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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모음/학교장 훈화자료

크로커스 꽃이 있는 유안진 시

 

한 눈 팔고 사는 줄은 진작 알았지만

두 눈 다 팔고 살아온 줄은 까맣게 몰랐다
 
 

 

언제 어디에서 한 눈을 팔았는지

무엇에다 두 눈 다 팔아 먹었는지
 
 

나는 못 보고 타인들만 보였지

내 안은 안 보이고 내 바깥만 보였지
 
 

 

눈 없는 나를 바라보는 남의 눈들 피하느라

나를 내 속으로 가두곤 했지
 
 

 

 가시 껍데기로 가두고도

떫은 속껍질에 또 갇힌 밤송이
 
 

 

마음이 바라면 피곤 체질이 거절하고

몸이 갈망하면 바늘 편견이 시큰둥해져

겹겹으로 가두어져 여기까지 왔어라.


- 유안진 -



^^ 이 아름다운 크로커스꽃은 겨울과 초봄에만 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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