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교육자료/교회

과학과 종교는 적이 아니라 동지(Science Times 070320)

'과학기술, 종교를 만나다' 포럼 열려

 

▲ '과학기술, 종교를 만나다' 포럼.  ⓒ

과학기술이 종교와 만났다. 과학기술부와 한국과학문화재단은 19일 오후 2시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 회견장에서 과학기술계와 종교계의 교류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과학기술, 종교를 만나다' 포럼을 개최했다.

과학과 종교에 대한 논의는 현재 전 세계의 지성을 한 테이블에 불러모으고 있는 이슈이자, 과학기술계의 지속적인 발전을 촉진할 수 있는 근간이 되고 있다. 20세기를 대표하는 물리학자인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종교 없는 과학은 온전히 걸을 수 없으며, 과학 없는 종교는 온전히 볼 수 없다"고 표현했을 정도다.

▲ 개회사를 하는 나도선 한국과학문화재단 이사장.  ⓒ
이번 포럼을 준비한 한국과학문화재단의 나도선 이사장은 "자연과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이 꼭 하나여야만 할 필요는 없으며, 여러 가지 이해의 방식이 공존할 수 있는 지혜가 더욱 중요하다"며 "그 지혜를 향한 소중한 첫 걸음을 내딛기 위해서 과학기술이 종교와 만나는 자리를 마련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김우식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은 "과학적 인식과 종교적 믿음은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존재 양태로 생각한다"면서 "과학과 종교가 인류의 번영과 발전을 위한 상호보완적인 관계에 있음을 확인하고 밀접한 소통을 진행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기념사에 나선 김광웅 서울대 명예교수는 "종교와 과학의 관계는 매우 복잡하며, 좋은 만남일 때도 나쁜 만남일 때도 있다"면서도 "분명한 점은 종교의 편견으로 과학을 보면 안되고, 과학기술이 악용되는 경우에 종교가 이를 제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포럼의 기조강연은 '과학과 종교 사이에서'란 제목으로 김용준 고려대 명예교수 겸 한국학술협의회 이사장이 맡았다. 김 교수는 과학과 종교 사이에 존재했던 다양한 접점을 문헌들을 통해 소개하면서 "17세기의 과학혁명은 15세기의 르네상스, 16세기의 종교개혁 없이는 존재할 수 없었다"며 과학과 종교의 밀접한 관계를 설명했다.

▲ 현우식 연세대 학부대학 교수.  ⓒ
주제발표에 나선 현우식 연세대 학부대학 교수는 "기독교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인물인 그리스도 예수의 이력서에 담겨질 유일한 직업은 과학기술자였고, 기독교 최초의 순례자 역시 과학기술자로 생각된다"며 "그리스도에게 과학과 종교는 적이 아니라 동지였다"고 주장했다. 그리스도의 직업인 테크톤(tekton, 주로 목수로 해석됨)과 최초의 순례자 마고스(magos, 주로 동방박사로 번역됨)의 의미를 고찰해보면 현재의 과학기술자로 해석된다는 설명이다.

현 교수는 "지난 역사에서 기독교와 과학이 만나면서 상호 불신과 갈등, 충돌을 보였던 것은 근원적인 좌표에서 벗어난 것"이라며 "과학과 기독교는 양립할 수 있고 대화가 가능하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 윤원철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  ⓒ
윤원철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는 "과학계가 불교의 명제와 언어를 과학의 그것과 같은 맥락의 것으로 간주하면서 과학적 논의의 대상 내지 파트너로 삼아서는 안된다"며 "근본적으로 다른 두 당사자가 단순히 평면 위에서 대면해 서로 비교하는 일은 의미가 없으며 오히려 오도의 해악을 일으킬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과학과 불교의 만남은 각자 자기 자신과 상대방의 가장 기초적인 준거, 정체까지 인식케 하는 기회가 돼야 한다"며 "차이를 오롯이 보존한 채로 서로 다른 좌표를 다 포함하는 더 높은 차원의 콘텍스트, 이를 테면 인간과 세상의 총체적인 진상을 찾아내는 일이 중요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 문영빈 서울여대 기독교학과 교수.  ⓒ
한편 문영빈 서울여대 기독교학과 교수는 "다가 오는 미래를 멋진 신세계가 되게 하기 위해선 과학기술과 종교는 상호 보완, 비판 견제하면서 총체적 '관찰의 최적화'와 '정의의 최적화'를 지향해야 한다"면서 "이러한 상호 보완, 비판, 견제는 종교와 과학기술을 포함한 다양한 사회시스템들의 비판적 교류를 촉지하는 '공론의 장'의 활성화를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번 포럼은 과학기술부와 한국과학문화재단이 국민들에게 과학기술을 새롭게 이해하고 보다 친근하게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지난해 시작한 '새로 보는 과학기술' 연속 포럼의 네 번째 행사로 열렸다. 과학기술과 다른 분야와의 연속 대화가 진행되는 새로 보는 과학기술 포럼을 통해서 과학기술은 지난해 인간, 예술, 사회와 만났으며, 올해는 종교를 시작으로 고령화와 여성, 리더십과의 만남을 가질 계획이다.
/김홍재 기자  ecos@sciencetimes.co.kr


2007.03.20 ⓒScience 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