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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관리/대화기술

“한국은 中-日 사이 샌드위치가 아니다”

호세 꼬르데이로 교수(3)

▲ 본지와 회견하고 있는 호세 꼬르데이로 교수. 넥타이가 특이하다. 고대 이집트를 연상하게 하는 그림들로 가득차 있다.  ⓒ
“한국은 중국과 일본 사이의 샌드위치가 결코 아닙니다. 중국의 등장을 너무 두려워하는 것 같습니다. 중국이 경제나 군사적인 면에서 대국으로 등장하리라는 생각은 저뿐만 아니라 대부분이 공감하는 일입니다. 그런데 중국이 대국으로 등장한다고 해서 두려워할 이유가 뭐가 있나요? 한국은 미국을 두려워했나요?”

중국과 전쟁을 치르는 게 아닙니다. 한국이 지정학적으로 중국과 일본 사이에 끼어 있을 뿐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창과 화살로 전쟁하는 시대가 아닙니다. 또 총과 포(砲)로 전쟁하는 시대도 아닙니다. 과학기술의 가치로 전쟁하는 시대입니다. 교육이 중요한 시대입니다. 한국은 가장 기본적인 조건인 교육시스템을 잘 갖추고 있습니다.”

근공원교(近攻遠交)는 국제정치를 공부하는 학자들에게는 하나의 금과옥조로 통하는 말이다. “인접해 있는 나라는 공격하고 멀리 떨어져 있는 나라와는 외교를 맺어라”라는 뜻이다. 지리정치학에서도 명언으로 통하는 말이다. 그래서 인접해 있는 국가의 부상은 하나의 위협으로 다가올 수 있다. 우리에게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이 바로 그렇다.

“지정학적으로 판단하는 시대는 지났다”

요즘 산업자원부가 주최하는 각종 세미나의 주제는 중국이다. IT강국 코리아를 외치는 정보통신부의 각종 행사들도 핵심은 중국에 대한 대처 방안에 대해서다.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중국의 부상=한국의 위기라는 공식을 들고 나오고 있다. ‘틈새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등 비관론이 지배적이다.

중국의 새로운 등장은 우리에게만 문제가 아니다. 세계 경제의 25%를 주무르고 있는 경제강국 미국에, 세계 최대 무역 흑자국 일본에게도 엄청난 위협이다. 일본은 작년 말 기준으로 중국에게 최대 흑자국의 자리를 내주었다. 중국은 2006년 1천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올해는 그보다 3배가 많은 3천억 달러의 흑자를 이룰 수 있다고 중국은 장담하고 있다.

▲ 휴대폰 하나로 세상을 제패한 노키아. 그러나 이름없는 목재상에 불과했다.  ⓒ
그러나 지금도 이러한 지정학적인 이야기가 통할 수 있을까? 중국의 급부상은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는 걸까? 한국은 위기론과 함께 구한말 시대의 열강의 침입과 같은 상황에 직면했다는 주장도 많다. 과연 그렇게 위협적인가? 또 계속 위기감 속에서 살아야만 하는가? 호세 꼬르데이로 교수는 ‘No’라고 부정했다.

“세계경제는 아시아로 옮겨오고 있어”

“중국의 새로운 등장은 세계 경제가 아시아로 이동한다는 걸 뜻합니다. 유럽에서 미국으로, 이제 다시 동북아시아로 옮겨가는 것이죠. 그 중심에 한국, 중국, 일본이 있습니다. 그리고 인도가 급부상할 겁니다. 이는 한국도 세계경제 대열에 속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좀 더 엄밀히 말하자면 한국은 중국의 급부상을 염려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경제질서의 개편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혁신은 변화에 있습니다. 왜 한국은 여러 가지 혁신전략을 내세우고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으면서도 정작 제일 중요한 새로운 세계경제 흐름을 두려워 하는 것일까요?

한국은 자신의 길을 가면 됩니다. 어디에 의지하려 하지 말고 창조적인 길을 모색할 때입니다. 움츠러들지 말고 과감하게 나갈 수 있어야 합니다. 한국은 모방에서 벗어날 때가 충분히 됐습니다. 중국의 등장은 위기가 아니라 기회입니다. 미래는 미래에 대해 낙관적인 생각을 하는 편에 손을 들어줍니다.

