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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모음/다산 칼럼 모음

베푸는 일에도 정당성이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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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푸는 일에도 정당성이 있어야


한 해가 기우는 연말이 되자, 베푸는 삶에 찬사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거리에는 구세군의 종소리가 아름답고, 큰 기업에서 불우이웃돕기의 성금으로 거금을 희사한다는 기사들이 신문마다 게재되고 있습니다. 얼마나 좋은 일이며 또 권장할 만한 일인가요. 얼어붙은 추운 겨울에 온기를 느끼게 하는 가진 자의 베푸는 일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 중의 하나임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정당하게 번 재물이나 재산으로 불우한 이웃을 돕는 일이야 정말로 멋지고 아름답지만, 부정한 회계로 부당한 방법으로 모은 불의한 재물로 남을 돕는 일은 그렇게 향기롭지만은 않습니다.

“재물을 남에게 주는 것을 혜(惠)라고 한다. 그러나 자기에게 재물이 있고 난 뒤에야 남에게 베풀 수 있는 것이다. 자기에게 없는 것을 남에게 줄 수는 없다. 그러므로 나에게 있는 것을 주는 것보다는 빼앗지 않는 것이 낫다. 무릇 관청의 금고에서 훔친 것으로는 조상의 제사를 지내거나 부모를 봉양하는 일에도 감히 사용할 수가 없는 것인데, 그 나머지 일에서랴. 수입을 헤아려 지출을 하는 것이 성인의 법이다. 무릇 포흠진 것을 갚지 못하여 부하직원들이 뒷말을 하게 하는 목민관은 비록 백성을 사랑하여 다스림이 한(漢)나라 때의 유명한 목민관이던 공수( 遂)나 황패(黃)와 같다고 해도 오히려 잘 다스리는 관리는 아니다.”「위영암군수이종영증언(爲靈巖郡守李鍾英贈言)」

의미 깊은 다산의 주장입니다. 공금을 빼돌려 불우이웃돕기에 사용하면 그게 무슨 베푸는 일인가요. 부당하고 불공정하여, 기업윤리에 어긋난 방법으로 재산을 모아 남을 도우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잘못된 재물로는 조상의 제사도 지내지 않으며 부모도 봉양해서는 안된다는데 남을 도우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관존민비의 시대에 약자들인 백성에게서 수탈과 착취를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지, 빼앗아다가 남을 주면 그것은 사기행위여서 베푸는 삶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범죄행위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베푸는 데도 정당성이 필요합니다. 없는 속에서 쪼개서 도와주고, 넉넉하면 더 많이 출연하여 도와주는 것이 베풂이 아닌가요. 곰곰이 생각해 볼 일입니다.

박석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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