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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모음/다산 칼럼 모음

정조(正祖)의 온고지신(溫故知新)

[실학잠깐읽기]


정조(正祖)의 온고지신(溫故知新)


임금(정조)이 물었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이란 무슨 말인가?”
이유경이 답했다.
“옛 글을 익혀서 새 글을 아는 것을 말합니다.”
임금이 말했다.
“아니다. 초학자는 그렇게 보는 수가 많지만, 대개 옛 글을 익히면 그 가운데에서 새로운 맛을 알게 되어 몰랐던 것을 더욱 잘 알게 된다는 것을 말한다.”
- <조선왕조실록> 정조 1년 정유(1777) 2월 1일 ‘시독관 이재학 등과 당나라 군대의 연패에 대해서 논하다’에서 -


   본디 경연(經筵)이라는 것은 학식 높은 신하가 임금에게 유학경전을 가르치는 자리다. 그러나 학자군주 정조(正祖)는 거꾸로 신하들을 가르치는 수준이었다. 당나라 군대가 왜 연전연패했던가 원인을 분석하면서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의미를 통상적 해석과 약간 다르게 해석했다. 다른 글(<홍재전서> ‘진심편’)에서도 말한 것처럼, ‘전에 들은 것을 반복해서 공부하면 전에 들은 것 중에 저절로 새로 깨닫는 좋은 맛이 있게 된다(紬繹舊聞 則舊聞之中 自有新覺之滋味)’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고도 압축성장과 민주화를 비교적 빠른 시일 안에 성취해냈다. 이것은 일종의 특정 모델 ‘따라잡기’였다. 그런데 이제는 그냥 남을 베끼는 방식만으로는 곤란한 단계에 이르렀다. 오늘날 우리 공동체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적인 발전을 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창의성이 필요하다. 창의성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정조에 따르면, 옛것과 남의 것을 철저하게 이해하고 분석할 필요가 있다. 그리하면 자연 새로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인용부분 원문] 上曰: “溫故知新, 何謂也?” 儒慶曰: “溫故書而知新書之謂也。” 上曰: “不然。 初學之人, 多如此看得, 而蓋謂溫故書, 則知新味於其中, 益知其所不知之謂也。” <朝鮮王朝實錄> 正祖 1年(1777) 2月 1日 丁酉 4번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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