“한국은 미국을 두려워했는가?”

한국은 무엇보다 교육이라는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습니다. 이제 경쟁력은 양이 아니라 질이 더 중요한 시대입니다. 과거의 강국들은 퇴색하게 될 겁니다. 다시 새로운 강국들이 등장할 겁니다. 역사의 흐름입니다. 그 속에 한국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은 조금 잘 사는 유럽의 한 선진국과 같은 나라로 남을 겁니다.

▲ 중국의 급부상으로 세계경제 질서가 개편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
아마 중국이 아니라 인도가 급부상 한다면 그렇게 큰 위기감을 느끼지는 않을 겁니다. 따지자면 인도가 급부상하는 것과 중국이 급부상하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습니까? 이웃하고 있는 나라라는 심리적인 차원일 뿐입니다. 중국을 장벽이라고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지정학적인 문제가 한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하게 인식되는 시대는 이미 끝났다고 봐야 합니다. ”

꼬르데이로 교수는 미래에 대해 무엇보다 긍정적인 시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미래를 연구하고 예측해서, 그에 대한 방법을 찾기 위해서는 타조처럼 숨는 것이 아니라 로켓을 달고 하늘로 솟아오르는 것과 같이 용기가 필요합니다.”

“미래는 긍정적으로 바라봐야”

“미래에 대한 자세가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아주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태도로 마치 타조같이 변화와 두려움이 오면 숨어버리는 자세가 있습니다. 반응적이고 대응적 자세로 소방관들이 화재를 진압하듯이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대처하는 자세가 있습니다. 또 보험을 드는 것과 마찬가지로 미리 준비하여 대비하는 예방적, 선행적 자세도 있습니다. 그러나 제일 중요한 것은 혁신적이며 적극적 자세로 미래를 미리 예측해서 적극적으로 상황에 대처하는 일입니다.”

연초부터 샌드위치론을 들고 나오면서 위기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중일 양국의 중간에 끼여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또 우리나라의 중요한 성장동력인 IT산업이 흔들리는 징후도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미국의 유력 경제 주간지 비즈니스위크가 최근 선정한 ‘세계 정보기술(IT) 100대 기업’에 한국 기업은 오직 한 곳만이 속해 있다. 57위를 기록한 하이닉스반도체다. 그러나 대만은 14개 기업, 일본은 8개, 인도는 6개, 홍콩은 3개 업체가 순위에 포함됐다.

▲ 중국은 200년전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이었다.  ⓒ
인터넷 강국으로 자부하던 우리나라의 초고속인터넷 보급률도 세계 4위로 밀렸다. 우리나라는 2001년부터 2004년까지 초고속인터넷 보급률에서 세계 1위를 기록해 왔다. 그러나 OECD가 2006년 말 발표한 자료를 보면 아일랜드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다시 올해에는 강소국 덴마크와 네덜란드에 밀려 4위로 떨어졌다.

“위기는 곧 기회, 두려워하지 말아야”

일부 전문가들은 그래서 지난 20년간 한국 경제를 이끌어온 IT산업이 성장의 한계에 부딪힌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들고 나오고 있다.

꼬르데이로 교수는 ‘위기(危機)’라는 한자를 보여주며 해석해 보라고 주문했다. ‘crisis, danger…’라는 대답에 그는 틀렸다며 위기는 ‘crisis+oppottunity’ 라고 해석했다. “저는 이 危機가 모습이 거꾸로 되거나 제대로 되거나, 잘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한자에 대한 지식이 없습니다. 그러나 위기 속에는 항상 기회가 있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단어입니다.

중국은 한국에 위협적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러한 위기를 겪으면서 다시 성장합니다. 중국은 무기나 화력과 같은 물리적인 힘으로 한국을 공략하는 게 아닙니다. 한국의 미래를 찾을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한국은 충분한 잠재력이 있습니다. 밝은 미래는 항상 위기가 동반됩니다. 미래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미래가 있습니다.”

/김형근 편집위원  hgkim54@hanmail.net


2007.07.18 ⓒScience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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