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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모음/공병호 칼럼

둔감력과 건강유지법

1933년 생으로 삿포로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의사로서 작가로서 강연자로서 활발하게 살고 계신 분의 건강에 관한 단상입니다. "제가 말하는 둔감력은 긴긴 인생을 살면서 괴롭고 힘든 일이 생겼을 때, 일이나 관계에 실패해서 상심했을 때, 그댜로 주저앉지 않고 다시 일어서서 힘차게 나아가는 그런 강한 힘을 뜻합니다."

 

#1. “건강을 유지하려면 피가 온몸 구석구석을 끊임없이 흘러야 합니다.

      그러려면 고민이 생겨도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말고, 기분 나쁜 말을 들어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내는 편이 좋죠. 이런 좋은 의미의 둔감함이 혈액 순환을 원활하게 만들어주는 비결입니다.“

최근 질병 예방과 치료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많은데, 어렵고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습니다.

건강한 삶을 유지하려면 피가 온몸 구석구석을 끊임없이 흐르는 게 중요합니다.

그러려면 온 몸의 혈관을 항상 열어놓아야 하는데, 이때 혈관을 조절하는 자율 신경에 자극을 주지 않고 편안하게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자율 신경이 무엇인지 궁금하다고요?

 

#2. “자율 신경은 우리의 혈관을 조절합니다.

      좋은 의미의 둔감력을 가진 사람의 자율 신경은 지나친 자극에 노출되는 일 없이 언제나 혈관을 알맞게 열어 혈액이 온몸 구석구석을 원활하게 흐르도록 기능합니다.“

원활한 혈액 순환은 건강의 첫 번째 조건입니다.

이는 사람 뿐 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생물이 마찬가지입니다. 피가 막힘없이 잘 흘러서 맑은 상태를 유지해야 다른 장기들도 제 기능을 발휘하죠.

그러면 어떨 때 피의 흐름이 나빠질까요? 바로 혈관과 신경의 관계에 문제가 생겼을 때입니다.

인체의 혈관은 대부분 신경이 조절합니다.

이 신경을 보통 ‘자율 신경’이라고 부르죠.

자율 신경은 교감 신경계와 부교감 신경계로 나뉘는데, 이 둘은 상반되게 작용합니다.

예컨대 교감 신경은 사람이 긴장, 흥분, 불안 상태에 빠지면 혈관을 수축시키고 혈압을 높입니다.

반대로 부교감 신경은 혈관을 확장하고 이완시켜 혈압이 낮아지도록 작용하죠.

 

#3. 교감 신경과 부교감 신경은 혈관에 바싹 붙어 있어서 혈관에 강한 영향을 미칩니다.

     그러므로 피가 부드럽게 흐르게 하려면 부교감 신경이 지배하는 상태, 즉 교감 신경이 작용하지 않는 상태를 유지해야 합니다.

교감 신경이 어떤 상황에서 작용하는지 궁금하다고요?

교감 신경은 앞에서 말한 심리적 긴장이나 흥분, 불안 외에도 불쾌감이나 분노, 미움, 추위 등을 느낄 때 활성화됩니다. 반대로 마음이 차분하고 편안한 상태, 예를 들어 즐거움을 느낄 때, 기분이 좋아서 웃을 때, 주위가 따뜻할 때는 부교감 신경이 활성화되어서 혈관이 활짝 열립니다.

 

#4. 저는 늘 돈이 부족했던 젊은 시절에, 적은 양의 술로 취하려고 유리컵에 소주를 부어 벌컥벌컥 마시고는

     100미터를 전력 질주한 적이 있습니다.

격렬한 운동으로 혈관이 확장되면 알코올이 빠르게 흡수되어 순식간에 술이 오르기 때문이죠,

다소 우스운 얘기지만, 노천탕이나 욕조에 술이 담긴 쟁반을 띄우고 목욕을 즐기며 천천히 마시면 쉽게 취하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아, 이처럼 술 뿐만 아니라 약도 몸이 따뜻할 때 마시면 흡수가 빨라서 효과가 좋습니다.

 

#5. “둔감한 사람의 마음과 혈관은 언제나 열려 있다.“

      자율 신경이 우리 몸을 제어하는 경우는 이 밖에도 아주 많습니다.

예를 들어 지인의 사망 소식이나 끔찍한 사고 소식을 듣고 얼굴이 새파랗게 질릴 때가 있습니다.

나쁜 소식을 들었을 때 받은 충격과 슬픔으로 혈관이 급격하게 수축하면서 피의 흐름이 순간적으로 멈추기 때문입니다. 불안하거나 깜짝 놀랐을 때 가슴이 쿵쿵 뛰는 현상도 자율 신경의 긴장이 심장에 전해져서 발생합니다.

수능처럼 중요한 시험이 시작되기 직전에 화장실에 가고 싶어지는 경우 역시 자율 신경이 긴장해서 방광을 자극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마음이 느긋하고 편안할 때는 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앞에서 주변 온도에 따라 혈관이 열리거나 닫힌다고 설명했는데, 더울 때 흘리는 땀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더울 때는 혈관이 충분히 열려서 체내의 열을 발산하고, 반대로 추울 때는 혈관이 좁아져서 열을 발산하지 않도록 조절합니다.

 

#6. 이렇게 자율 신경은 그때 그때의 상황에 맞춰 몸의 균형을 유지하는 기능을 수행합니다.

      따라서 평소에는 자율 신경에 부담이 가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하죠.

이때 둔감력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좋은 의미의 둔감력은 자율 신경에 필요 이상의 부담을 주지 않도록 도와주는, 그야말로 건강 유지의 원동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둔감한 사람의 자율 신경은 지나친 자극에 타격을 받는 일 없이 언제나 혈관을 열어두어 온몸에 피가 원활히 흐르도록 기능합니다.

-출처: 와타나베 준이치,

         [나는 둔감하게 살기로 했다],

         정세영 역,

         다산초당