 '펀드런(fund run: 대규모 환매)'도 한 몫을 할 것이다.
2. 아직까지는 아무것도 눈에 보이는 게 없다.
서브프라임, 미분양 부동산, 외국인 주식 매도 등이 불안감을 부추기고 있지만
정작 외환위기 때처럼 기업이 연쇄 부도나거나 금융기관이 도산하고 있지는 않다.
무언가 가시화되고 나서 시장의 악성 매물이 소화되려면 외환위기 때보다 더
긴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 와중에 유동성이 필요한 국내 중소기업과 악성 채무에
시달리는 가계 등은 퇴출될 것이고, 과도한 위험 포지션(펀드, 주식) 등을 보유한 중산층
자산가도 최악의 위기를 겪을 것이다.
3. 현재 정부는 한계상황에 처한 기업의 정리를 미룬 채 무턱대고 지원을 하고 있다.
하지만 내년에 경제성장율이 마이너스로 접어들게 되면 현금흐름이 없은 기업이
우선 정리 대상이 될 것이다.
그때즘 되면 설마 설마 하던 투자자들은 다시 한번 뒤늦게 땅을 치게 될지 모른다.
4. 주가 하락을 예상하는 근거는 수익성 보다 유동성 측면에서 위기가 닥쳐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익성을 따져도 현재 증권사들의 주가 전망은 지나치게
낙관적이다. 현재로서는 주가지수가 500선까지 내려갈 수 있다.
공포심과 내후년의 실적 때문이다.
전체 상장기업이 적자를 보는 바람에 PER가 산출되지 않은 1997년, 1998년과 현재 시점을
비교할 수는 없지만, 그 2년 동안 주가지수는 고점과 저점 차이가 500포인트를 넘었다.
상황이 악화되는 과정에서 투매가 나올 경우 통상적인 주가 전망은 틀어지게 된다.
2010년의 실적 전망은 더 어두울 수 있다.
5. 환율 동향, 단기 수급 사정, 기업의 유동성을 모두 감안하면
2009년에는 주가가 두 차례 정도 500선까지 곤두박질칠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에는 원화의 급속한 절하(환율 상승)로 인해, 연말에는 2010년의 경제성장율
예상에 대한 실망감으로 급락세가 나타날 것이다. 여름철에는 일시적인 랠리가 있겠지만
주가가 1,000선을 넘기기 힘들 가능성이 높다.
6. 폭도 폭이지만 그 속도도 문제이다.
현재 주식시장은 주가가 임계점 밑으로 하락할 경우 매물이 매물을 부를 수 있는
구조이다.
소비를 하기에는 가처분소득이 부족한 상황에서 펀드 자산은 1차적인 정리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부동산의 본격적인 붕괴와 함께 주가 하락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 전반적인 자산가치의 하락이 일상화될 것이다.
이는 중산층의 붕괴와 함게 각종 사회문제를 일으킬 것이다.
7. 한마디로 경제위기는 주식시장의 양극화를 불러온다.
돈이 있어 살아남은 기업과 돈이 없어 망하는 기업이 생겨나는 것이다.
대우사태에서 보았듯이 유동성이 없으면 어떤 그룹도 살아남을 수가 없다.
8. 기업들의 경우 과도한 부채를 지고 있거나 부동산에 현금이 묶여 있는 경우 또는
그룹 전체가 인수합병을 통해 단기간에 현금을 급격히 소진한 경우에는 투자를
꺼리는 게 낫다.
또 그런 기업의 주식이나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면 과감히 정리하는 게 낫다.
경제위기가 오면 이런 한계상황에 있는 기업들이 희생양이 된다.
9. 지금은 펀드, 채권, 주식, 보동산 등 돈이 되는 것은 모두 팔아 현금 유동성을
확보해야 한다. 고점에서 사서 손해를 입었다고 해도 눈물을 머금고 결단을 내려야
한다. 추가 하락 리스크가 큰 상황에서는 무조건 발을 빼고 더 좋은 기회를 기다리는
것이 투자의 상식이다. ... 언젠가는 회복되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을 접어라.
그리고 재무전문가들의 말을 전적으로 믿지 말고 자신의 현금 유동성 확보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태풍이 불면 도망을 가야지 용감하게 혼자 맞서봐야 남는 게 없다.
10. 강남 부동산이 위기의 뇌관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부동산시가총액은 명목 GDP 9,700억달러의 5배,
일본의 경우 명목 GDP 5조달러의 2배, 미국의 경우 명목 GDP 13조 달러의 123퍼센트에 달한다.
참고로 일본의 버블 붕괴는 부동산시가총액이 명목 GDP의 4배가 되었을 때 터졌다.
11. 최근 홍콩을 다녀온 비즈니스맨은 완전히 죽어버린 상권에 놀랐다고 한다.
서울은 홍콩에 비하면 양반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홍콩 경제가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지만 상권이 이렇게 죽은 것은 철저한 홍콩 상인들의
계산 때문이다. 손익분기점이 넘지 않는 상점은 바로 닫아버리고 손실을
최소화한 채 때를 기다리는 것이다.
홍콩과 중국 본토에서 보이차를 수입하는 박정호 쌍어각 대표는 "홍콩에서 굴지의
다상들조차 이번 위기가 단기에 끝나지 않고 최소한 2-3년은 끌 것이라고 보고 있다."며
지점을 서둘러 폐쇄하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일단 대풍을 보면 체면 불구하고 숙이고 본다는 게 홍콩 상인이나 소비자의 자세이다.
(우리가 가진 문제점은) 투자에서도 허세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다들 전체 시장의 위험을 인정하지 않고 자신만은 특출한 재능을 가진 투자자인 줄
알고 있다.
-출처: 강용운-방현철, <토털 쇼크>, 비아북, 2008.12.12, pp.1-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