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62주년 광복절이 다가오지만 일제 잔재인 ‘태극기 유리액자 게시’ 방식은 고쳐지지 않고 있다. 세계일보는 민족정기 발양 차원에서 장·차관실 등 각 관공서와 일선 학교 등의 실태를 고발한다. 이어 일본과 미국 독일 중국 등의 사례와 전문가 분석을 잇달아 보도한다.
태극기를 액자에 가두어 두는 관행이 정부부처 장·차관실, 일선 학교, 정치인 사무실 등에서 개선되지 않은 채 여전히 시행되고 있다. 정부는 2002년 ‘유리액자형’을 ‘족자형’ 등으로 바꾸도록 규정까지 고쳤다. 그럼에도 정부 일부 장·차관은 5년째 이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정부의 무딘 역사 인식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29일 세계일보 취재팀이 청와대와 18개 정부 부처, 16개 지방자치단체, 50개 초·중등 학교, 주요 정당과 대선 예비후보 캠프 사무실의 태극기 게시 실태를 조사한 결과 6개 정부 부처, 일선 학교의 80% 정도에서 ‘액자형’ 태극기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 부처 중에는 과학기술부총리를 비롯해 산업자원부, 정보통신부, 환경부, 노동부, 여성가족부 장관실에서 유리액자형 태극기를 걸었다.
지방자치단체장 중에는 인천광역시장이 액자에 담긴 태극기를 깃대형과 혼용했다. 기관장실 외에 문화관광부, 산업자원부, 정보통신부, 여성가족부 차관실, 환경부·대검찰청 회의실, 전라북도와 제주특별자치도의 사무실도 유리액자형 태극기를 걸어두고 있다.
역사교육의 현장인 일선 학교의 실태는 더욱 심각했다. 취재팀이 서울시내 초·중·고교 50곳을 무작위 추출해 확인한 결과, 80%가 넘는 41개 학교의 교실에서 유리액자형 태극기를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7곳은 깃발 형태의 태극기를 사용했고, 한 곳만 정부 권장형 실내게시용 국기틀을 사용했다. 한 곳은 교실 안에 태극기를 비치하지 않고 필요에 따라 TV 화면 등으로 비추는 방법을 사용했다.
대선 예비후보 중에는 한나라당 박근혜, 홍준표 후보의 캠프 사무실에 유리액자형 태극기가 걸려 있었다.
청와대와 경찰청을 비롯한 일선 경찰서 등은 유리액자형 태극기를 철거하고 정부권장형 실내게시용 국기틀로 교체했다.
정부는 유리액자형 태극기가 일제 잔재라는 지적에 따라 1989년 ‘대한민국 국기에 관한 규정’ 중 ‘국기 깃면을 사무실 등에 게시할 때는 액자에 넣어 벽 중앙 윗면에 게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규정을 삭제했다. 2002년 8월에는 관보를 통해 좌우보필형, 상방족자형, 족자형 등 세 가지 ‘실내게시용(정부권장형) 국기틀 규격’을 고시했다.
국기를 액자에 넣어 실내 벽에 게시하는 방식은 한일병합 이후 총독부 지시로 시행됐다.
대한민국 국기선양회 이덕수 사무총장은 “대한민국의 장관실에까지 일제 잔재가 남아 있다는 사실은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일”이라며 “액자형 태극기가 일제 잔재라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지적했다.
이천종·유덕영·이귀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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