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최진태 한국테러리즘연구소장 | |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사태가 40여 일 만에 끝났다. 우리 정부와 군의 긴밀한 협조와 헌신적 노력으로 인명 피해를 최소화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번 아프간 피랍사태는 우리 정부와 군, 국민에게 적잖은 교훈을 던졌다. 9·11 테러 6돌을 앞둔 시점에서 이번 아프간 피랍사태를 면밀히 분석하고 테러대책을 진단해 본다. 최진태(42) 한국테러리즘연구소장을 4일 오후 강남구 삼성동 연구소에서 만나 ‘테러시대’ 대테러 전략에 대해 알아봤다. - 이번 아프간 한국인 피랍사태가 43일 만에 끝났다. 하지만 우리에게 적잖은 교훈을 준 것 같다. “아프간 인질 납치테러를 통해 우리도 테러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 또다시 증명됐다. 김선일 피살사건, 나이지리아 근로자 납치 사건 등 일련의 테러를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유사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해 완벽한 국민보호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아프간 테러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테러조직이 우리가 테러 대응 능력을 갖출 때까지 기다려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가적 차원에서는 대테러 활동 전반에 대한 냉철한 분석을 통해 문제점을 도출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테러방지법을 제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대테러 정책과 실무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국민들도 테러 다발지역 등 위험지역 방문을 자제하고, 불가피할 경우 위험지역에서의 대테러 행동 수칙을 숙지하고, 실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테러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개인 차원에서 테러에 대한 안전대책을 강구하고 싶지만 언제, 어떻게,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국민들이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정부에서는 대테러 안전 행동기법과 이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대테러 정보 제공 노력을 확대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이 뒤따르지 않으면 제2, 제3의 아프간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이 이번 사건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다.” - 이슬람 문화권을 방문하는 우리 국민들이 특히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중동 이슬람권 지역은 우리에게는 중요한 석유 수입국이자 건설·수출시장이 돼 왔다. 우리 기업체와 근로자들의 중동 진출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이슬람 문화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현지인과 불필요한 오해나 마찰을 빚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이슬람권 방문을 위해서는 일상생활의 바탕이며 행동 규범인 이슬람 종교를 먼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동시에 이슬람권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을 이해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가족·부족 중심의 아랍사회는 신의와 자존심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 아랍인들을 모욕하거나 비난하는 행동은 금물이다.” - 갈수록 세계 곳곳에서 한국인 피랍이 늘고 있다. 이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우리 국민들의 특별한 주의가 필요한 것 같다. “인질납치테러는 폭발물 테러·무장공격 테러 다음으로 빈번하게 발생하는 테러 유형이다. 1968년부터 2006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2300여 건의 인질납치테러가 발생했다. 인질납치테러는 ‘산업화’ 양상을 띠고 있다. 테러조직의 운영자금과 무기구입 비용을 인질 납치로 해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번 한국인 피랍자 석방 과정에서 거액의 몸값 지불설이 공공연히 나도는 것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인질 납치가 확실한 ‘돈벌이’ 수단임을 보여 줌으로써 한국인들은 역설적으로 테러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인질납치테러는 정부의 노력만으로 예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국민들이 스스로 인질납치테러에 대비한 안전대책을 강구하는 책임의식이 필요하다.” - 이번 피랍사태 해결 과정에서 일부 불필요한 논쟁도 불거졌다. 특히 해외에 파병된 한국군이 철수하면 테러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었는데. “아프간 인질 사건을 겪으면서 해외에 파병된 우리 군의 무조건적인 철수를 주장하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철군하면 한국이 테러의 안전지대가 될 것이라는 순진한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상당수 존재한다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다. 출국자 1000만 명 시대를 맞아 여행객·유학생·교민 급증, 기업체 해외 체류자 증가 등으로 해외에서 테러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지금까지 한국인이 연관된 30여 건의 테러 사건은 파병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건이었다. 테러를 겪은 189개 국가가 모두 해외에 군대를 파병한 국가가 아니라는 점이다.” - 우리 군도 이번 사태 해결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지대한 기여를 한 것으로 안다. 이번과 같은 사태 재발 방지와 해결을 위해 더욱 가다듬어야 할 부분이 있다면. “우리 군의 국제사회 기여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 전략이 필요하다. 아프간에 파병된 동의·다산부대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 1401조에 따라 유엔·아프간지원단을 지원하는 목적으로 파병된 부대다. 