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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기타/여행

메타세콰이어 길 달려가면 가을이 반긴다 (오토타임즈)

강천산 군립공원

백일홍 어우러진 강천사
 발길 닿는 대로 떠나는 가을여행은 어느 곳이나 그윽하고 아름답다. 꼭히 빼어난 볼거리가 없다 해도, 이름난 명승지가 아니어도 가을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풍경의 깊이가 달라진다.



 전북 순창군에 있는 강천산군립공원은 가을 여로에 어울리는 여행지다. 화려하기보다는 소박한 아름다움이, 매혹적이라기보단 잔잔한 여운이 느껴지는 그 곳은 닫혔던 마음 한쪽이 툭, 열리는 듯한 느낌을 주는 곳이다. 특히 가는 길목에 만나는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은 그 이국적인 분위기가 더없이 아름답고 벅차다.

  

강천호를 거느린 군립공원
 전국에 내로라하는 국립공원과 도립공원들도 많은데 군립공원쯤…이라고 지레짐작한다면, 그 건 이 곳을 모르시는 말씀이다. 규모나 크기보다 때로는 깊이와 여운이 더 큰 감동으로 다가옴을 강천산군립공원은 보여주고 있다.

  

 호남의 소금강이라 불리는 강천산은 1981년 국내에서 처음 군립공원으로 지정된 산이다. 도처에 솟은 기봉과 크고 작은 수많은 바위 사이로 폭포가 흐르고, 깊은 계곡과 계곡을 뒤덮은 울창한 숲은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또 그 품에는 유서 깊은 고찰 강천사와 삼인대, 5층 석탑, 금성산성 등 문화유적이 산재하고 곳곳에 비경이 숨겨져 있다.

  

메타세콰이어 산책로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군립공원 내 약 2.5km 구간에 조성된 ‘장수건강 맨발 체험로’다. 고운 모래와 부드러운 흙이 덮인 맨발 체험로는 병풍폭포에서 구장군폭포에 이르는, 짧지 않은 구간동안 때론 계곡을 벗하고, 때론 메타세콰이어 숲길을 지나며 운치있게 이어진다. 관광객들은 망설이지 않고 이 곳에서 신발을 벗어들고 편안한 마음으로 자연과 접한다. (이들을 위해 공원관리사무소에서는 신발주머니까지 준비해두는 센스를 보여준다)  



 맨발 체험로가 끝날 즈음이면 고찰 강천사의 소박한 모습이 나타난다. 강천사는 신라 진성여왕 원년(887년)에 도선국사에 의해 창건됐다. 그 후 번창해 고려 충숙왕 3년(1316년) 덕현선사가 사찰을 중창하면서 한 때 12개 암자와 1,000여 명의 승려들이 머물렀다고 한다. 그러나 그 후 여러 차례의 전란을 거치며 석탑만 남았던 걸 1959년 재건해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

    

보기만 해도 시원한 병풍폭포
 고찰 강천사와 삼인대 사이를 지나 흥화정 옆길을 택하면 강천산의 명물인 구름다리(0.5km)와 전망대(1.5km), 강천댐(1.3km), 금성산성(2.3km)을 알리는 표지판을 보게 된다. 5분 정도 오르면 50m 높이에 길이 75m로 걸린 구름다리가 아찔하게 보인다. 가파른 벼랑을 기어올라 구름다리를 지나 전망대에 오르면, 수려한 강천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아스라이 펼쳐지는 풍경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세상살이의 버거움이 티끌처럼 느껴진다. 



 그 곳에서 다시 3~4분 가다 오른쪽으로 꺾어 오르면 강천산 8부 능선쯤 되는 300m 높이에 기다란 저수지가 나타난다. 마치 백두산 천지처럼 신비로운 느낌을 준다. 내려와 다시 계곡을 오르면 연대암이 있고, 400m 정상에 금성산성을 만나게 된다.



강천사 일주문
 유달리 잡목과 단풍나무가 많은 강천산은 가을 단풍으로도 유명하다. 개종되지 않은 순수한 토종 단풍나무들로, 잎이 작고 색깔이 고우며 서리가 내려도 지지 않는, 일명 애기단풍들로 늦가을까지 계곡을 곱게 물들인다. 



 *맛집

 순창읍내 KT 건물 뒷골목에 자리한 ‘새집식당(063-653-2271)’에선 전통 남도 한정식을 맛볼 수 있다. 거의 100년 가까이 됐다는 한옥 식당은 그 외관에서부터  맛의 연륜이 느껴진다. 새집식당의 대표 메뉴는 고추장불고기. 고추장으로 양념한 매콤하고 달콤한 불고기 맛이 별미다. 여기에 순창 일원에서 나는 산채무침, 직접 삭혀 양념한 굴젓, 굴비구이, 양념 돼지불고기, 장아찌 등 30가지가 넘는 밑반찬이 나온다. 

맨발 체험을 위한 센스있는 배려


 *가는 요령

 순창읍에서 24번 국도를 타고 담양 방면으로 가다가 순창고추장민속마을 앞에서 793번 지방도로로 진입 - 팔덕면사무소를 지나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을 달리면 왼쪽으로 강천산군립공원 진입로가 나온다. 저수지를 끼고 좌회전해 들어가면 주차장이다. 



장수촌 순창의 비결은 맨발로 걷기
 이준애(여행 칼럼니스트)

대웅전과 5층석탑



2007/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