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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관리/처세술 및 코칭

일본 유바리시의 ‘잔혹한 겨울’

‘유바리 영화제’로 유명한 일본 홋카이도 유바리시가 ‘잔혹한 겨울’을 맞고 있다. 방만한 재정운영과 회계조작 등으로 360억엔(약 2880억원)의 누적적자를 안고 지난 6월 파산한 유바리시는 20년에 걸친 ‘고난의 행군’에 들어갔다.

매년 18억엔씩 빚을 갚는 혹독한 재정재건계획을 이행하지 않으면 시 살림이 불가능해진다. 시의 대책은 주민 복지의 대폭 삭감과 주민 부담의 살인적 증가다. 지난 18일부터 열린 주민설명회는 절망한 주민들의 분노와 비명으로 가득찼다. 주민들은 “그런 식으로는 살아갈 수 없다” “주민들을 추방하려는 계획이다” 등의 아우성을 치며 자리를 떴다.

시는 9개 항목의 세금과 공공요금 인상 계획을 밝혔다. 시민세와 고정자산세는 전국 최고 수준으로 오른다. 공중화장실을 비롯한 상당수의 공공시설은 문을 닫는다. 거리에 관계없이 200엔이면 탈 수 있는 경로버스가 폐지돼 하루 교통요금이 최고 1860엔으로 뛴다. 시립양호노인홈이 폐쇄돼 47명의 고령자가 머물 곳을 잃게 됐다.

복지삭감에는 어린이들도 예외가 아니다. 초등학교 7곳과 중학교 4곳이 1곳씩으로 줄어든다. 통학거리가 몇 배로 늘어나게 됐다. 유아 보육료는 연간 12만엔 이상 오른다.

유바리시도 270명인 직원을 4년 동안 70명으로 줄인다. 조기 퇴직 유도를 위해 시간이 지날수록 퇴직금을 줄여 현재의 25% 수준이 되도록 했다. 급여는 30% 삭감돼 전국 최저다.

1960년대 탄광경기가 절정일 때 12만명이 북적이던 유바리시는 스키장과 유원지 등을 앞세운 관광도시로 거듭나려 했으나 결국 막대한 빚만 남긴 채 실패했다. 이곳은 남은 인구 1만3천명 가운데 65살 이상이 40%를 넘는 전국 제1위의 고령 지역이다. 살인적인 허리띠 졸라매기는 이들마저 떠나도록 내몰고 있다. 7~9월 198명, 10월 78명이 이곳을 등졌다. 시의 한 직원은 “떠나도 지옥, 남아도 지옥”이라며 한숨만 내쉬었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