이라크 자이툰부대 역시 유엔 안보리 결의안 1546호에 따라 이라크 전후 재건과 민주정부 수립을 지원하기 위해 파병됐다. 아프간과 이라크에 파병한 우리군은 비(非)전투병이며 의료·공병 등 평화정착과 재건지원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순수한 인도주의 정신에 따라 파병됐다는 점을 적극 알리는 노력이 필요하다. 민사작전의 중요성도 여기에 있다.” - ‘보이지 않는 전쟁’ ‘끝나지 않는 전쟁’ 테러로 세계 곳곳에서 하루 수백 명이 희생되고 있다. 9·11 테러가 발생한 지 6년이 지났다. 하지만 아직도 지구촌은 테러의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과연 세계는 안전해지고 있는가. “1968년부터 2006년까지 테러를 한 번 이상 겪은 국가는 무려 189개국이다. 유엔에 가입돼 있는 대부분의 국가가 테러를 경험했다. 그야말로 ‘테러의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 2006년 한 해 동안 여행이나 유학, 비즈니스 등의 이유로 출국한 우리 국민은 한 해 1200만 명에 달한다. 출국자 증가는 우리 국민이 테러에 노출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9·11테러 이후 테러의 양상은 평범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무차별적으로 자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테러조직은 전략적으로 강한 군대·조직을 갖춘 국가와 전면적인 충돌을 피한다. 대신 그들은 평화롭게 살아가는 죄 없는 평범한 사람들을 공격 대상으로 삼는다. 앞으로도 이러한 테러 양상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다.” - 미국을 비롯 세계 각국은 테러와의 전쟁이나 자국민 피랍 방지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 “미국·영국 등 선진국의 기본적인 대테러 정책 노선은 불(不)양보 정책이다. 미국의 경우, 테러에 대한 강경대응은 1973년 수단에서 미국 외교관이 아랍 테러조직에 인질로 잡혀 살해당한 사건이 계기가 됐다. 당시 닉슨 대통령은 테러범 협박에 매번 굴복하거나 협상하는 것은 오히려 테러리즘을 조장하는 결과를 초래하므로 테러범과 어떠한 협상도 없다고 선언했다. 미국의 불(不)양보 정책은 ‘테러범에게 양보하는 것은 더 많은 테러만을 유발시킬 것’이라는 신념에서 비롯됐다. 국제사회의 대테러 노선으로 발전한 것이다. 미국이 전개하고 있는 대테러 전쟁의 명분도 바로 이러한 신념에 근거하고 있다. 미국은 이러한 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 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대테러 정보를 국민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테러 다발지역에 대한 구체적이고 상세한 분석 자료는 물론 테러 경보 시스템 발동을 위해 국민들이 테러 위협에 대한 실체를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정 국가에 대한 방문 금지 등에 대한 규제는 없다. 다만 국민들 스스로 안전대책을 강구토록 하고 있다. 동시에 국민들을 대상으로 대테러 행동요령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을 홍보하는 일에 온 힘을 쏟고 있다.” - 9·11테러 6돌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한국인이 결코 테러로부터 안전하지 않은 것 같다. “설마 하는 안전 불감증이 테러를 불러온다. 테러에 대한 대비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위험에 대한 낙관적인 심리 현상을 경계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남보다 자신이 큰 위험에서 덜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을 갖고 있다. 테러가 자신이 아닌 남의 문제로 인식하는 것이 가장 심각한 문제다. 아프간 인질 납치 테러가 이를 잘 증명했다고 생각한다.” ■ 교통수단 테러대비 10계명 해외여행 길이나 이동에서 교통수단은 필수다. 최근에 발생하는 테러 사건의 경우 항공기 납치는 물론 자동차·버스·열차·지하철 등 교통수단에 대한 무차별적 테러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9·11테러, 3·11 스페인 열차테러, 7·7 런던 테러가 대표적 사례다. 교통수단에 대한 테러로부터 자신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소개한다. ①현지인들이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승용차를 이용하라. 현지인들이 상상할 수 없는 고가의 승용차를 이용하면 부자로 보여 범죄 대상이 될 수 있다. ②차량 시동을 걸기 전에 주위·외부·내부 순으로 확인하는 습관을 항상 가져라. 만약 의심스러운 점이 조금이라도 발견되면 절대 시동을 걸어서는 안 된다. ③여행을 할 때는 혼자가 아닌 동행자와 함께 하라. 가능하다면 누군가의 호위를 받아라. ④출장·여행·출퇴근 등 운전 경로에서 경찰서·소방서와 같은 안전한 대피소 위치를 파악하라. 비상시 공격을 시도하는 범죄자들을 피해 빠른 시간에 이동,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다. ⑤운전수를 고용할 때 신분을 철저히 파악하라. 현지 경찰의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면 범죄 기록 유무 여부를 확인하라. 이것이 힘들면 잘 알고 지내는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의 추천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⑥차의 잠금 장치를 항상 확인하라. 특히 밤에 잠금 장치 확인은 필수다. ⑦불가피하게 차고 아닌 노변에 주차할 경우 조명이 있는 곳에 주차하라. 어둠이 범죄 촉발의 원인이 된다는 것을 명심하라. ⑧운전을 할 때는 항상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차량 문은 잠그도록 하라. 창문은 환기를 위한 최소 상태를 제외하고는 열지 않도록 한다. ⑨항상 누군가 감시를 하고 있지는 않은지에 대한 경계심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운전 중에 직면할 수 있는 위험 유형 등에 대해 생각하고 대처 방법을 알아 두도록 하라. ⑩운행 중에는 어떠한 경우에도 낯선 사람을 태우지 말라. 납치범일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하라. ■ 최진태 소장은 ▲한국테러리즘연구소장(현) ▲한국경호경비학회 이사(현) ▲국가 대테러협상 전문위원(현) ▲군사저널 편집위원(현) ▲소방방재청 테러안전분야 R&D 기획실무위원 ▲C&S (주)시큐리티 고문 ▲대통령경호실 101경비단 대테러 자문위원 ▲영국 세인트엔드루스대 정치학 박사(대테러 보안 전공) ▲해군본부 비서실·해군참모총장 통역관 ▲‘테러리즘의 이론과 실제(2006년)’‘알 카에다와 국제테러조직(2006년)’‘폭탄테러 대응 매뉴얼(2004년)’ 등 저서 다수. 2007.09.06 글=김종원·사진=김태형기자 jwkim@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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