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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모음/공병호 칼럼

Sony의 몰락

'It's Sony' 일본의 '소니' 하면 대단한 회사라는 이미지가 떠오릅니다.

1979년부터 출시한 워크맨, 트리니트론 TV, 캠코더, 플레이스테이션, 바이오노트북, 베가TV 등
쟁쟁한 제품들로 세계인의 사랑을 받아 왔습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더 이상 획기적인 상품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예전의 소니가 아니다'라고 생각하던 차에 2005년 소니의 VAIO 기획자로 근무하다가 퇴사한 미야자키 타쿠마 씨의 글을 읽게 되었습니다.
전직 직장을 이렇게 심하게 파헤쳐도 되나 싶을 정도로 소니 붕괴의 적나라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우리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이야기가 듬뿍 들어 있습니다.

조직은 과연 어떻게 몰락하는가?를 생각하게 하는 글입니다.

1. 조직이 철학을 상실하면 위기에 처한다.

 

   소니의 경영자들은 소니가 하드웨어 기술주체에서 소프트웨어와 네트워크 주체로 대변환을 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이를 실천에 옮긴다.
소니는 회사 전체가 소프트웨어다, 네트워크다를 떠들어대며, 하드웨어라는 무거운 짐을 길 위에 던져 버리고 나락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과거 소니를 번성시켰던 본업이던 가전제품 생산은 '전통공예'라는 야유를 받았으며 엔지니어의
자존심은 갈가리 찢겨져 버렸다.
그나마 소니가 네트워크나 소프트웨어 부문에서 압도적인 성공을 거두었다면 생존이 가능했겠지만,

모두가 알고 있듯이 음악다운 로드기기 하나만 봐도 소니는 애플에 참패해 버렸다.

2005년에 물러난 이데이 노부유키 소니 사장이 재임하고 있는 동안 '리제네레이션', '디지털 드림키즈' 등을 캐치프레이즈로 기존의 하드웨어 중심의 노선에서 네트워크와 소프트웨어 노선으로 변경하는 대전환을 시도하였다.

이것은 말의 성찬으로 끝나고 말았다.

2. 조직이 자신의 핵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위기에 처한다.

 

   '왜 소니는 기술을 상실하였는가?'

이 질문에 명쾌한 해답을 내놓는 것은 무척 어렵다.
그 원인이 하나가 아니기 때문이다.

굳이 하나만 말하라면, 나는 '앞을 보지 못한 무리한 수평분업의 추진'을 들 것이다.

아니 한 걸음 더 나아가 수평분업화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경영진의 판단미스를 지적하고 싶다.

소니는 수직통합형 스타일에 적합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기업이다.

비디오테크나 캠코더나 워크맨 등은 모두 메가테크라고 불리는 심장부의 트랜스포터를 소니에서
직접 개발 제조해 왔다.

트리니트론 브라운관도 마찬가지로 본질적으로 중요한 기간 부품은 전부 소니가 직접 개발해 왔다.

이로 인해 독자규격을 만들 수 있었으며, 이 점이 무엇보다 소니 기술을 강하게 만든 부분이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바이오라고 하는 초수평분업형 사업이 크게 성공하면서 소니의 성향은 180도 바꿔버렸다.
시대의 요청이었는지 아니면 이데이 노부유키 사장과 그 추종자들의 착각이었는지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소니는 스스로 최대의 무기였던 수직통합형의 제조 스타일을 완전히 부정하고 돌연

수평분업 스타일의 추종자로 변신하였다.

이데이 씨를 비롯한 경영진운 수평분업의 본질적인 특성도 파악하지 못한 채 'AV와 IT의 융합',
'유비쿼터스 네트워크' 등의 번지르르한 단어를 구호로 내걸었다.

이것이 오늘날의 소니를 미로 속으로 밀어넣은 최대 원인이었다.

3. 조직이 건실한 기업풍토를 상실하면 위기에 처한다.

 

   소니라는 조직이 이데이 노부유키 사장의 스노비즘(snobism)의 희생이 되어 버린 부분이 적지 않다. 소니에서는 사내용 웹페이지에 일기 형식을 빌어 최고경영자의 메시지가 공개되어 있다.

(참고로 이 내용은 한국에 번역본으로 출간되었다)

물론 사장이던 이데이씨도 자주 일기를 쓰던 사람 중 하나였다.

당시 아직 신입사원이던 나는 이 글들을 읽으면서 아주 이상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내용이 누구를 만나서 무슨 와인을 마시고 어떤 호텔에 묶었으며, 포르쉐를 타고 어디를 드라이브

했다고 하는 이른바 스노비즘의 발로라고 할 만한 것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이데이 사장 이전에는 자신이 일이 얼마나 폼나는 일인가보다는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물건을 만드는 일이 소니의 중요한 기업 문화였다.

전자업계는 월급이 높은 편이 아니다.
그러나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일이 좋다는 이유만으로 기꺼이 헌신했다.
이러한 문화야말로 소니뿐 아니라 일본의 장인정신과과 제조업을 지탱해 온 원천이리라.

그러나 이 문화는 이데이 시대가 되면서 갑자기 바뀌었다.

소니가 신분의 상징처럼 여겨지며, 값비싼 양복으로 몸을 치장한 멋쟁이 사원들이 사내, 특히 본사 직원처럼 제조와 직접 관련이 없는 부서에서 급증하였다.

 

그리고 이들이 마치 전형적인 소니맨인 것처럼 그들이 구사하는 미사여구가 마치 기업의 메시지인 것

처럼 인식되어 엔지니어들이 설 자리를 빼앗아가 버렸다.
스노비즘이 기업풍토의 경박화를 가져온 것이다.


 

                                                                                        - 미야자키 타쿠마, <소니 침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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