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망 높은 한 주교가 배를 타고 솔로브끼 섬으로 가고 있었다. 날씨가 좋아 순례자들과 주교는 배 위에서 편안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한 어부가 오른 쪽 바다를 가리키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저기 띠 모양의 섬이 보이죠? 저 섬에는 수도를 하는 세 노인 이 살고 있습니다. 그 노인들은 한 움막에서 살고 있는데, 한 분은 키가 작고 허리가 굽어 백살은 족히 되어 보였습니다. 또 한 분은 그보다 더 키가 크고 힘이 세어 보였는데 매우 쾌활했습니다. 세 번째 분은 키가 크고 무릎까지 내려오는 수염이 참 멋이 있었는데 별로 말이 없었습니다.
어부의 이야기를 들은 주교는 세 수도사들을 만나고 싶었다. 그래서 선장을 불러 섬에 가게 해달라고 부탁을 했다. 주교는 노 젓는 사람들과 작은 보트를 타고 섬으로 향했다. 섬에 사는 세 노인은 그 어부가 말한 그대로였다.
주교는 그들에게 다가가 축복하며 말했다. “수도사 여러분, 여러분이 영혼을 구하기 위해 수도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나는 그리스도의 종으로 여러분에게 설교라도 해 드리려고 왔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수도를 하는지, 또 어떻게 하나님을 섬기고 있는지 말씀해줄 수 있습니까?”
그러자 제일 나이 많은 작은 노인이 말했다. “우리는 하나님을 섬길 줄을 모릅니다. 우리 자신을 섬기고 우리 자신을 키워갈 뿐입니다.” 주교는 또 그들이 어떻게 기도를 드리는지 물었습니다. “‘당신께서도 셋, 우리도 셋이오니 우리를 어여삐 여기소서’ 하고 기도합니다.”
주교는 이들이 삼위일체 하나님에 대하여는 들어 본 적은 있으나, 하나님을 섬길 줄은 모른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주교는 기도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기로 마음 먹고 기도문을 가르쳐 주었다. 그리고 노인들에게 기도문을 외게 하였다. 노인들은 해가 넘어 갈 때까지 열심히 외웠다.
주교는 노인들을 작별하고 배로 돌아 왔다. 배로 돌아온 주교는 그 착한 노인들에게 하나님의 말씀과 기도문을 제대로 가르쳐 준 것이 무척 기뻤다. 주교는 흡족한 마음으로 캄캄한 바다를 바라보며 앉아 있었다.
그 때 뭔가 달빛에 하얗게 반짝이는 것이 보였다. 주교는 갈매기나 배의 돛이라고 생각했으나 무엇인지 확실히 알 수는 없었다. 그 하얀 물체가 점점 가까이 다가올수록 그것이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정말로 그것은 바닷물 위를 걸어서 달려오는 세 노인들이었다. 세 노인은 서로 손잡고 오면서 배를 세우라고 소리쳤다. 그리고 바다 위를 미끄러지듯이 달려오는 것이었다. 채 배를 세우기도 전에 그들은 뱃전으로 다가와서 주교에게 말하는 것이었다.
“하나님의 종이시여, 우리는 당신이 가르침을 잊어버렸습니다. 한 시간쯤 쉬는 동안 한 마디를 잊어버리고 그러다 보니 나머지도 하나도 생각이 나지를 않습니다. 우리에게 다시 가르쳐 주십시오.”
깜짝 놀란 주교는 성호를 긋고 말했습니다. “수도사 여러분, 여러분의 기도는 이미 하나님께 닿았습니다. 저는 가르칠 자격이 없습니다. 오히려 죄 많은 우리를 위해 기도해 주십시오.” 이렇게 말하며 주교는 코가 땅에 닿도록 절했다. 노인들은 우두커니 서 있다가 할 수 없이 오던 길을 되돌아갔다.
노인들이 되돌아간 쪽에는 아침까지 한 줄기 빛이 빛나고 있었다.
-톨스토이 작 <세 노인>에서, 이석규 각색-
**** 진실한 믿음은 형식에 있지 않습니다. 진실로 단순함과 정직함, 그리고 그것의 생활화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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